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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인 시위' 정종복 기장군수에 드리운 '오규석 그림자'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4.11.21 08:47:38

오규석 전 기장군수가 2018년 12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5번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기장군

[프라임경제] 정치인의 말 바꾸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상황이 달라져 불가피하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결국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의 시발점은 언행 불일치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지난 18일 부산시청에서 '부산광역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반대하며 연이은 1인 시위를 벌이고 조례개정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폐기물처리시설 등 도시계획시설 결정권 및 인가권에 대한 기초지자체 권한 축소를 담은 조례 개정안의 부당함을 호소한다. 개정 중단을 재차 요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 군수는 과거'1인 시위'를 놓고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라고 날을 세워 비판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 출마 당시 정 후보는 오규석 군수를 향해 "지자체 수장으로서는 자질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오 군수)하면 떠오르는 것은 1인 시위라고 할 정도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단체장이라는 분이 '뻑'하면 혼자서 시위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군민들도 억울하면 시위하라고(시위에 가담하라고) 부추기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고 저격했다.

이는 앞서 3선 오규석 전 군수를 비꼬아 깎아내리려 했던 발언으로 읽히는데, 정작 스스로 얼굴에 침 뱉는 상황이 연출 돼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다소 어리둥절케 한다. 

사실 '1인 시위'는 오 전 군수의 전매특허와 같다. 도시철도 건설, 폐기물 처리장 이전 등에 지역 현안과 숙원 사업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 정부관청, 부산시청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는 재임 12년 동안 무려 총 259회나 '1인 시위'를 했다. 군수 임기 마지막 날조차 부산시청 앞에서 시위를 이어갔을 정도였다. 

퇴임을 앞둔 오 전 군수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2012년 부산시청 앞에서 골프장 조성 반대 1인 시위가 첫발이었다"며 "(일각에선)보여주기식 아니냐는 질문이 많은데 사실 맞다. 시위는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어 "중앙정부나 부산시청과 비교하면 군수는 약자다. 군민의 절박함을 언론과 기관에 호소하는 것이 군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 군수는 여야 정당에 속하지 않은 무소속 3선 군수를 역임했다. 따라서 거대 양당의 지원사격을 받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주변 사방에서 그를 견제하는 여야 정치권 세력에 둘러싸여 독자노선을 걸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가 밥 먹듯이 1인 시위하게 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정종복 기장군수가 2024년 11월15일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기장군

하지만 정 군수는 사정이 다르다. 정 군수는 무려 집권 여당 소속이다. 지역구 정동만 의원의 든든한 전·후방 지원사격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전임자의 보여주기식'1인 시위' 비난에 동참해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현재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국회의원 18명 가운데 17명, 부산시의회 의원은 46명 중 43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제 나름 정치력을 발휘해 막힌 현안을 풀어내는 해결사의 면모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구성이다.

이날 시위현장에서 정 군수는 "이번 개정안이 시의회를 최종 통과하면 각종 기피시설 대한 정책결정 시 그 권한이 부산시에 귀속하게 되어, 지역주민의 의견과 의사결정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만약 시가 이러한 시대착오적 개정안을 밀어붙인다면, 지자체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지역 정가에선 최근 정 군수의 부쩍 잦아진 '1인 시위' 행보를 두고 낮은 인지도를 끌어 올리기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임기 3년이 지나도록 군수의 이름조차 모르는 주민이 상당수라는 지적과 함께 여전히 오 전 군수의 카리스마를 기억해 내는 이들이 많다. 

이미 오 전 군수의 트레드마크로 굳어져 버린 '1인 시위'로 정 군수가 얻는 것이 과연 있는지도 의문이고, 오히려 전임 군수의 향수를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라고 말하는 순간 머릿속에는 벌써 '코끼리'라는 프레임에 갇히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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