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오는 21일 중앙회장 선거를 실시한다. = 장민태 기자
[프라임경제]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새로운 수장 선출에 나선다. 전임 회장이 금품수수 혐의를 받는 가운데, 신임 회장이 처리해야 할 당면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출마한 후보들에 대한 능력 검증이 어느 때보다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오는 21일 중앙회장 선거를 실시한다. 이번 선거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설립 이래 처음으로 1291개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투표하는 직선제로 진행된다.
이제 후보들은 기존 대의원 350명이 선출하던 간선제 방식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유권자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유권자와 이해관계보다 개별 능력치가 선거 승패를 가르는 셈이다.
후보는 △김경태 우리용인새마을금고 이사장 △김인 남대문새마을금고 이사장 △김현수 더조은새마을금고 이사장 △송호선 MG신용정보 대표 △최천만 부평새마을금고 이사장 △이순수 전 안양남부새마을금고 고문 △우기만 남원새마을금고 이사장 △이현희 북경주새마을금고 이사장 △용화식 송정군자새마을금고 이사장 총 9명이 출마했다.
선거에서 중점으로 살펴봐야 할 부분으로 후보자가 보유한 건전성 관련 경영 능력과 내·외부 소통 능력이 꼽힌다. 새마을금고 위기가 건전성 우려에서 촉발됐기 때문이다. 올해 초 일부 금고에서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로까지 번질 뻔 했다.
아울러 현직에 있던 중앙회장이 금품수수 혐의를 받게 되면서 새마을금고 신뢰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이에 정부 주도로 꾸려진 경영혁신자문위원회는 중앙회장 권력 축소와 개별 금고 감독 강화를 골자로 한 방안을 내놓았다. 목줄에 가까운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정부·국회와 소통할 인물이 필요한 상태다.
선거는 총 9명의 후보가 위기에 빠진 새마을금고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면서 혼전 양상이다. 중앙회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인 이사장과 김현수 이사장 등 중앙회 요직을 거쳐온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맞서 김경태 우리용인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경태 이사장이 앞서 거론된 건전성 관련 경영능력과 소통 능력을 모두 보유한 후보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그가 진두지휘 중인 우리용인새마을금고 연체율은 2.66%로 후보들이 운영 중인 금고 중 낮은 편에 속한다. 부실 채권인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2.75%로 타 후보가 소속된 금고의 10.89% 대비 8.14%p 적다.
건전성 유지 비결에 대해 김 이사장은 "대출이 시스템에 의해서만 나가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이사장 개입 없이 직원들이 꾸려진 시스템에 따라 보수적으로 굴러가도록 큰길만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말해 무리한 대출은 안 하는 게 비결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비중이 한곳에 치우치지 않도록 포트폴리오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건전성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중앙회를 대표하겠다는 이가 본인 금고도 관리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올해 들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대두된 상황에서도 연체율은 새마을금고 전체 평균(5.41%)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김 이사장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저희 금고 연체율이 0.05%에 불과했는데, 지금 소폭 상승한 수치가 뼈아프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건전한 금고 이미지 때문인지, 우리용인새마을금고는 예·적금을 가입하기 위한 금융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저축성예수금은 상반기말 기준 2523억1600만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995억500만원이나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새마을금고에 예금 대량 인출 위험이 발생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김 이사장은 본인 금고에서 축적해 온 건전한 DNA를 중앙회에 이식할 계획이다. 그가 진단한 중앙회 문제는 '소통 부재와 투명성'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숨기려고 해왔던 기존 행태가 사태를 키웠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이사장은 "예전부터도 이야기가 많았던 건데, 중앙회와 개별 금고간 커뮤니케이션이 별로 없다"며 "개별 금고는 뭐든 이야기하면 제재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중앙회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니 문제가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생각한 게 조합원·금고·중앙회 공동 소통 창구인 '85MG' 애플리케이션(앱)"이라며 "이사회 결의 내용을 비롯해 연체율과 각종 갑질 신고 등을 24시간 이내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목표"라고 첨언했다.
그가 제시한 중앙회 역할은 금고 지원 기관이다. 권위적으로 감시·감독에 나서면, 금고는 문제를 더욱 숨긴다. 중앙회가 금고와 수평적인 관계에 서서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내 함께 해결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 이 때문에 김 이사장은 정부와 중앙회에서 도출한 새마을금고 혁신 방안에 대해 '급진적 개혁'이라고 혹평했다.

김경태 우리용인새마을금고 이사장. ⓒ 우리용인새마을금고
김 이사장은 "중앙회를 내부부터 싹 다 정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하지만 현재 이야기된 혁신안은 모든 규제를 모아놨기 때문에 한 번에 실행하면 영세한 금고가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급진적 개혁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연착륙이 중요하다"며 "새마을금고의 성장과 신뢰 확보를 위해 조직 혁신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이사장의 포부가 이뤄지려면 정부 및 국회와 소통능력이 필수적이다. 정치권은 여전히 새마을금고 감독권한을 기존 행정안전부에서 금융감독원으로 이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감독권한을 가지게 되면 새마을금고에 대한 압박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 김 이사장의 이력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과 국회의장 비서관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지난 2008년 미국 국무부 산하 ACYPL로 부터 차세대 정치인 리더로 선정된 바 있다. 촉망받던 정치인이었던 그가 중앙회 전면에 나서면, 외부 소통은 무리 없다는 관측이다.
김 이사장은 "그간 소통 부재로 인해 새마을금고에 너무한 법안들이 통과되고 있는 것을 봐왔다"며 "(외부 소통은) 제가 가장 강점인 부분이고, 홍보 측면에서도 좀 더 많은 분들을 만나 대화하면 새마을금고 이미지가 좋아질 텐데 굉장히 아쉽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