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동구 범일동 대우건설 블랑써밋 공사현장에서 나온 반출 뻘층 토사를 덤프트럭에 옮겨 담는 모습. ⓒ 제보자
[프라임경제] 과연 안전한 흙인가. 부산시 동구의 주한미군 55보급창과 접한 건설현장에서 토해낸 뻘층 사토 반출로 인해 경남지역 각 지자체가 들썩이는 모양새다. 현재 함안, 양산, 밀양, 김해 일대의 농경지에서는 어디선가 흙을 퍼다 부은 흔적들이 발견된다.
논란이 된 다량의 흙더미 중의 일부는 대우건설 블랑써밋74 공사현장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시 동구청은 주로 아침 7시 전 후에 반출한다고 전했다. 건설사 측은 각 지자체 사토승인을 받았고 불법야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농촌 마을에서 흙먼지를 날리는 대형 덤프트럭 행렬을 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현지 주민 A씨는 "최근 갑자기 큰 차들이 많이 보여 도로공사나 하천 준설 차량인 줄 알았다"며 "논밭 주변에 시커먼 흙더미가 샇여 있길래 무슨 대공사를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오염토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주민 제보자 B씨는 "흙의 질감이 끈적하고 뭉쳐 있다. 짙고 검은 농도를 보았을 때 세척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 같다"며, "함안군이 사토 성분에 대해 제대로 된 고시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앞서 미 55보급창은 환경부 조사 결과 1급 발암물질인 비소와 납 등 중금속이 기준치보다 최고 20배 가량 검출된 바 있다. 기준치를 세 번이나 초과했다. 관할 동구청의 수차례에 걸친 정화 명령을 받는 등 오염토 불안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 때 조성된 매립지로, 어떤 유해물질이 어느 정도 땅속에 묻혔는지 파악조차 어렵다.
지난 10월22일 부산광역시 국정감사에서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69층 (블랑써밋 74) 아파트는 55보급창 위치를 봐서 환경문제가 심각해 보인다"고 지적했고, 이에 박형준 부산시장은 "55보급창은 오염토 정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시공사 측은 "2022년 정밀조사를 근거로 착공 전 정화공사를 완료했고 당시 오염토는 적법한 절차로 진행했다"며 "현재 반출 중인 뻘층은 원지반에 해당된다. 정밀조사 때나 지금 시험결과상으로도 정상적인 토사일 뿐 오염토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복토되는 토양은 오염토가 아니며 흙의 검정색은 바닷가 인근에서 발생한 뻘층이나 시멘트, 모래 점토 때문으로 공사 착공 전에 모든 정화작업을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경남 함안군 농경지 옆 성토 작업을 하기 위해 쌓아 둔 흙더미. ⓒ 제보자
그러나 기자의 '정밀조사 시료 분석표' 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또 주민 제보자 B씨가 의혹을 제기한 '뻘층 토사의 세척처리 과정'을 묻는 질의에 대해서도 건설사 측은 "오염토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첫번째 현장 사진에서 보듯 덤프트럭에 싣는 농도 짙은 반출 토사 색깔로만 봐서는 정화작업을 완료했다는 건설사 측 주장이 다소 무색해져 보인다.
그런가 하면 함안군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지난 11일 한 언론을 통해 "이미 매립이 완료된 2~3곳을 굴착 해 보니 냄새도 없었고, 지하에 있던 흙이라 살짝 검은색으로 보일 뿐 평범했다"며 "업자가 제시한 토양성분 분석 결과표에 오염우려기준 '적합'으로 나와 있었고, 분석 일자도 올해 4월 이어서 신뢰도가 높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적합' 판정을 받은 분석표 요청에는 '공문서'라며 적극 거부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자료 공개를 꺼리는 태도'는 좀처럼 이해가 힘든 부분이다. 도대체 흙이 무슨 죄를 저질러서 자꾸 숨기기에 급급한지 말못할 속사정에 의구심이 커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