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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호동 후보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농축협 수익센터로 혁신할 터"

'추가정산 1조 원' 특별회계 수익력 복원프로젝트 즉시 가동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4.01.16 19:21:13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후보.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오는 25일 17년만에 직선제로 치러진다. 총 8명이 후보자 등록을 마친 가운데, 강호동 후보가 16일 농축협 도농 격차 문제 해결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강 후보는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의 특별회계 운용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호금융을 수익센터로 만들어 조합 간 상생금융을 견인하는 지원센터 역할도 맡기겠다는 게 강 후보의 복안이다.

농협중앙회장에 당선이 되면, 그는 취임 즉시 특별회계 수익력 복원프로젝트를 가동해 상호금융 자산운용체계 혁신에 나설 계획이다. 

강 후보는 "특별회계 운용수익률을 1%만 올려도 '추가정산 1조 원'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경남 합천율곡농협의 강호동 후보와 중앙회 상호금융 현안·혁신 방안에 대한 일문일답을 나눴다.

-합천율곡농협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1987년에 율곡농협에 입사해 농업 현장에서 보낸 세월만 올해로 38년째다. 율곡농협은 전국에서 몇 안 되는 1개 면 단위 단일농협이며 경제사업에 강점을 지닌 농촌형 조합이다. 저의 일관된 경영철학은 작지만, 강한 농협을 만드는 것이며, '경제사업에 강한 농협'에 길이 있다는 믿음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금은 율곡농협이 위기에 강한 강소 조합으로 널리 알려져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 또한, 율곡농협은 전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협이 직접 농장을 운영하는 생장물 사업을 운영했던 곳으로 더욱 유명하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생산·가공·판매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있는데, 이는 지금의 농작업 대행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밑거름이 됐다. 농협 존재 이유는 '농민'이고 존재 가치는 '판매농협' 구현이라는 비전을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농축협 도농 격차 문제에 대한 인식이 궁금하다 
▲농축협 균형 발전은 협동조합이 직면한 시대정신과도 같다. 상호금융은 1969년 출범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여·수신 규모가 800조 원에 달하는 지역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만큼 농축협 경영에서 신용사업이 차지하는 역할과 기능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농축협의 금융사업이 성장하면 할수록 농촌 조합이 더 어려워지는 금융 양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신용사업 기반이 취약한 농촌 조합들은 저출산·고령화 등 농촌소멸의 직격탄을 맞아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협받고 있다. 따라서 농축협 도농격차 문제는 협동조합의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농촌 조합이 어려운 현실적 이유는 무엇인가
▲금융 양극화도 농축협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지만, 더 큰 문제는 신용사업이 부진하면 경제사업으로 연결되는 환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축협은 신용사업 실적으로 경제사업을 지원하는 선순환이 잘 이루어져야 내실 있는 성장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농촌은 도시에 비해 이러한 환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경제가 어려울 땐 대출수요가 부진해 여유자금 운용 부담이 늘어나 조합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에, 경제가 좋을 때는 대출과 함께 부실 위험도 늘어나 힘들어하는 농촌 조합들이 많다. 최근 상호금융의 부실채권이 급증세를 보여 걱정된다. 

따라서 조합간 도농격차 문제를 개별 조합의 경영 문제로 접근한다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도농 격차 문제는 협동조합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 위험인 만큼, 범농협 차원의 근본 대책이 필요한데, 그 중심에 중앙회 상호금융이 있다.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해 달라
▲중앙회 상호금융이 견고해야만 지역 농축협이 신용사업을 통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 농축협의 수익력을 높이는 수익센터인 동시에 조합간 상생금융을 견인하는 지원센터가 되어야 한다. 올해 전국 228 시군구 중 절반 이상인 118곳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지방소멸 위험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지역 농축협이 직면한 금융 양극화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협동조합 현안이다. 농축협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중앙회 상호금융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농축협 관점에서 보면, 상호금융 특별회계가 더 중요하다. 자금 원천이 농축협의 예치금이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특별회계가 상호금융연합회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농축협이 여유자금 등을 특별회계에 예치하면 특별회계가 이를 잘 운용해 예치금 이자로 돌려주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에 있는 농축협들은 추가정산이 손익결산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특별회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상호 특별회계의 존재 이유가 지속 가능한 추가정산에 있는 이유다.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당면 현안을 꼽는다면
▲가장 큰 현안은 농축협과 금융지주 간 사업경합 문제다. 농축협과 금융지주가 표면적으로 협력하면서도 선택적으로 경쟁하는 복잡한 관계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불과 지척의 거리에서 농축협과 농협은행이 고객 유치를 위해 점포 경합을 벌이면, 금리와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축협이 밀려날 수밖에 없다. 계열끼리 경합하는 비효율은 사업 측면에서도, 협동조합의 소유·통제 원칙에서도 문제가 있다. 농협은행은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경쟁력을 높이고, 농축협은 지역금융 기반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가장 큰 현안은 상호 특별회계가 수익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농축협의 신용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특별회계는 120조 원이 넘는 굴지의 자금운용기관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특별회계의 운용수익률은 지극히 저조할 뿐만 아니라,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안전하기로 유명한 국민연금도 최근 4년 동안 5%의 수익률을 올렸는데, 특별회계 수익률은 그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처럼 운용 역량이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농축협 경영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작년에는 매년 5000억 원씩 지급해 왔던 추가정산마저도 시행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문제만큼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상호금융 추가정산 확대를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
▲상호금융의 존재 이유가 지속 가능한 추가정산에 있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중앙회장에 당선되면, 취임 즉시 특별회계 수익력 복원프로젝트를 가동해 상호금융의 자산운용체계를 혁신하겠다. 이를 위해 상호금융 자산운용본부에 조직과 인력 방화벽을 높이 세워 전문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특별회계 운용수익률을 1%만 올려도 '추가정산 1조 원' 시대를 열 수 있다. 특히 농협의 조직 문화가 자산운용본부에 스며들며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농협다움의 관행을 반드시 해결하겠다. 외부 전문역량을 과감하게 수혈하고 성과 기반의 조직 문화를 도입해서라도 시장과 견줄 수 있는 수익력을 반드시 복원하겠다. 추가정산은 상호금융이 농축협을 위한 수익센터로 거듭나는 시발점이다. 농축협이 모든 여유자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실력을 키우고, 이를 지속 가능한 추가정산으로 증명하겠다. 

농협중앙회 본관 전경. ⓒ 농협중앙회


-'도농상생예치금' 신설은 어떻게 구상 중인지
▲도농상생의 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실행 방안을 추진하겠다. 구체적으로, 정기예치금에 '도농상생예치금'을 신설해 농촌이나 영세 조합들에 '도농상생금리'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농상생예치금의 규모나 방식, 금리 등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겠으나, 신용사업 기반이 취약한 지역 농축협이 체감할 수 있는 해법을 만들어 내겠다.
   
조합간 성장 격차는 농축협뿐만 아니라 중앙회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다. 상호금융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도농상생의 시대정신을 제도로 지원하는 것인데, 이는 정기예치금에 대한 금리조정을 통해서만 가능해진다. 물론, 지금도 일부 조합들을 대상으로 약간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러한 지엽적인 방식으로는 결코 협동조합이 직면한 도농격차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 

-금융지주 조합공개가 사업경합을 해소할 수 있는지 
▲농축협이 2대 주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금융지주 조합공개'를 추진해 계열간 사업경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 중앙회는 금융지주 지분을 100% 소유한 1인 지배주주다. 농축협이 2대 주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농축협과 금융지주가 경합하는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겠다. 따라서 금융지주 조합공개는 중앙회가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농축협이 농협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는 농축협과 금융지주가 본질에서 벗어나 경합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소유, 통제 원칙이 모호해져 발생하는 문제다. 농축협을 축으로 협동조합의 지배구조를 바로 세워, 협동조합금융이 서로 밀고 끄는 상생금융의 길을 열겠다. 농협은행은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농축협은 지역금융 기반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직 개편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지역본부 상호금융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는 농축협 신용사업을 지원하는 병참기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지역본부 내에 편재된 지금의 상호금융 조직으로는 농축협을 지원하는 수익센터의 소임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농축협 신용사업을 지원하는 현장 밀착형 조직으로 역할과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농축협 특성에 맞는 여신 전략이나 리스크관리 전략도 현장 조직이 해야 할 일이다. 자산관리 서비스 등과 같은 비이자이익 사업도 현장에서 지원하고, 펀드 판매, 외국환 취급 등과 같은 신사업 전략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지역본부 조직을 대폭 확대해서라도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지원이 가능한 실사구시 조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상호금융 독립법인화'에 대한 견해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상호금융 독립법인화' 문제는 애써 외면하거나 방치하기보다는 범농협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상호금융을 축으로 '원-뱅킹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인 동시에, 협동조합의 지배구조를 더 튼튼하게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중앙회에서 상호금융을 분리하거나 하나가 하나를 밀어내는 배타적 충돌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상호금융 독립법인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자본제약 문제다. 먼저, 농축협이 참여하는 '금융지주 조합공개'를 통해 일차적으로 자본조달 부담을 낮추면, 상호금융 독립법인화를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 일례로, 상호금융이 중앙회에서 독립해 농축협이 출자하는 연합회로 전환하고, 연합회가 중앙회가 보유한 금융지주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열어 놓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who is?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1963년생 △경남 합천 △전 농협중앙회 이사 △농협부산경남유통 이사 △농민신문사 이사 △전국품목별협의회 회장단 부의장 △한국딸기생산자대표조직 회장 및 자조금 관리위원장 △2018년 법무부장관 표창·2017년 철탑산업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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