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환 금융위원장(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1. 직장인 A씨(38세)는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했지만, 은행에서 기존보다 대폭 줄어든 대출 한도를 제시받아 계획이 틀어졌다. A씨는 "금리가 내려갔다는 소식에 기대했지만, 오히려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져 혜택을 체감하기 어려웠다"며 "예상보다 대출 금액이 적게 나오면서 전세 계획 자체를 다시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2. 자영업자 B씨(43세)는 은행에서 운영자금 대출을 상담받다가 우대금리 폐지로 인해 금리가 기존보다 높아진 것을 확인하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B씨는 "코로나19 여파로 간신히 가게를 유지하고 있는데, 은행의 대출 조건까지 악화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은행은 대출 문턱을 낮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금리도 오르고 심사도 더 까다로워져 자금 마련이 더 힘들어졌다"고 비판했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금리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연말을 맞아 가계대출 총량을 조절하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계엄 여파로 금융시장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대출 시장의 어려움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고정금리가 하락했다. KB국민은행은 연 3.84%, 신한은행은 연 3.85%, 하나은행은 연 3.446%까지 하락하며 대부분 주담대 금리 하단이 3%대에 진입했다.
이는 주담대의 준거 기준인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지난달 2%대로 내려온 영향이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이러한 금리 인하를 체감하기 어렵다. 은행들이 우대금리 폐지와 비대면 대출 중단 등 강도 높은 대출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주요 신용대출 상품 8종의 우대금리를 최대 1.4%포인트 폐지하며 실질 대출금리를 인상했고, 하나은행은 대환 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대출 상품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확대도 실수요자의 부담을 더하고 있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의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를 뜻하며, 격차가 클수록 은행의 마진이 커지고 소비자 부담도 증가한다.
지난 10월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평균 1.04%p로, 7월 0.43%p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NH농협은행이 1.20%p로 가장 높았고, 이어 KB국민은행(1.18%), 신한은행(1.01%) 순으로 집계됐다.

기준 금리가 인하했지만 연말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 높이기가 계속되고 있어 금융 소비자들의 체감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최근 비상계엄 사태도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심화시키며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연동된 은행채 금리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4일 기준 2.626%로 상승했으며, 은행채 5년물 금리도 2.955%로 상승했다. 이는 채권 수요가 줄어들며 시장금리 하락 흐름이 상쇄된 결과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엄 여파로 채권 시장이 불안정해지며 조달비용이 늘어나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소비자 부담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초에도 대출 시장은 여전히 빚장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를 월별, 분기별로 세부적으로 요구할 계획을 세우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철저히 억제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초에 대출 한도를 여유 있게 운용하다가 연말이 되면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며 "하지만 내년에는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관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연초부터도 대출 실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