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2대 총선 당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여당 예비후보의 면담 사진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총재는 이전 총재들과 달리 다양한 계층과 만나 의견을 듣되 금융통화위원들과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총재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업무를 보고했다.
이날 한국은행에 쏟아진 질문은 기준금리 인하와 가계부채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다만, 한국은행은 이틀 뒤인 11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앞두고 있어, 시장에 영향을 미칠 발언은 피해 나갔다.
야당 의원들은 한국은행을 통해 여당과 정부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였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3월11일 당시 김은혜 국민의힘 성남분당을 예비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이 총재와의 면담 사진을 가져왔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총선 당시 여당 예비후보와 이창용 총재의 면담 사진을 가져왔다. ⓒ 국회의사중계시스템
안 의원은 "이 사진은 통화정책에 대해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압력이 항시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며 "정부와 여당이 앞다퉈서 기준금리의 조기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원론적인 답변을 하신 걸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정부와 정치권의 압력·간섭으로부터 이 총재는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통화정책 자율성을 지켜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의 경우)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듣되 의사결정은 금융통화위원들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며 "이전 총재들은 (독립성을 위해) 외부와 만남을 줄였는데, 저는 적극적으로 만나면서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방향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의 독립성에 대한 평가가 총재 취임 후 오히려 낮아졌다는 비판에 대해 "제 임기가 끝난 다음에 이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 정책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의 '엇박자'도 거론했다.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효과가 낮아졌다는 비판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게 질의하고 있다. ⓒ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강경 기조로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며 "그러면 정부의 경제정책하고 발이 잘 맞아야 하는데 엇박자가 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가 정책으로 대출을 확대했다가 축소했다가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수 수요가 2년 8개월 만에 공급을 앞질렀는데, (정부 정책이) 한국은행의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2년 동안의 금리 인상 과정에서 정부가 정책으로 재정지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줬다"며 "다만 최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이자율이 낮아지고 가계부채가 늘어난 면이 있는데 저희가 금융안정 측면에서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