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동구 범일동 일원에 신축 중인 'D건설사 주상복합' 공사장 출입구. '안전실천의 문'이란 문구가 눈길을 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국내 대형건설사 하이앤드급 '주상복합시설' 분양을 앞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부산 동구 공사현장 부지에서 심각한 발암성 물질에 흙더미가 나와 랜드마크를 표방하는 원도심 최고급 아파트에 대한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해당 범일동 일원 '주상복합'은 아파트 3동과 오피스텔 1동으로 구성되는데 지하 5층~지상 최고 69층 3개동 전용면적 94~247㎡ 아파트 998가구는 6월에 먼저 분양하고, 오피스텔 1개동 276실은 추후 예정이다.
사실 공사장에서 오염토는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다만 유해물질 정도 차이와 업체별 대응 방식은 제각각이다. 시행·시공사 D건설 측은 앞서 2022년 11월부터 6개월여간 이곳 현장 부지 전체를 대상으로 선제적 정화작업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이곳 공사 현장에서는 2022년 착공 이후 총 3차례 오염물질이 나왔다. 지난달 진행한 토양 정밀조사(4월 1~16일)에서만 TPH가 769㎎/㎏ 검출됐다. 이는 법적 기준치 500㎎/㎏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TPH는 원유탄화수소 화합물에 대한 총칭이며, 인체에 치명적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
이에 부산 동구청은 지난달 24일 세 번째 오염토양 정화 조치명령을 내린 가운데 시공사 측은 여전히 공사 진행 중이다. 행정 절차상에 오염토 관련 공사중지 법령은 따로 없다.
하지만 앞서 서구 암남동 현대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와 해운대구 중동 롯데캐슬 스타의 경우 공사 중 현장에서 오염토가 검출되자 사업부지 전체에 대해 정밀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들 현장에서는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공사를 전면 중단, 방재 작업이 완료된 뒤 공사를 재개했다.
시공사 측은 공사 중단 대신 자체적으로 오염원을 인근 55보급창으로 추정하고 보급창 경계벽을 따라 흙막이 공사를 진행해 지난달 말 완료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일대는 일제 강점기에 바다와 하천을 육지로 만든 매립지다 보니 어떤 유해물질이 어느 정도 땅속에 묻혔는지 지금에선 파악조차 어렵다. 만일 오염토가 지속 발견될 시엔 준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미 55보급창은 일제 태평양 전쟁기에 일본군 군수 물자를 보관하기 위해 조성되었고 해방 이후 1950년부터 미군시설로 활용됐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사용된 고엽제가 이곳을 통해 입수되었다는 의혹이 그간 제기돼 왔다. 면적은 총 22만3000㎡이고, 미군 기름 저장소, 무기고, 각종 장비 보관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22년 환경부가 55보급창 주변 토양을 조사한 결과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TPH가 검출됐으며 1급 발암물질인 비소와 납, 아연 등 중금속도 기준값보다 최고 19배 검출된 바 있다.
시공사 측은 일각에서 제기된 '55보급창과 아파트부지는 같은 땅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선을 긋는다. 지난 29일 회사 관계자는 "55는 영미 면적단위계 '에이커'를 말한다"며 "만일 아파트부지까지 포함되었다면 '62보급창'이라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55보급창 이전이 대안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해 부산 엑스포 개최가 물거품 되면서 미군 측에 제공할 대체부지 선정에도 제동이 걸렸다. 북항 2단계 또한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라서 개발사업 추진동력이 떨어져 난항을 겪고 있다.
부산 동구청 환경부서 관계자는 "건설사는 오염토 발견 시 지자체에 신고 의무조항은 있지만 이와 관련 현행법에는 공사중지 강제 명령 조치는 할 수가 없다"며 "이곳 현장에서 민원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지속적인 감시를 진행하고 있다"고 나름의 고충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