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일본은행 기준금리 인상 예고에 따라 엔화 강세가 예상되지만, 국내 은행의 엔화예금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엔화 가치가 고점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평가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9483억엔이다. 지난해 12월20일 잔액인 9608억엔과 비교해 125억엔(한화 약 1147억원)이 감소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일본 중앙은행(BOJ)이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진행할 금융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른 엔화 강세도 예상된다.
앞서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해 마지막 금융정책회의에서 "미국 정책 불확실성과 일본 임금 인상률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관세 부과를 통한 무역정책 개혁을 예고하면서도 구체적인 관세 부과 조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관세 행정명령을 하지 않은 셈이다.
아울러 일본은행은 실질임금 하락으로 장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최대 노동조직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가 올해 임금 인상률 목표를 전체 5%·중소기업 6% 이상으로 제시하면서, 임금 우려가 일정 부분 해소됐다.
원유승·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1월 BOJ 금융정책회의에서 (일본) 기준금리 0.25%p 인상을 전망한다"며 "우에다 BOJ 총재가 인상 조건으로 내세웠던 임금·소비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고 있고,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일본 임금 인상 기조가 확인됐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날이 무난히 지나가면서 BOJ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지난 9일 진행된 BOJ 지점장 회의에서 올해 임금 인상이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기업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확인했던 것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엔화 강세 요인이 명확한 상태지만, 오히려 국내은행의 엔화예금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은행권은 이미 엔화가 상당히 올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엔화예금 감소 원인은 워낙 다양하다"며 "다만 800원대까지 추락했던 엔화가 다시 900원대로 올라서면서 차익 실현을 위해 자금을 뺀 투자자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의 경우 결제대금 지급 등 계절적 요인에 따라 엔화예금에서 자금을 꺼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엔화 가치 상승이 일본 중앙은행의 낮은 신뢰도로 인해 제한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자들의 엔화 투자 판단에 힘을 실어주는 의견이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BOJ에 대한 시장 신뢰도는 그 어느 중앙은행보다 낮다"며 "BOJ의 금리 인상 기조에도 엔화 절상이 제한되는 이유 또한 낮은 신뢰도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엔화 매수는 BOJ의 정책 결정을 확인한 이후 대응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