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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주장' EV 택시, 페달 블랙박스에선 가속페달만 밟아

공익목적 공개 필요성 제기…"긴 시간 운전자가 페달 오조작 가능성 증명"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4.07.05 11:12:21
[프라임경제] 지난 7월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60대 운전자 차 씨가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차 씨는 첫 피의자 조사에서 '차량을 멈추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진술하는 등 차량 이상에 따른 급발진이 사고 원인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가 난 뒤 정상적으로 차가 멈춰서는 영상과 이에 대한 목격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페달 오조작에 의한 사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 수사 및 사고 당시 CCTV 영상 등을 통해 파악된 사고 정황들이 표면적으로 차 씨 주장과 맞지 않는 대목들이 있어서다.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가 크게 늘고 있는 탓에, 사고원인이 차량 결함이 아닌 페달 오조작 때문이었음을 증명하는 페달 블랙박스를 찾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페달 블랙박스는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이 있는 운전석 하단에 설치하는 블랙박스이다.

이런 가운데 페달 블랙박스 영상 기반의 분석 자료가 최초로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반복해서 밟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분석 자료는 올해 2월 유럽연합 유엔 경제 위원회(United Nations Economic Commission for Europe, NECE) 주관의 분과 회의에 참석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발표에 의해 공개됐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시 시내 주택가를 운행하는 전기택시가 담벼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60대 택시운전자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 사진은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택시가 돌진했던 사고 현장. ⓒ 연합뉴스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경찰은 페달 블랙박스 포함 총 4개 채널로 구성된 블랙박스 영상을 수거해 분석했으며, 택시운전자가 골목에서 우회전한 뒤 3초간 30m를 달리는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6번이나 밟았다, 뗐다를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일곱 번째 가속페달을 밟은 후에는 충돌할 때까지 계속 밟은 상태를 유지했으며, 충돌 직전의 차량속도는 61㎞/h로 추정됐다. 담벼락을 충돌하기 전까지 총 119m(약 7.9초)를 달리는 동안 택시기사는 단 한 번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페달 블랙박스 보급이 확대되고 있지만 급발진을 주장하는 차량에서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급발진 주장 현상은 대부분 운전자 본인이 작동시키고 있는 페달이 브레이크라고 확신하기 때문인데, 이번 영상은 페달 오조작을 일으키고 있는 운전자의 특성을 정확히 보여주는 사례라 그 의미가 크다.

해당 영상은 경찰과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의 관련 기관들이 확보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공익목적에서 공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차량결함에 의해 급발진이 종종 발생할 수 있다고 믿는 확증편향이 오히려 사고발생을 부추긴다고 지적도 나온다. 미디어나 유튜버 등이 내놓는 자극적인 급발진 영상에 자주 노출됨에 따라 순간적으로 본인의 착각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페달 오조작에 따른 의도치 않은 가속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행동은 밟고 있는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상상황에 대비해 브레이크 페달을 한 번에 힘껏 밟는 연습을 평소에 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국민들이 급발진 영상을 접하게 되면 감정을 대입하는 경향이 커 과학적, 논리적으로 사건을 바라보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며 "이번 영상 분석 공개를 통해 긴 시간 운전자가 페달을 오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 됐다"고 첨언했다.

한편 전 세계 주요 국가 사이에서 의도하지 않은 가속의 주요 원인이 페달 오조작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유엔 경제 위원회는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ACPE)에 대한 글로벌 평가 기준과 법규 제정을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ACPE를 오래전부터 상용화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ACPE 적용 차량이 확대되면서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와 사상자 수는 최근 10년 간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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