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GM이 올해 지난해 아쉽게 실패한 국내 부평·창원·보령 공장의 최대 생산 능력인 연간 50만대에 재도전한다. 그리고 성공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꽤 성공적인 실적을 달성하도록 만들어준 쉐보레 소형 SUV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가 올해도 제몫을 해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 때문이다.
2023년 한국GM은 국내 생산 모델, 수입 모델을 다 합쳐 46만8059대를 판매했다. 2022년 대비 무려 76.6% 증가했다. 국내 공장들의 생산량만 놓고 보면 46만481대다.
하지만 업계는 한국GM의 '연간 50만대 자신감'에 다소 부정적이다. 국내 공장 생산량 46만481대 중 수출이 42만9304대일 정도로 수출 물량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데다, 한국GM의 특정 모델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만약 그들이 믿고 있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가 신차효과가 빠져 흥행이 장기화하지 못한다거나 예기치 못한 결함이 발생해 부진한다면 판매량이 무너지기 쉬운 구조다. 더욱이 국내 판매의 경우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판매비중이 무려 61%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제너럴 모터스의 글로벌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쉐보레의 엔트리 모델이다. ⓒ 한국GM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의 경우 다양한 모델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지만 특정 모델을 제외하면 나머지 라인업에서는 수요층이 약하다"며 "한쪽으로 쏠려있는 시장 수요를 다른 차종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출이 한국GM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글로벌 하청기지 전락'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냉혹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한국GM을 향해 자생력을 잃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한국GM은 국내에서 여러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보기 어렵다. 국내 생산 모델과 GM 글로벌 수입 모델을 함께 판매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은 수입 모델들이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고 지난해 7개 모델들이 4000여대를 판매하는데 그쳤고, 멀티 브랜드 전략을 더하긴 했지만 사실상 GMC 시에나 하나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GM은 2018년 KDB산업은행과 '한국GM 경영정상화 방안'에 합의하며 산업은행의 지분율에 맞춰 7억5000만달러(당시 8000억원)라는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GM은 한국GM 생산설비 등을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GM은 창원공장에 9000억원, 부평공장에 2000억원 총 1조1000억원의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역대 가장 큰 규모였다.
문제는 이런 투자가 오직 트랙스 크로스오버만을 위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물론 국내 투자가 이뤄진 덕분에 한국GM의 지난해 판매량이 2015년 이후 최대 판매를 기록하긴 했지만, 국내 생산 모델 보다 수입 판매 모델 라인업이 더 다양해진 탓에 한국GM은 국산차 타이틀을 달기 애매해졌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GM의 부평공장에서 전량 생산 및 수출되고 있다. ⓒ 한국GM
한국GM도 이를 의식한 듯이 자신들이 '한국GM'보다는 'GM 한국사업장'이라고 불리기를 원한다. 한국GM은 "GM 일원으로써 사명과 소명을 다하기 위함"이며 "GM 한국사업장은 본사가 미국에 있는, 뼛속까지 미국 브랜드"라고 외친다.
무엇보다 한국GM은 2025년까지 총 10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인데, 여기서도 국내 생산 모델이 전무하다. 한국사업장의 공장에서 전기차를 배정해서 생산하려면 또 다른 투자가 진행돼야하는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국내 공장의 전기차 생산 시설 유치와 관련해 한국GM은 "GM의 한국 공장 생산 계획에 전기차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며 "전기차 생산 결정은 GM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연계가 돼야만 확정될 수 있는데, GM은 이런 결정 절차를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한국GM 노조는 줄곧 부평2공장을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부평2공장은 말리부와 트랙스 단종에 따라 2022년 11월 이후 생산 가동을 완전히 멈춘 상태다. 또 부평1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트레일블레이저와 뷰익 앙코르 GX의 경우에도 오는 2026년 3월 단종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까지 국내 출시되는 GM의 전기차 10종. ⓒ 한국GM
노조 입장에서는 상당한 고용 타격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전기차 생산이 절실하다. 전동화 가속화 등 자동차산업이 변혁기를 맞은 가운데 전기차 생산 일감 확보에서 자신들이 제외된 만큼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 국내 공장 내 전기차 생산 유치를 주장할 수밖에 없다.
반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요구되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물량을 최대한 맞춰야 하는 여러모로 행복한 고민에 빠진 한국GM은 부평2공장 내 전기차 생산 유치를 고려할 필요가 급하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 계획이 없는 것은 사실상 한국GM의 활용도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GM은 자신들의 미래가 전동화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한국GM에게는 투자할 돈이 없다고 전기차 생산의 기회를 전혀 주지 않고 있는 모습은 여러 논란을 자초하는 꼴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차 생산 배정이 없을 경우 앞으로 상당한 고용 타격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은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 생산에 집중해 힘써야 한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