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금융그룹 경영진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강화에 나섰다. 사진은 금융지주 본사 전경. ⓒ 각 사 제공
[프라임경제]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임원들이 잇달아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락한 주가를 방어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신한금융그룹(055550) 주식 2000주를 주당 평균 4만8400원에 장내 매입했다. 그룹 임원진도 이에 합세해 총 7500주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하나금융(086790)에서도 함영주 회장을 필두로 주요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함 회장은 지난해 말 5000주를 매입했으며, 강성묵 부회장과 이승열 부회장도 각각 1200주, 1000주를 사들였다. 이 외에도 주요 임원 10명이 총 1만350주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강조했다.
KB금융(105560) 역시 양종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지난달 11일부터 최근까지 김재관 KB국민카드 사장 등 임원 11명이 총 5084주를 사들였다. 양 회장은 자사주 5914주를 보유 중이다.
금융지주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배경에는 주가 방어와 밸류업 추진이 자리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주는 고환율과 내수 부진 우려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실제로 KB금융 주가는 비상계엄 사태 직전 10만1200원에서 현재 9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5만6400원, 6만6000원에서 각각 5만500원, 5만8000원대로 하락한 상태다.
금융 관계자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경영진이 직접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시장에 신뢰를 주고, 주가 부양에 나선 것"이라며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내달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주가치 제고 방안, 배당 비율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해 CET1 비율(보통주자본비율)이 하락하면서 주주환원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주주환원 여력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각 금융지주가 발표한 밸류업 계획의 중요한 기준이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CET1 비율은 약 2~3bp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이 약 150원 상승한 영향으로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이 목표치인 13%를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금융지주가 주주환원 확대에 집중하면서 위기 대응을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줄어든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1~3분기 기준 4대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9% 감소한 4조94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각각 20%, 60% 이상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CET1 비율 하락과 대손충당금 적립 감소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각 금융지주는 연간 기준으로 주주환원 확대 계획을 충분히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중 자본비율 회복 시 즉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연간 기준으로 주주환원 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각 은행이 위험 대응 방안을 다양하게 마련해 놓은 만큼 CET1 비율 하락이 기업가치 제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금융지주들이 밸류업과 건전성 관리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추진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올해도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가치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