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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댓글→폐해 극심, 사회적 비용만 '연 35조원'

일반인·기업 무분별 대상 공격·혐오…"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현실적 대안"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3.07.12 10:39:14
[프라임경제] 근거 없는 자의적 또는 악의적 잣대로 상대방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극단적 혐오를 조장하는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댓글이 처음 도입된 지 20년이 넘은 가운데 악성 댓글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우리 국민은 여전히 10명 중 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성 댓글에 대한 규제와 처벌은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 아래 무죄가 선고되거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로 미미하다. 또 악성 댓글을 삭제하고자 할 때도 피해자가 일일이 포털 등 사업자에 요청하고 직접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

현재 악성 댓글의 폐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에 따르면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 35조3480억원에 이른다. 악성 댓글 대응을 위한 변호사 선임과 손해배상비용 등으로 3조5000여억원이 쓰였고, 피해자의 병원진료 및 치료비용으로 550억원이 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뉴스 이용자 중 1%에 불과한 댓글 작성자들로 인해 지난해 국내 GDP의 1.6%에 달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법조계 전문가는 "온라인 댓글 도입의 취지인 표현의 자유는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자유가 아니다"라며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크다는 공감대가 확인된 이상, 포털 및 커뮤니티상 무분별한 악성 댓글에 대한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경우 기업 또는 기업인을 향한 무분별한 비방성 악성 댓글로 사회적 평판 하락 등 자칫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한 모니터링 요원이 SNS에 올라온 선거 관련 게시글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2021년 한 직장인 SNS에 A기업 직원은 자신의 상사들이 "굉장한 꼰대"라며 "마치 조현병 말기 환자들 같다"고 비난했다. 내용 중 논란을 불러일으킨 부분은 'CEO의 여직원 성희롱 발언'이었다.해당 기업은 작성자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회사의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강력하게 반발, 조사결과 글을 올린 직원과 CEO의 사무공간은 전혀 다른 건물에 위치해 있었을 뿐 아니라 두 사람은 만난 적도 없었다.

전문대행사가 돈을 받고 경쟁업체를 비방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리다 적발되는 경우도 있다. 2019년 3월 인터넷 육아 정보 카페 등에 "B유업 우유에서 쇳가루 맛이 난다", "B유업 목장 인근에 원전이 있어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을 것이다" 등 특정 기업을 비방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피해를 입은 B유업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쟁업체가 홍보대행사를 통해 50개의 아이디로 조직적 비방 댓글 작업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외에도 C주류사가 경쟁사 소주에서 경유가 검출됐다는 의혹 글을 퍼 나르거나, 온라인 입시교육업체가 댓글 전문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악성 댓글 20만여 건으로 경쟁업체와 소속 강사를 비난한 사실이 적발돼 법원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악성 댓글의 공격 대상이 일반인도 가리지 않을 정도로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한 번 악성 댓글이 달리게 되면 경쟁적으로 더 강하고 자극적인 댓글이 달리는 현상이 뒤따른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다수 일반인도 인터넷과 SNS 등이 일상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무분별한 악성 댓글의 타깃이 되고 있다"며 "참교육이라며 신상 털기를 하거나, 한 번 악성 댓글이 달리고 나면 경쟁적으로 더 강하고 자극적인 댓글이 달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연세대 재학생 이 모 군은 수업시간 중 교내에서 집회를 열고 고성능 스피커 등을 동원해 최대 95dB의 소음을 일으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측을 향해 수차례 스피커 볼륨을 줄여줄 것을 요청했다.

한 달여간의 요구에도 변화가 없자 이 군은 업무방해 등 혐의로 노조 측을 경찰에 고소했는데, 이 소식이 '힘없는 노동자와 명문대생 간 공방'으로 알려지면서 '톱으로 얼굴을 산 채로 썰어 버리고 싶다', '6개월 안에 자살하게 만들겠다' 등의 무분별한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또 지난해 9월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가족 역시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으며, 지난해 12월 이태원 참사 직후 인터넷 포털과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비방성 댓글은 물론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가 담긴 악성 댓글이 무차별적으로 퍼졌다.

현행법상 악성 댓글을 달아 적발되면 형법상 모욕죄로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인정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하고, 만일 댓글 내용이 허위일 경우 처벌 수위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사법부에서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되더라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다. 단순 일회성 악성 댓글로 처벌받는 경우는 사실상 없고, 댓글이 허위라 하더라도 비방 목적이 없었거나 공익성을 인정받으면 유죄 선고를 피할 수 있다.

21대 국회 들어 악성 댓글 작성자의 처벌 수위를 높이거나 사이버 혐오·차별 정보 유통죄 신설 등 총 9건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어떤 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형사처벌 강화 주장이 표현의 자유 약화 우려에 번번이 가로막힌 탓이다.

이에 따라 민사적 해결책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피해자 보호와 재발방지를 위한 경고 효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미국 등 해외 국가들 역시 유사한 규제를 이미 시행 중이다.

법조계 전문가는 "비방성 악성 댓글은 익명이라는 가면 속에 숨어 욕설과 모욕을 쏟아내 사회적 소모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행복추구권 등 다른 국민들의 헌법상 권리 역시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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