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PO 성수기 속에 중소형주들의 약진은 두드러지고 있지만, 이른바 '대어'들은 대부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박기훈 기자
[프라임경제] 최근 코스피 지수가 2300선 밑까지 추락하고 코스닥 지수 역시 700선 붕괴 공포에 빠질 정도로 국내 증시사 침체기에 빠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공모주 시장은 훈풍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이른바 대어로 꼽혔던 종목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마지막 남은 총알'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투심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을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10월 성수기, 중소형 IPO '흥행 러시'
긴 추석 연휴 이후 10월은 기업공개(IPO) 성수기를 맞았다. 10월에만 총 15개(스팩 제외) 기업들이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마무리했거나 현재 진행형에 있다.
이들은 최근 국내증시의 악화 속에서도 흥행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과 27일 청약을 진행한 무선통신(RF) 필터 파운드리 전문기업 쏘닉스는 경쟁률 773.9대 1을 기록했으며, 청약액의 절반을 선 납부하는 증거금은 약 2조6000억원이 몰렸다. 앞선 수요예측에선 공모가를 희망 범위(5000원~7000원) 상단을 초과한 7500원으로 확정지었다.
앞서 지난 23일과 24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실시간 스마트 헬스케어 솔루션 제공 기업 유투바이오는 12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이에 따른 청약 증거금은 약 7989억원으로 집계됐다. 유투바이오 역시 수요예측에서 최종 공모가를 희망밴드(3300원~3900원) 상단 초과인 4400원으로 결정지었다.
같은 기간 공모청약을 실시간 이차전지 정밀금형 부품 및 소재 전문 업체 유진테크놀로지 역시 경쟁률 1506.58대 1을 기록했다. 증거금은 약 3조3600억원을 기록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희망 범위(1만2800원~1만4500원) 상단가를 넘어선 1만7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한 바 있다.
이러한 훈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0월31일과 11월1일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하는 비아이매트릭스의 경우, 지난 25일까지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산 수요 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범위(9100원~1만1000원) 상단을 상회하는 1만3000원으로 확정하며 흥행을 점찍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981대 1을 기록했다.
상장을 주관한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많은 투자자 분들께서 유투바이오의 미래 성장성과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 확장성을 높게 평가하며 청약에 적극 참여해주신 것 같다”며 “수요예측에 이어 청약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이며 다시 한번 유투바이오의 경쟁력을 증명했다”고 전했다.
10월31일과 11월1일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하는 비아이매트릭스의 경우, 지난 25일까지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범위(9100원~1만1000원) 상단을 상회하는 1만3000원으로 확정하며 흥행을 점찍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981대 1을 기록했다.
이밖에 CAR-T 치료제 전문 기업 큐로셀, 우주산업 '다운스트림(Downstream)' 분야 토탈 솔루션 기업 컨텍도 수요 예측을 앞두고 있다.
◆ 가라앉은 '大漁'…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운명은?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 '대어급' 업체들의 앞길은 안개 속에 있어 IPO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서울보증보험-에코프로머티리얼즈로 이어지는 잇단 '조(兆) 단위' 흥행을 기대했던 IPO 시장은 분위기가 역전됐기 때문이다.
'안타'를 쳤던 두산로보틱스와 달리 SGI서울보증은 '아웃'됐다. 지난 23일 서울보증보험은 "현재 시기가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시기라 판단해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광열 SGI서울보증 대표이사가 지난 12일 여의도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 박기훈 기자
SGI서울보증은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코스피 상장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 다수는 공모가 희망밴드(3만9500~5만1800원) 하단 이하의 가격을 제시했다. 기관 수요예측 마지막 날인 지난 19일 대다수 기관들이 공모가 하단 미만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SGI서울보증보험의 상장철회 여파를 이겨내고 투심회복에 한 축을 담당할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순탄치 만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실적 및 업황 부진 등으로 이차전지주들이 최근 하락세를 면치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GM이 당초 내년 중반까지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며 "이것은 전기차(EV) 시장 전망이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앞서 현지시간으로 지난 18일 장 마감 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해당 발표에 따르면 일반회계기준(GAAP) 순이익은 18억5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2억9200만달러)보다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 속에 에코프로(086520), 에코프로비엠(247540),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 등 에코프로 3형제가 모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모회사인 에코프로는 최근 주가가 60만원대로 주저앉으며 150만원을 웃돌던 지난 7월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상황이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도 부정적인 편이다.
오너리스크도 발을 잡는다. 이동채 에코프로 전 회장과 관련해 부당이득 논란에 이어 지난 23일 지분 무단도용 논란이 불거지는 등 난감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한줄기 빛'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에코프로머티리얼즈
◆ 그래도 믿는다…"투자 매력도 높아"
그래도 업계에선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한줄기 빛'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단순히 '한탕심리'를 노리는 공모주 투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투자 포인트가 분명한 기업이라는 평가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차전지 양극재의 원재료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업체다. 주요 판매 제품으로는 하이니켈 배터리에 탑재되는 NCM811 전구체이며 NCM9½½ 전구체 생산도 진행 중이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이차전지 업체 중 생산능력(CAPA) 증설 및 생산을 가잔 빠르게 할 수 있는 업체"라며 "이차전지 주 수요처가 전기차 시장으로 확대되며 고용량·고출역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하이니켈 위주의 시장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타 업체들과 3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확보한 동사가 국내에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라며 "희망 공모가(3만6200원~4만4000원)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0~24배로 동종 업체들의 평균치 25배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진단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 양극재 산업이 향후 소비하게 될 전구체 물량 중 내재화 비중은 현재 10%가 채 되지 않는다."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령 상 양극재 부가가치 창출 분의 50% 이상을 FTA 체결국에서 창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에코프로가 중장기 전구체 내재화 비중 33%를 제시한 것을 감안하면, 전구체 산업은 추가 증설 및 수주 모멘텀이 여전히 살아있다"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경우 현재 전구체 수입 단가 및 이들의 증설 계획을 고려할 때, 3조9000억원의 기업 가치 도출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정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한국 최대 규모의 하이니켈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7년 생산능력 21만톤을 목표로 가파른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와 더불어 올해 상반기 기준 불량률은 0.41% 불과하기에 양산 기술력 또한 이미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내년 미국의 우려해외집단(FEOC) 선정 이후 중국 의존도 축소 움직임은 본격화될 것"이라며 "하이니켈 전구체 뿐만 아니라 니켈·망간계 소재(NMX)·리튬과잉산화물(OLO) 등의 차세대 양극재용 전구체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대한 고객사 선호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역시 자체적으로 투심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3일부터 싱가폴과 홍콩에서 투자 설명회를 진행하며 이차전지 소재 생태계 구축을 통한 시너지 등을 집중적으로 홍보 중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을 30일부터 11월3일까지, 일반청약을 11월8일과 9일로 진행하고 오는 11월 중순 코스피에 입성할 예정이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