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북 협력 축소'를 골자로 한 정부 경제 협력 방안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됐다. 현 정부 셈법에 따라 남북협력기금 수탁기관인 수출입은행의 조직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2일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통일부 예산·기금안'에 따르면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예산은 8742억원으로 올해(1조2125억원) 대비 28% 줄었다. 남북협력기금 예산이 1조원 아래로 낮아진 건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내년도 통일부 예산·기금안에 따르면 남북협력기금 예산이 올해보다 28% 축소된다. ⓒ 연합뉴스
금융권은 이번 예산 축소에 대해 정부 대북 정책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은 지원 성격이 강한 남북경제협력에 비판 수위를 올려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2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주문했다.
이어 "앞으로 통일부는 북한 동향 분석과 대응 및 북한 인권 관련 업무 등을 주로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해당 기금이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사실상 잠들어 있다는 점도 예산 축소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022년 남북협력기금은 1조2714억원으로 편성됐으나 실제 집행 금액은 779억원에 불과했다.
현재 남북협력기금 수탁기관은 수출입은행이다. 수출입은행에서 남북협력기금 관련 업무는 남북협력본부가 맡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남부협력총괄부 △남북경제협력부 △남북교류협력부 △북한·동북아연구센터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남북경제협력부는 경제협력·교역의 자금대출과 보험 및 대북차관을, 남북교류협력부는 인도적·이산가족교류·사회문화교류 지원을 맡고 있다.

수출입은행 남북협력본부 조직도. ⓒ 수출입은행 홈페이지 갈무리
업계에서는 현 정부 대북관이 '대북지원 축소'와 '인권 관련 업무 증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경제협력부와 남북교류협력부가 개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조직개편 여지는 크지만, 내년도 예산안 내용이기 때문에 아직 검토를 개시하지 않았다"며 "연말쯤 되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의 대북 협력은 줄어든 반면, 대외 협력은 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한국·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에서 60억달러(8조328억원) 규모 금융패키지를 발표했다. 금융패키지는 아프리카를 지원하기 위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15억달러 차관 △경협증진자금(EDPF) 1억달러 차관 △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 등으로 구성됐다.
이밖에 정부는 올해들어 △우크라이나(20억달러) △캄보디아(15억달러) △엘사바도르(2억1000달러)에 EDCF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수출입은행은 대외 경제협력 확대에 따른 조직개편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DCF와 EDPF는 개발도상국 정부에 장기·저리로 자금을 빌려주기 위해 마련돼 수출입은행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EDCF는 정부 출연금으로, EDPF는 정부 재원과 수출입은행이 차입한 재원으로 조달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남북협력기금은 통일부, EDCF는 기획재정부에서 수출입은행에게 맡긴 것이기 때문에 조직개편도 결국 이들과 협의를 진행해야 된다"며 "하지만 현재 검토되거나 정해진바는 어떤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