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터넷 악성 댓글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악의적 허위사실 및 미확인 정보가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어서다. 더욱이 당초 국민들의 실시간 여론을 보여주는 공론의 장을 자처했던 온라인 댓글 창은 현재 악의적 허위정보와 편중된 여론조작의 장으로 전락된 지 오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이 온라인에서 접하는 정보의 진위여부에 대해 우려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즉, 온라인 댓글 등으로 인한 악의적 허위 및 미확인 정보는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 잡은 셈이다.
문제는 악성 댓글에 대한 규제와 처벌은 미미하다. 징역형까지 가능한 법 규정과 달리 대부분 기소유예 또는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조회수가 수익인 일부 SNS(Social Network Services,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악성 허위정보 확산의 온상으로 꼽힌다. 루머에 대한 확인 대신 구독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선정적 제목과 내용 짜깁기를 서슴지 않는다.
이처럼 악의적 허위정보 확산에 앞장서는 이들을 교통사고 현장에 경쟁적으로 달려가는 견인차에 비유해 '사이버 렉카(Cyber Wrecker)'라고 부른다. 또 무분별하게 퍼지는 자극적 허위 정보는 군중 심리를 자극해 사이버공간에서 벌어지는 특정인에 대한 집단 괴롭힘을 뜻하는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으로 이어진다.

사진은 지난 2020년 한 모니터링 요원이 SNS에 올라온 선거 관련 게시글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한 번 타깃이 되면 익명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욕설 △맥락 없는 무차별 비난 등이 쏟아지고, 나아가 사실 확인 없이 확대 재생산된 허위정보는 집요하게 피해자를 괴롭혀 스스로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2020년 방송통신위원회 조사결과 일반 성인의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65.8%에 달했다. 같은 해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초·중·고교 학생 중 사이버폭력(12.3%) 경험자가 언어폭력(33.6%)과 집단 따돌림(26.0%)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등 유명인 및 공인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더 이상 인터넷 악성 댓글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은 악성 허위정보 또는 미확인 정보가 담긴 악성 댓글의 여과 없는 확산으로 치명적 손실을 입는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맥도날드의 감자튀김 이물질 의혹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올해 2월 한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감자튀김에서 동물 다리가 나왔다'는 글이 게재됐다. 검은색 물체를 튀긴 듯한 사진은 "쥐 실험을 해봐서 보자마자 쥐 다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일방적인 추정성 댓글이 달리면서 일파만파 확산했다.
당시 맥도날드는 "감자에 튀김 옷을 입히지 않는다"며 법적대응 등 강력 조치를 예고했지만, 일부 매체가 네티즌 반응을 옮기며 매출과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등 곤욕을 치렀다. 아울러 사태는 게시글 게재 2주 만에 식약처가 "해당 물질은 감자가 튀겨진 것이다"라는 공식 분석 결과를 내놓으면서 일단락됐다.
악성 허위 댓글로 인한 피해는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16년 A사는 현대자동차가 자신들의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하며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현대차는 기술 탈취가 없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고, 사법부는 △1심 △항소심 △상고심에서 모두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현대차는 소송이 진행된 기간 '협력업체는 안중에 없느냐' 등 대기업을 향한 근거 없는 비방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기술 탈취 의혹은 벗었음에도 악성 댓글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물론, 작성자 중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외에도 1건당 1000원을 받고 저질 제품을 '최고'라며 홍보해준 전문대행사가 적발되는가 하면, 댓글 알바를 고용해 경쟁 입시교육업체와 강사를 비난하는 댓글 20만여건을 올리도록 한 유명 입시교육업체 대표 및 강사들이 유죄 판결을 받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악성 허위정보 또는 미확인 정보를 담은 비방성 댓글로 인한 사회적 폐해에 비해 예방을 위한 규제와 처벌은 미미하다.
형법 제314조에 따르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등으로 업무를 방해했다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악성 댓글에 악의적 허위사실이 포함된 경우라면 정보통신망법 상 명예훼손으로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도 가능하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인 댓글 작성자를 일일이 특정하기도 어려울뿐 아니라 찾아내더라도 2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범의 경우 기소유예 처분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단순 일회성 댓글은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이 악성 댓글 규제에 찬성하는 등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 여론이다. 규제 방식으로는 민·형사상 처벌 수위 강화가 꼽힌다. 현재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회적 불안감과 혼란을 야기하는 정보에 대해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모호한 기준 및 인력 부족 등으로 실효성이 낮다.
이에 악성 댓글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재발방지를 위한 경고 효과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현실적 규제 방안으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 플로리다 법원이 문제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 알선 사업을 하던 한 시민에 대해 '사기꾼'이라는 악성 댓글을 단 여성에게 무려 1130만달러의 배상 판결을 내리는 등 해외 국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시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2021년 가짜뉴스 및 악성 댓글 방지법 일환으로 고의적 허위 또는 불법정보 작성자에게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댓글 범죄가 치밀하게 전문화하고 일상화된 상황에서 기존의 처벌 체계로는 제대로 된 예방이 어렵다"며 "악성 댓글의 해악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적절한 구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