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은 정무특보, 박형준 시장, 성희엽 정책수석(묀쪽부터). ⓒ 부산시
[프라임경제] 회전문인사란 어떤 인물을 주요 직책에 돌려가면서 임명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일컫는다. 코드와는 조금 다른데 주로 임명권자의 최측근이 전문성과는 크게 상관없이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다. 물론 전부 비난에 대상은 아니다. 능력과 충분한 실력이 검증된 측근 인사들도 상당수다.
다만 선거판에서 과거 공직, 민간기업, 단체 등에서 활동하다가 후보를 도왔다는 이유로 공직에 주요 자리를 꿰찰 때는 논란이 되곤 한다. 흔히 '보은 인사'라고 부른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고위급 정무직과 산하 기관장 발탁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지역 정가에서 얕은 인재풀을 도마에 올려 재임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벌써 인적자원 고갈이라며 수군댄다. 이미 한차례 회전문 인사 논란이 나왔었다. 정치권에 주로 머물렀던 이성권 전 정무특보를 경제부시장에 임명했을 때다.
당시 야권은 적절성을 따져 물으며 그가 과거 바른미래당 부산시장 후보 시절에 '가덕신공항 반대' 발언을 새삼 들추어냈다. 부산시가 전무후무한 부유식 '플로팅 공항'을 꺼내 들면서 불을 지폈던 즈음이다.
이 경제부시장은 지난해 말 '2030부산월드엑스포'를 전 세계에 알린 방탄소년단(BTS) 부산공연을 기획하는 데 있어 나름 역할을 다했다. 올해 안에 디지털상품거래소 설립이 그의 능력치를 증명해 낼 무대로 여겨진다.
◆박경은 정무특보·성희엽 정책수석 '측근 중 측근'...행보는 다소 차이
최근 박 시장은 부산시 정무특보·정책수석 인사를 단행하고, 부산교통공사 사장, 부산시설공단 이사장 등 시 산하 공공기관장을 임명했다. 그런데 회전문·보은 인사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개인의 자질을 떠나 새 얼굴을 발굴해서 중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무특보는 1급 상당 부시장급이며 박경은 전 정책수석이 자리를 옮겼다. 박 시장 취임 초부터 곁을 보좌하며 별다른 잡음 안 나오게 시정 살림을 챙겼다는 평이다. 과거 남북경협에 참여했고 국회 보좌관, 청와대 홍보수석실 선임행정관을 거쳐 KT&G 전략기획본부 전무를 지냈다. 박 시장이 17대 국회의원(부산 수영구)이 던 시절에 보좌관이었고, MB정부 당시에 근무도 같이했다.
신임 정책수석에는 성희엽 전 부산지역대학연합기술(주) 대표이사가 바통터치 했다. 성 수석은 박 시장 공약사업 부산창업청 추진단장을 맡아 초대청장 물망에 오른 인물이다. 올 초 박 시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창업청 연내 출범을 자신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난관에 부닥치며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시 의회 의원들에 따르면 사업 타당성 조사에만 1년 가까운 시일이 소요되고 행안부 협의와 조례제정 등 산적해 있는 절차가 남아 임기 내 설립이 불투명하다고 전하고 있다. 한때 선거판에서 떠들썩했다가 사실상 백지화로 공약이 점점 잊혀져 가는 '도시철도 어반루프' 또한 성 수석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박 시장과는 90년대부터 시민운동을 하며 돈독한 우정을 쌓아왔다고 알려진다.
◆부산시설공단·부산교통공사 내정자,,,행정부시장과·언론사 경영인 출신 '전문성은 의문?'

이성림 부산시설공단 이사장 내정자(좌), 이병진 부산교통공사 사장 내정자. ⓒ 프라임경제
시 의회는 이달 중에 이병진 부산교통공사 사장과 이성림 부산시설공단 이사장 두 기관 내정자에 인사 검증을 앞두고 있다. 부산도시공사와 함께 시 산하 공공기관 3대 장으로 꼽는다. 직무수행에 대한 전문성 평가와 조직관리 능력이 주요 청문검증이 될 전망이다.
이병진 내정자는 부산시 행정부시장을 역임했다. 퇴임한 지 1년도 채 안 돼 다시 공직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직무 연관성 논란은 있지만 이보다는 지하철 기술 부문 비롯해 교통 전반에 대한 업무 이해력이 요구되는 자리다. 지방 고시 1회로 공직에 입문했고 시 사회복지국장, 기획조정실장을 거쳤다.
선거 캠프 출신이 아니다. 공무원 사회에서 소통능력이 탁월하며 청렴하다고 알려져 있다. 각 부서에 퇴직 인사 도는 자리에서 아쉬워하며 박수갈채가 쏟아졌다고 한다. 교통공사는 강성노조로 유명한데 상급기관 시의 예산지원이 절실한 터라 내심 기대를 거는 눈치다.
이성림 내정자는 지역 민방 KNN 전 부회장을 지낸 언론사 경영인 출신이다. KNN 보도국장·경남본부장·경영사업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시설관리 전문인력으로 볼 수 없다는 비판적 평가는 그가 넘어야 할 허들이다. 박 시장 재선 후보 시절에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를 두고 시설공단 노조 측은 보은성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 언론노조 KNN지부는 경영진의 '방송 사유화'를 주장하며 사측과 극렬히 대립하면서 불편한 전선을 형성했다. 더구나 바로 직전에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퇴임한 이사장 역시 과거에 언론인이었던 터라 공단 직원들의 시선이 더욱 곱지 않다.
B 시의원은 "대체로 판에 박힌 인사고 새련된 맛이 없다"며 "시 산하 주요 3대 공공기관은 시민들의 편의와 안전을 책임지는 막중한 곳이다. 반드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회가 집행부를 견재 감시하는 기관인 건 맞지만 선출직이고 지역사업비를 따내기 위해 시장실과 언론사의 눈치 볼 경우도 많다"며 "투명하고 철저한 인사 검증을 할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