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르노코리아자동차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르노코리아의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회사가 고정비 절감을 위해 노력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로 인해 파업에 대한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르노코리아가 르노 그룹에서 물량을 확보해야 일감이 생기는 만큼, 노조가 일단은 임금 인상과 파업이 아니라 생산과 판매에 관해 머리를 맞대야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르노코리아와 대표 노조인 르노코리아 노조는 지난 달 2023년 임금협상 6차 본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찬반투표에서 합의안은 부결됐다. 찬반투표 결과 투표자 1389명 중 찬성 658표(47.4%), 반대 727표(52.3%), 무효 4표(0.3%)로 집계됐다.
특히 소수노조인 금속노조 르노코리아자동차지회 등의 반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본급 10만원 인상은 고작 시급 416원 수준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미달에 조정수당 메우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결된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10만원 인상 △타결 일시금 250만원과 생산성 격려금 약 100만원(변동 PI 50%) △노사화합 비즈포인트 2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초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7749원 인상과 일시금 600만원을 요구 중이다.
문제는 이런 노조 움직임이 마치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노조 행보를 향한 시선이 긍정보다는 부정의 크기가 크다. 더욱이 안 그래도 한국 노조를 바라보는 르노 그룹의 시각이 좋지 못한데, 경쟁력을 강화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이번 노조의 행보는 또다시 걸림돌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
올해 르노코리아는 전례 없는 부진을 겪고 있다. 신차 부재는 곧 브랜드 경쟁력 약화인데 르노코리아는 2020년 XM3 출시 이후 아직까지 마땅한 신차가 없을 정도로 어느 때보다 내부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 결과 7월 르노코리아는 내수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59.9% 감소한 1705대만을 판매했다. 올해 1~7월 누적판매량(1만3975대)도 전년 대비 54.2% 줄었다. 지난 달 수출물량(3130대)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74.8% 줄었고, 누적 수출물량은 10.6% 감소한 5만5707대다.

XM3 E-TECH 하이브리드. ⓒ 르노코리아자동차
그 중에서도 수출은 르노코리아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인데, 수출이 르노코리아 생존의 돌발변수로 작용하자 브랜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운반선(PCTC)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자동차 운반선을 구하지 못한 르노코리아 역시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었다. 물론, 올해 5월 컨테이너선에 선적하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한숨 돌렸지만 운임비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 탓에 최대한 비용을 줄여야만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르노코리아는 자신들의 미래를 책임질 오로라(Aurora, 여명)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는 노조의 협조가 없이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잃었던 자생력을 키워줄 오로라 프로젝트의 핵심이자 르노코리아가 준비 중인 모델은 르노그룹과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그룹인 길리그룹이 협력해 개발하는 모델이자 볼보자동차의 CM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중형 SUV다. 2024년 하반기 국내외 시장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프랑스 Le havre항에서 이동 중인 XM3. ⓒ 르노코리아자동차
또 르노코리아는 추가 모델 출시를 통해 자신들 라인업에 하이브리드를 전면 배치하고, 2026년에는 순수 전기차(BEV)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등의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에서 전기차 생산 라인까지 갖추게 된다면 노조도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할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라며 "수익성·수출 경쟁력 개선 없이는 르노 그룹으로부터 향후 신차 프로젝트 수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신차 공백 우려가 기존보다 줄어들 수 있는데, 노조가 지금 자신들의 행보가 무조건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를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그나마 르노코리아를 먹여 살리고 있는 XM3의 생산차질이 빚어지기라도 한다면 르노 그룹 입장에서는 한국은 당연히 매력적이지 않게 되고, 앞으로 생산물량 분배에서 제외시킬 명분만 주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