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콜센터 상담사들이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길거리에 나섰다. = 장민태 기자
[프라임경제] 은행 콜센터 상담사들이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길거리에 나섰다. KB국민은행에서 시작된 상담사들 목소리가 다른 은행으로도 확산 중인 모습이다.
은행권은 장기적으로 AI(인공지능) 상담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이들 마찰은 끝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19일 하나은행 콜센터에서 근무 중인 용역업체 소속 상담사들이 오전 11시 정규직 전환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개최된 이번 기자회견은 정현우 진보당 대전시당 위원장도 참석해 상담사들을 지원했다.
하나은행 콜센터에서 근무 중인 김순자 KS한국고용정보 소속 상담사는 "원청이 헐값에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도급사 상담사들을 향해 갑질하고 있다"며 "하나은행 심사팀 원청직원이 상담사 점수를 차감하면 단순 평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급여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원청과 도급사는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으면서 무슨 권리로 우리 상담사들의 자존감과 직업적인 가치를 떨어뜨리냐"고 분노를 토했다.
콜센터 상담사들이 길거리에 나선 배경은 고용과 임금에 대한 불안이다. 현재 4대(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의 콜센터 상담사는 외부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되고 있다. 구조적으로 문제 해결책이 정규직 전환밖에 없는 셈이다.
최근 KB국민은행 사태와 은행권 AI 상담사 도입이 이들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콜센터 용역업체를 기존 6곳에서 4곳으로 줄였다. AI 상담 기술 발달에 따른 결정이지만, 약 240명의 상담사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후 입찰 된 업체가 고용승계 하면서 일달락됐지만, 대량 실업 위기는 언제든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게 상담사들 우려다. 상담사들은 이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집결하고 있다. 상담 노동자들을 위한 '든든한콜센터 지부'가 지난 1월1일 출범했기 때문이다.
든든한콜센터 지부는 은행 및 보험사 콜센터와 관련된 12개 지회가 소속돼 있다. 이번 하나은행 앞에서 기자회견도 이들이 주도한 행사다. 든든한콜센터 지부는 상담사 정규직 전환 촉구를 은행권 전체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현주 든든한콜센터 지부장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콜센터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는 이야기를 아직 듣지 못했다"며 "저희가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지부 안에 포함할 수 있는 금융권 콜센터 종사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은행 콜센터 상담사들을 위한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며 "근무 중인 은행은 달라도 용역업체가 대부분 같기 때문에 투쟁을 진행하면서 확장에도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지부장은 은행권에 대해 강하게 꼬집었다. 금융그룹에서 가장 수익이 높은 게 은행인데, 정작 고객 문의 창구인 콜센터는 용역에 의존한다는 비판이다.
그는 "KB손해보험처럼 수익이 더 낮은 계열사는 고객센터를 자회사로 운영하고 있다"며 "은행은 AI 도입을 이유로 내세우는데, 실제 상담사들 업무는 AI가 싼 똥까지 치워야 해서 이전보다 더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인 문제는 용역의 구조"라며 "최저입찰제로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내는 회사가 입찰이 되는 구조로는 개선될 수 없다"고 심정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