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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중학교 교사, 에스컬레이터에 치마 낀 20대 여성 구해

전 자주포 조종수 유공자...끔찍한 사고 날 뻔한 상황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4.12.11 18:35:19

119 소방대가 지하철역사 내 에스컬레이터 사고 인명 구조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 관악소방서

[프라임경제] "그냥 벗으세요!"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많은 국민이 패닉(공황)에 빠진 가운데 한 중학교 교사가 절체절명 급박한 상황에 맞닥뜨린 20대 여성을 구해낸 사연이 알려져 훈훈함을 전한다.

현재 서울 한성중학교(학교장 강신정, 한성학원)에 근무 중인 교사 오민근씨(40)로 알려졌고, 그는 군 복무 시절 화포에 다리가 끼어 절단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저녁, 경기 광명시 지하철 7호선 철산역 4번 출구의 상향 에스컬레이터에서 퇴근길 20대 여성 A씨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가죽 재질 치마가 에스컬레이터 계단 측면 틈에 끼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A씨가 필사적으로 손으로 치마를 잡아당겼지만 소용이 없었다.

1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앞에 서 있던 오 씨가 이 목소리를 듣고 A씨 치마를 함께 잡아당겼다. 하지만 기계의 힘을 당할 수 없음을 직감한 오씨는 "그냥 벗으세요!"라고 외쳤다. 몇 초라도 더 방치했다간 끔찍한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잠깐 머뭇거리던 A씨가 재빨리 옷을 벗고 탈출했다. 오씨는 자신의 점퍼로 A씨의 신체를 가려줬다. 주변에 있던 중년 여성도 겉옷을 벗어 A씨를 감쌌다.

그 찰라에 치마를 빨아들인 에스컬레이터 틈이 점점 벌어지더니 A씨의 소지품까지 완전히 집어삼켰다. 이들이 무사히 출구 바깥으로 나오자 에스컬레이터는 굉음을 내면서 멈췄고 계단 발판은 휘어져 튀어 올랐다. 철산역 관계자는 "이 모든 상황의 발생부터 종료까지 30초도 걸리지 않았다"며 "오씨의 즉각적 판단이 아니었다면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고 했다.

오씨는 2005년 경기 파주의 육군 30사단에서 K-55 자주포 조종수로 복무 중 화포에 다리가 끼어 절단되는 ‘개방성 분쇄골절’을 입은 국가유공자다. 그런 아픔이 있었던 오씨는 A씨 비명을 듣자마자 남의 일 같지 않아 구조에 나섰다고 했다. 오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참혹한 상황이 생기는 것만 막자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사고로 국가유공자 공상 군경 5급 지위를 취득했다. 하지만 20대 한창 나이대 겪게 된 후유증으로 방황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한성중학교 교사가 됐다. 현재 5살 아들과 3살 딸을 둔 가장이기도 하다. 오씨는 "학생들에게 잔소리하던 게 몸에 뱄는지 주저하던 여성에게 소리를 지를 수 있었다”며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철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는 2300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81건은 소지품 끼임으로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남한산성입구역에서 에스컬레이터 보수 도중 작업자가 팔이 끼이는 사고였다. 5월엔 경기 수원에서 16개월 여아의 손가락이 에스컬레이터에 끼여 절단되는 등 사고가 빈번해 이용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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