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어느덧 3년째 표류 중인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합병이 중대 고비를 만났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30일 긴급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 매각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일단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에 조원태 회장이 그동안 내비쳤던 자신감과는 달리 해외 경쟁당국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움직임이 사뭇 다르게 흘러가면서 합병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30일 오후 2시 서울 모처에서 회의를 열었으나, 오후 9시30분께 가부 결론을 내지 않은 채 정회했다. 더욱이 31일까지 EU 경쟁당국에 시정조치안을 내야 하는 만큼 곧바로 다시 이사회가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오는 11월2일 다시 이사회를 열어 논의를 재개할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진행 중인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에 대해 검토했으나, 해당 사안에 대한 표결을 완료하지 못했다"고 31일 공시했다.
또 대한항공은 "EC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에 유럽 4개 노선에 대체 항공사(remedy taker)가 진입하기 위한 당사의 지원 방안 및 신주인수계약 거래 종결 후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분할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화물 부문 매각과 관련해 조만간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정조치안 제출 관련해서는 EU 집행위 측에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재검토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당초 결론 도출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사회를 앞두고 사내이사 1명이 돌연 사임을 표하는 등 이사진 내부 진통이 일면서 결정에 따른 부담이 커진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이날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검토했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시정조치안의 골자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분할 매각이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두 기업의 결합 시 여객·화물 노선의 경쟁제한(독점) 가능성을 이유로 슬롯 반납과 화물사업 매각 등의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무엇보다 이번 화물사업 매각 여부는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향방이 걸려 있는데, 사외이사 일부가 화물사업 매각 시 주주에 대한 배임 소지와 노조 반발 등을 우려해 매각에 반대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이사진들 사이에서는 대한항공과의 합병만이 아시아나항공의 유일한 살길이라는 주장과 화물사업까지 매각하며 합병하는 것보다 제3자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맞서는 양상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대한항공과의 합병 명운도 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화물사업 분리 매각 부결 시 EU 승인 문턱을 넘지 못해 사실상 합병 무산 수순을 밟게 된다. 가결 시에는 대한항공은 이 내용을 담아 EU 집행위원회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하면 된다.
업계는 처음부터 EU의 승인여부를 가장 우려스러워했다. EU가 수차례 기업결합심사에서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 왔던 탓이다.
일례로 캐나다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샛의 합병을 승인하지 않았고, 에어캐나다는 EU의 슬롯 반납 요구가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인수를 자진 철회했다. 한국에서는 일부 선박에 대해 독점이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EU의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물론,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위해 이미 영국과 중국에 일부 슬롯을 반납했는데, EU의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더 많은 슬롯을 유럽에 넘겨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한항공은 EU의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는데 집중해왔는데, 그들의 생각보다 EU가 더 어려운 조건을 제시한 듯하다"며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수익이 줄어들 걸 알면서 슬롯을 더 내놔야하는 상황이다 보니 곤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합병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조원태 회장 리더십에 흠집도 불가피해진다. 앞서 조원태 회장이 공개적으로 "합병에 100%를 걸었고,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을 성사시킬 것이다"라고 밝히는 등 강력한 합병 의지를 드러내 왔는데,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비판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또 EU뿐 아니라 여전히 △미국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승인도 남아 있다. 필수신고국가 중 어느 한 국가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반대할 경우 두 회사의 기업결합은 결국 무산된다.
한편, 대한항공은 30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기업결합 관련 사항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7000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