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장민태 기자
[프라임경제] 한국은행 금통위원들이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물가 상승률이 확실하게 2%에 수렴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 기대하던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 결정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앞서 이날 오전 금통위는 한국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다.
다만 향후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물가를 두고 금통위원 의견이 갈렸다. 금통위원은 의장인 이 총재를 제외하면 총 6명이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5명이 3개월 후에도 연 3.50%로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고, 1명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금통위원들은 "여러가지 물가에 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목표 수준(2%)에 수렴할 때까지 지켜봐야 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드러난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공개된 이번 결정문에 "성장세 개선과 환율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물가의 상방 위험이 커졌다"는 문구가 새로 추가됐다.
직전 4월 결정문은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과 관련된 표현만을 담았다. 하지만 이번 결정문은 "상방 위험이 커졌다"고 수정해 물가에 대한 우려를 더 강하게 나타냈다.
반면, 인하 가능성을 주장한 금통위원은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 총재에 따르면 그는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내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현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은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를 고려하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한국은행은 하반기 금리 인하설에 대해 일축했다. 물가 위험이 커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 시기도 미리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4월 이후 물가 목표 수렴에 대한 확신을 갖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너무 일찍 정책 기조를 전환하면,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도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그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훨씬 더 커진 상황"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