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DG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3연임이 유력했던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용퇴를 선언하면서다. 외부출신 후보 선정에 예의주시 중인 금융당국 입김도 인선 과정 변수가 되고 있다.
16일 DGB금융에 따르면, 김태오 회장이 지난 12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DGB금융 회추위는 지난해 9월25일부터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김 회장은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으면서 3연임 도전이 유력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현임 회장의 '셀프 연임'에 칼날을 겨누고 있는 가운데, 연임 걸림돌인 연령제한 내부규정을 개정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회추위는 이르면 이번 주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할 방침이다. 2차 후보군(숏리스트)은 내달 중순 선정돼, 한 달간 후보에 대한 검증과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김 회장이 용퇴를 선언하면서 내부 인사에서는 △황병우 현 대구은행장 △임성훈 전 대구은행장 △김경룡 전 회장 직무대행 3인이 후보로 언급된다. 이 중 두 전·현직 대구은행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은 은행장을 거쳐온 인물들이 맡았기 때문이다.
황 행장은 김 회장의 측근이다. 김 회장이 지난 2018년 취임했을 때 그룹 비서실장을 맡았으며, 김 회장이 2019년 대구은행장을 겸임했을 때는 은행장 비서실장으로 손발을 맞췄다. 이후 임원에 오른 그는 그룹 내 인수·합병을 총괄한 경영 전문가다.
아울러 현재 DGB금융이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황 행장 기용에 힘을 실어준다. 시중은행 전환의 밑 작업부터 함께 해 온 현직 은행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에서 DGB금융 인선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이후부터 금융지주 회장 인선에 대한 개선 강도를 높여오고 있다. 김 회장 사퇴에도 이 원장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금융권 중론이다.
앞서 이 원장은 "현 회장이 연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꾼다는 건, 축구 시작하고 중간에 룰을 바꾸는 것과 같다"며 "제가 아는 DGB금융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선임 과정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이번 DGB금융 인선 과정이 모범관행 발표 이후 치러지는 첫 사례인 셈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모범관행 발표 이후 "외부 인사가 현 은행장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의 들러리를 서는 형태로 선임절차를 진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황 행장 등 내부 출신 인사에 후보군이 쏠려서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DGB금융 회장 인선과 관련된 하마평은 무성하다. 내·외부 후보군이 공개되기 이전까지 여러 인물이 오르내릴 전망이다. 일단 회추위에서 차기 회장 후보 자격 요건을 '금융기관 20년 이상 종사자'로 정하면서 관료 출신이 등장할 가능성은 작다.
외부출신 중 유력하게 거론된 인물은 이경섭 전 농협은행장과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이다. 이들은 지난 2018년 DGB금융 회장 최종 후보에도 올라 김태오 회장과 경쟁을 벌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외부 후보군 선정과 지원에 막대한 관심이 있어, 회추위도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라며 "모범관행 발표 이후 처음 치러지는 회장 인선이다 보니, 금융당국뿐 아니라 금융사들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