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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가계부채' 책임 공방…은행권, 당국 '낙인'에 반감

"규제 빈틈 만들고 가이드라인 내놓지 않은 정부 책임"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3.08.18 16:02:54

금융감독원은 올해 안에 은행권 대상으로 대출 취급실태를 종합 점검할 계획이다. ⓒ 연햡뉴스


[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폭증한 가계 부채를 억누르겠다며 부랴부랴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은행만 탓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은 기존 정부 정책을 가계부채 증가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은행장들을 불러 가계부채 증가세 관리를 주문했다. 이어 올해 안에 대출 취급실태를 종합 점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책임을 은행 탓으로 돌리려 한다"며 "은행원의 횡령 등은 은행에 책임을 물어도 되지만, 국내 부채가 늘어난 건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 빈틈을 만든 정부의 책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은행에서 공개한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7월 기준 1068조1000억원이다. 전월에 이어 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은 올해 3월까지 하락세를 보이다 4월(2조3000억원)부터 반등했다. 증가 규모는 △5월 4조2000억원 △6월 5조8000억원 △7월 6조원 등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 폭증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 견인했다. 7월 기준 주담대 잔액은 820조8000억원으로 가계대출 비중에서 76.8%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최근 관계부처 합동 점검회의를 개최해 가계부채 증가 원인으로 △은행권 50년 만기 주담대 △인터넷은행 비대면 주담대 △특례보금자리론 등을 꼽았다.

문제는 이들 상품이 정부 정책으로 탄생했다는 점이다. 

50년 만기 필요성은 지난해 5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됐다. 정부는 당시 주택 가격과 금리 인상 추세를 고려해 보금자리론·적격대출 최장 만기를 40년에서 50년으로 늘린 모기지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금융위는 올해 초 기존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 등을 통합한 ‘특례 보금자리론’을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특례 보금자리론은 △최대 50년 만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미적용 △고정금리 등이 특징이다. 

정부가 대출자 부담 완화 방법으로 만기를 늘려 매달 상환해야 할 원리금을 줄이는 방식을 선택하자 은행들도 이에 부응하기 위한 50년 만기 주담대를 속속 출시했다. 

하지만 이제 은행권 50년 만기 주담대는 DSR 규제 우회용 상품으로 지목되고 있다. DSR은 매년 납부해야할 원리금을 연간소득으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해 산출된다. 현행 규제는 DSR 4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대출 만기가 길어지면 원리금은 낮아져 DSR도 내려간다. 대출자 부담 완화를 위한 만기 확대가 규제에 구멍을 내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은행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50년 만기 대출이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사용되거나, 비대면 주담대에서 소득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일반 상식에 벗어나서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이 없는지, 과잉 대출을 하고 있지 않은지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은 처음부터 알고도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았던 정부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금리는 오르고 DSR 규제 등으로 대출 문턱이 과도하게 높아지니, 금융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내놓은 상품이라는 게 이들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대출상품은 심의를 거쳐 출시되기 때문에 주로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 모기지를 토대로 기획된다"며 "대부분 은행이 당국의 해석을 반영하고 있는데, 이제 와 잘못된 방법으로 대출을 늘려온 것처럼 지적하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50년 만기 대출이 DSR 규제를 우회하는 데 사용됐더라도 규제를 어긴 것은 아니다"라며 "그 우회책을 제공하고, 가이드라인조차 만들지 않았던 게 누구인데 책임은 은행만 져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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