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롯데그룹이 최근 롯데케미칼(011170)의 일부 공모 회사채의 재무 특약 미준수로 인해 발생한 기한이익상실(EOD)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았다.
이 결정은 그룹 차원에서 롯데케미칼을 반드시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룹 내 유동성 위기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고강도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지난 27일 서울 잠실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고, 이를 통해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신용도를 보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건축비만 4조5000억 원이 투입된 이 타워는 현재 가치가 약 6조 원에 달하는 그룹 핵심 자산이자 롯데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꿈을 상징하는 유산이다.
롯데그룹은 이 조치를 통해 "그룹의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며 투자자 신뢰 회복에 나섰지만 상징적 자산을 담보로 제공한 점 자체가 그룹 재무적 어려움을 반영하는 신호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이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은 데에 대해 다음 세 가지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첫째는 상징적 자산을 담보로 잡은 것이 유동성 압박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이다. 롯데월드타워는 경제적 가치 뿐 아니라 그룹의 상징성을 가진 핵심 자산이다. 이를 담보로 내세운 것은 그룹 내에서 동원 가능한 자금 조달 옵션이 한정적이거나, 시장 신뢰 회복이 절박한 상황임을 시사한다.
둘째는 리스크의 확산 가능성이다. 롯데케미칼 문제 해결에 그룹 전체가 전방위적으로 나선 것은, 이번 사태가 특정 계열사에 국한되지 않고 그룹 차원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롯데그룹이 부채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다른 계열사들 또한 유사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셋째는 시장의 신뢰가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점이다. 이번 자산담보대출(ABL) 방식은 투자자들에게 그룹의 재무 상태가 예상보다 더 취약하다는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 이는 롯데케미칼뿐 아니라 롯데그룹 전체의 신용도와 주가에도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은 지난달 28일 예정보다 일찍 지주사를 포함한 37개 계열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위기 극복에 속도를 냈다. 특히 CEO 21명을 교체하고 임원 수를 13% 감축하며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이 같은 고강도 인사 조치는 롯데케미칼 사태와 맞물려 그룹의 유동성 확보와 신뢰 회복을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편 롯데그룹의 향후 행보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신호는 다음과 같다.
먼저 그룹 유동성 확보를 위해 롯데월드타워 외 추가 담보 설정 여부다. 또한 회사채 발행 동향과 신용등급 동향도 중요하다. 계열사 실적 및 시장 반응을 포함해 정부와 금융시장의 평가도 롯데그룰의 상황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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