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 각 사 제공
[프라임경제]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회장들이 올해 경영 전략으로 내부통제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지난해 잇따른 금융사고로 신뢰가 크게 흔들린 만큼, 이를 회복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내부통제 체계를 개선하고 실효성 있는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회장들은 금융사고 예방과 고객 신뢰 회복을 주요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언급했다.
먼저 KB금융(105560)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AI 검사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업무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사전에 리스크를 차단할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또한 준법감시인 산하에 상시 감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현장 임원 평가 항목에 내부통제 지표를 추가해 책임경영을 강화한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금융사고를 방지하고 고객이 안심할 수 있는 금융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책무구조도를 기반으로 책임경영을 실현하고 내부통제 체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한금융(055550)은 내부통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기존 준법감시 기능을 보강했다. 관리 감독, 평가, 모니터링 전반에 걸쳐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 고도화에 나선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내부통제를 신한의 핵심 경쟁력으로 확고히 정착시켜야 한다"며 "보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가동하고, 윤리의식을 높여 고객과 사회가 신뢰하는 금융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086790)은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을 보강하고 리스크 관리 기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일부 계열사에서 발생한 불완전판매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부통제 조직을 대폭 개편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내부통제는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라며 "강력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316140)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이상 금융거래 탐지 시스템(FDI)을 구축하고, 검사 출신 변호사를 윤리위원회 실장으로 영입했다. 이를 통해 금융사고 조기 발견 기능을 강화하고, 윤리적 기업문화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그룹의 내부통제 체계를 근원적으로 혁신하고, 윤리적 기업문화를 확립해 나가겠다"며 "올해는 내부통제 혁신안을 철저히 마련하고 신속히 이행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금융지주들이 내부통제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잇따른 금융사고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금융사고는 총 60건으로, 사고 금액은 1400억원에 달했다. 특히 100억원 이상의 대형 금융사고가 10건 발생하면서 내부통제의 부실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5건, 총 756억원 규모의 대형 금융사고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135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는 금융감독원 정기검사에서 적발됐다. 지난달 동안 발생한 사고 금액만 300억원이 넘는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27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기록했다. 특히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은 금융권 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총 616억원 규모의 대출 중 350억원이 부적정 대출로 판명됐으며, 이로 인해 269억원의 부실이 발생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대형 금융사고가 없었지만, 신한은행은 파생상품 유동성공급(LP) 사고로 약 13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하나은행은 대출 관련 불완전판매 문제로 고객 불만이 제기되면서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무구조도 도입을 의무화하고 이달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책무구조도는 임원별 책임을 명확히 해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자를 가려내고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금융당국은 위법행위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책무구조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CEO 등 최고경영진에 대해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로 금융 소비자의 신뢰가 크게 흔들린 만큼, 내부통제 강화는 금융사의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됐다"며 "책무구조도 도입과 함께 각 금융사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