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성공…남은 숙제 "고객 유도책"

충정도·강원도 영업점 신설 계획 "관계형 금융 노하우 활용"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4.05.16 18:01:23

서울정부청사 서문. =장민태 기자


[프라임경제]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받았다. 금융당국이 기존 은행업의 과점 체제를 흔들기 위해 투입한 첫 번째 '메기'다. 다만 실효성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남은 숙제다. 지방은행의 강점인 '관계형 금융'을 내세웠지만, 온라인으로 전국 어디서든 영업 중인 인터넷전문은행과 비교하면 차별화된 부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16일 제9차 정례회의에서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업 인가'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구은행은 전환에 성공한 첫 번째 지방은행이자 32년 만에 탄생한 7번째 시중은행이 됐다.

대구은행은 영업범위가 '전국구'인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3년간 영업점 14개를 확충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위는 대구은행 본점은 대구광역시에 둘 것을 부대조건으로 걸었다. 

대구은행은 구체적인 영업점 신설 지역으로 수도권과 충청도·강원도를 꼽았다. 지방은행 등 경쟁자가 미미한 지역으로 확장해 시중은행 안착을 도모한다는 복안이다.

대구은행이 내세운 강점은 지방은행으로서 축적한 '관계형 금융 노하우'다. 관계형 금융은 은행이 기업의 정량적·외형적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비계량적·정성적 가능성도 평가해 금융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한정된 지역 내에서 기업과 맞대어 영업하던 지방은행이 뛰어난 부분이다.

또 이들은 애플리케이션(앱) 등 자체 비대면 채널 고도화와 외부 플랫폼 제휴를 확대해 고객 접근성 개선에 나선다. 비용을 절감해 낮은 금리의 다양한 상품 제공도 공언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은 신규플레이어 진입으로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며 "은행업 영위 경험이 있는 주체(지방은행)가 업무영역·규모 등을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시일 내 안정적·실효적 경쟁 촉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점체제 흔들 '메기' 역할…실효성 의문은 여전

이번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대한 업계 평가는 냉랭하다.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면서 제기된 실효성 의문에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선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은행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계획됐다. 은행권이 고금리 기조에서 발생한 막대한 이익을 역대급 성과급으로 배분하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제13차 비상경제민생안정회의'에서 "은행의 실질적인 경쟁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곧바로 금융당국은 후속조치로 태스크포스(TF)를 구축했고, 지난해 7월5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방안은 기존 시중은행 중심으로 짜인 은행권 과점 체제의 타파가 주요 목적이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이 방안의 핵심 부분으로 포함됐다.  

이미 앞서 금융당국은 새로운 플레이어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했지만, 은행권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2022년 말 기준 예금 2.6%, 대출 2.0%)에 불과했다. 때문에 단기간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방은행의 전환을 선택한 셈이다. 

DGB대구은행 본점 전경. ⓒ 연합뉴스


문제는 지방은행이 영업범위만 넓어질 뿐, 기존 시중은행 과점 체제를 흔들만한 부분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때문에 시중은행 전환은 방안 발표 때부터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당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방은행 크기가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작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도 당장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제 효과는 대구은행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지금 시중은행에 경쟁자가 늘어난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후 약 10개월이 지난 현재, 16일 대구은행은 논란 속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했다. 그동안 과점체제를 흔들기 위해 마련해 온 준비물은 새로운 지역에서의 관계형 금융과 비대면 채널 고도화다. 

실효성 논란을 잠재우기에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기존 시중은행들은 전신인 한국주택은행과 외환은행 등 과거 특수성으로 많은 고객을 보유하게 된 요인이 하나씩 있었다"며 "즉 시중은행과 경쟁은 고객 유도가 관건인데, 금융소비자가 대구은행을 이용해야 할 요인을 만드는 게 당면한 과제"라고 평가했다.

이어 "디지털 채널은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보다 훨씬 획기적인 부분이 필요한데, 어느 정도 기술력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비대면 창구에 대한 개선은 기존 시중은행들이라고 해서 놀고만 있지 않다"고 첨언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