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 저축은행중앙회
[프라임경제]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의 임기가 2주도 남지 않았지만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작업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저축은행중앙회 정관상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현직 회장이 임기를 이어가도록 규정돼 있어 오 회장이 당분간 중앙회를 계속 이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7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오화경 회장의 임기는 오는 16일 종료된다. 하지만 중앙회는 아직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첫 절차인 이사회조차 소집하지 않은 상태다. 통상적으로 중앙회는 선거일 14일 전 후보 모집 공고를 내고, 일주일 전까지 후보 등록을 마감하지만, 현재로서는 해당 일정을 맞추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차기 회장 선출이 지연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후보군 부재'가 꼽힌다. 과거 저축은행중앙회장은 금융당국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주로 관료 출신이 맡아왔지만, 올해는 금융당국 출신 후보가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려 금융당국이 인사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후보군 형성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논란 이후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의 주요 인사가 지연됐고, 중앙회장 후보군도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계대출 총량 규제 확대, 인수합병(M&A) 활성화 등 저축은행업계의 현안이 산적한 점도 후보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차기 회장이 부담해야 할 정책 리스크가 상당한 데다 금융당국이 인사 개입을 피하는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출마를 고민하는 인사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차기 회장 선출이 계속 지연될 경우 업계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과의 정책 조율이 필요한 시점에서 수장 공백이 길어질 경우, 저축은행업계가 정책적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오 회장의 연임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는 오 회장이 업권 이해도가 높고 금융당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 회장의 연임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고, 차기 회장을 찾는 것보다 기존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앙회장의 연임 사례가 드물었다는 점은 변수다. 오 회장이 연임할 경우 이는 2000년대 이후 첫 저축은행중앙회장 연임 사례가 된다. 19대 중앙회장 중 연임에 성공한 사례는 2·3대 최병일 회장과 5·6대 명동근 회장이 유일하다.
오 회장은 지난 2022년 업계 출신으로는 최초로 중앙회장에 선임됐다. 하나저축은행과 아주저축은행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현업 경험을 쌓았고, 3년간 저축은행중앙회를 이끌면서 연체율·BIS비율 개선 등의 성과를 보이며 업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 회장은 연임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선거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으며, 업계 의견을 종합해 향후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업계에서도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원만한 해결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