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은행권 화두는 '상생금융'이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자는 고통을 호소하고, 은행권은 이자이익에 역대급 수익을 벌어들였다.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자 정부와 국회가 나서 사기업인 은행에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올해도 배불린 은행...커지는 고통분담 요구
21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은행 누적 순이익은 19조5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조4000억원 늘었다.
은행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비결은 올해도 이자이익이다. 국내 은행이 3분기까지 실현한 이자이익은 4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40조6000억원 대비 3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대출자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기관인 은행은 기본적으로 예금과 대출의 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에서 이익을 남긴다. 하지만 올해 은행은 예대마진을 늘리지 않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올해 2월 1.78%p를 기록한 이후 서서히 낮아져 지난 10월 1.29%p까지 축소됐다. 주요 금융 선진국인 홍콩의 예대금리차가 3분기 기준 5.35%p인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자이익이 늘어난 원인은 대출자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국내은행 순이자마진(NIM)은 올해 들어 연속 하락했지만, 이자수익 자산은 2분기부터 3분기까지 무려 37조2000억원이 늘었다.
◆곳간 연 하나·신한은행, 냉랭한 정부·국회
은행권의 불법 영업은 없었지만, 이들을 향한 초과수익 관련 비난은 계속됐다. 보수 진영 대통령부터 진보 진영 야당 당대표까지 직접 비판했다.
이에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발언한 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각각 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같은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모든 계열사를 불러 모아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추가적인 방안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곧바로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하지만 '은행 때리기'는 멈추지 않았다. 야당은 횡재세 도입 추진을, 정부와 여당은 상생금융 확대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1000억원 수준의 지원은 국회와 정부 모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지원 규모로 횡재세와 동일한 수준을 요구했다. 현재 발의된 법안에 따른 2023년 기준 횡재세 규모는 약 2조원 수준이다. 정부가 은행에 횡재세와 상생금융 중 양자택일을 제안한 셈이다.
◆'역대 최대 규모' 상생금융 택한 은행권
결국 은행권은 역대 최대 규모의 상생금융을 택했다. 업계는 은행이 사기업이지만 금융당국에서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연합회는 21일 오전 금융당국과 개최한 간담회에서 2조원+α(알파)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은행 수장들이 21일 은행연합회 간담회에 참석해 2조원+α(알파)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지원은 공통 프로그램(1조6000억원)과 자율 프로그램(4000억원) 두 가지로 이뤄진다. 우선 은행권이 개인사업 대출자에게 총 1조4000억원 규모로 이자환급을 실시한다. 이자환급 금액은 대출금 2억원을 한도로 1년간 4% 초과 이자 납부액의 90%다. 대출자당 최대 환급 금액은 300만원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지원액은 85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번 지원은 별도 신청 절차 없이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지원대상을 선정해 대상 대출자에게 이자환급금을 제공할 예정이다. 시행시기는 내년 2월부터다.
남은 4000억원은 은행별 자율 프로그램에 의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비롯한 취약계층 지원으로 활용된다. 지원 방법은 소상공인 전기료 및 임대료 지원과 보증기관·서민금융진흥원 출연 등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국민을 착취한 것처럼 묘사되고 있어 당황스럽긴 하지만, 향후 성장이 제한될 수 있는 횡재세보다 좀 더 자체적으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옳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