[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철강에 대한 수출 쿼터제를 폐지하고,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치는 오는 3월 12일 부터 공식 발효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 업계는 2018년부터 유지해 온 무역확장법 232조 예외 조항(쿼터제)의 혜택을 잃고 기존 수출 물량에도 일괄적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담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 대미 협상력 약화…철강산업 '수출 직격타'
우리나라는 2018년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피하기 위해 기존 수출물량의 70% 상당인 연간 263만 톤에 한해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유지하며 관세를 면제 받아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쿼터제마저 폐지되고 전면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서 한국의 대미(對美) 협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주요 무역 파트너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번 조치로 명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쿼터제를 유지하면 수출량은 제한되지만 관세 부담은 없었는데, 이제는 수출 물량이든 가격 경쟁력이든 모두 불리해졌다"며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철강 뿐 아니라 기계·자동차·조선 등 철강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한국 철강업체뿐만 아니라 관련된 수많은 중소기업과 협력업체, 그리고 노동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향후 추가 무역 규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민간기업 자구책 마련 시급… '생존 전략' 돌입
12·3 내란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외교적 대응력에 공백이 생긴 가운데 철강업계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은 자체적인 생존 전략이 시급해졌다. 전문가들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수출 시장 다변화 △업계 공동 대응 및 로비 확대 △환율 리스크 대응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먼저 이번 조치가 사실상 전세계를 타깃으로 한 만큼 멕시코·동남아 등을 통한 우회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국 내 직접 생산 공장을 신설하거나, 현지 기업과 합작투자 등을 통해 생산 비중을 늘리는 방식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나마 관세 부담이 적은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수출 전략을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전기차·반도체·항공산업 등에서 필수적인 고강도 특수강, 친환경 소재 등 미국 자체 생산이 어려운 분야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동남아·중동·유럽·인도 시장으로 수출 다변화도 필수적이다. 특히 인도는 인프라 개발과 제조업 성장으로 철강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대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업계 차원의 공동 대응과 로비를 위해 대한상공회의소, 철강협회 등 국내 주요 경제 단체들이 미국 내 무역협회와 수입업체들과 협력해 관세 예외 적용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례로 일본은 2022년 바이든 행정부와 협상을 통해 연간 125만 톤까지 무관세 철강 수출을 허용받았다. 이는 일본 정부와 업계가 미국 내 산업계 및 정치권과의 협력을 통해 관세 면제 조항을 확보한 결과였다. 한국 역시 미국 내 자동차·건설·조선업체들과 연계해 '한국산 철강 없이는 미국 산업도 타격을 받는다'는 논리를 앞세운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관세 부담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면서 환율 리스크에 대한 개별 기업들의 대응도 중요해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강달러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수출 기업들은 선물환 거래 확대, 달러 결제 비중 증가 등의 환율 리스크 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