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EV9. 기아(000270)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통해 만든 두 번째 모델이다. 기아는 지난 몇 년간 EV9의 존재를 꾸준히 사람들에게 알려왔다. 콘셉트 모델로 처음 공개하고, 티저를 공개하고, 실차를 공개하고, 사전계약을 받고, 출시를 하고, 미디어 시승행사까지 진행했다.
그만큼 EV9은 기아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모델이다.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그런 존재처럼. 그도 그럴 것이 EV9은 플래그십 전동화 SUV다. 즉, 기아가 자신들이 보유한 좋다는 기술들을 전부 때려(?) 넣은 모델인 셈이다.
더욱이 E-GMP 첫 번째 모델인 EV6가 글로벌시장에서 꽤 잘나가는 상황에서 EV9이 큰형으로서 제 역할을 못해준다면 '전동화 가속화'라는 기아의 계획은 자칫 미끄러질 수도 있다. 그래서 EV9은 태생부터 꼭, 무조건 꽃길을 걸어야만 하는 운명이었다.

EV9은 기아의 전동화 대전환을 이끄는 새로운 플래그십이자 전에 없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가장 혁신적인 국내 최초 3열 대형 전동화 SUV다. ⓒ 기아
기아의 모든 계획 중심에는 '전기차'가 있고, 먼 미래에는 '기아=EV 브랜드'라는 각인을 바라고 있다. 오죽하면 내연기관 완성차 제조업체의 틀을 벗고 싶어서 기존 사명(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빼버리기까지 했을 정도다.
그래서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EV9을 시승했다. 시승코스는 스타필드 하남에서 출발해 아레피 카페(충남 아산)를 들려 롯제리조트 부여에 도착하는 약 200㎞다. 시승모델은 6인승 릴렉션 시트가 적용된 어스 풀 옵션 모델로, 판매가격은 9574만원이다.
◆웅장하고 돋보이는 볼드함·심플하고 넉넉한 실내 공간
각진 실루엣의 EV9은 장난감처럼 생겼다. EV9을 잡고 뒤로 당겼다가 손을 놓으면 앞으로 달려 나갈 것 같은 그런 장난감. 크기는 엄청 크다. EV9은 △전장 5010㎜ △전폭 1980㎜ △전고 1755㎜ △휠베이스 3100㎜다. 팰리세이드보다 크고, 카니발보다 실내가 넓다.

EV9은 초고장력 핫스탬핑 부품을 확대 적용하고 승객실을 구성하는 주요 차체를 최적화해 우수한 차체 강도와 비틀림 강성도 확보했다. = 노병우 기자
기아에 따르면 EV9은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 방향성 중에서 '자연에서 온 대담함'이 반영됐다. 기아가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뭐가 반영됐다고는 하지만 잘 모르겠다. 사실 예쁘면 그만이다. 그런 면에서 EV9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예쁘다.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가 적용된 전면부는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과 스몰 큐브 프로젝션 LED 헤드램프, 스타맵 LED DRL(주간주행등) 등으로 미래 지향적이다. 얼핏 보면 크기가 커진 쏘울 느낌도 난다. 정통 SUV를 지향하는 차체 비율로 대형 SUV의 웅장함을 전달하고, 직선으로 구현한 다각형과 볼륨감이 느껴지는 차체 면과의 대비를 통해 단단해 보인다.
심플한 후면부는 스타맵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넓은 차폭을 강조하며 전면부와 통일감을 준다. 깨끗하게 정제된 면의 테일게이트는 각진 숄더 라인으로 날렵하다.

측면부는 정통 SUV를 지향하는 차체 비율로 대형 SUV의 웅장함을 전달한다. = 노병우 기자
실내는 편평한 바닥과 긴 휠베이스 등 E-GMP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설계한 만큼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모던하고 간결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하이그로시 및 크롬 소재를 최소화했으며, 탑승객의 손이 닿는 부분에는 부드러운 소재를 적용해 안락한 느낌으로 마감했다.
12.3인치 클러스터, 5인치 공조,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를 매끄럽게 이은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탑승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아울러 시동버튼이 통합된 컬럼 타입 전자식 변속레버(SBW, Shift by wire)와 히든 타입 터치 버튼 등을 적용해 간결한 심미성과 직관적인 조작성을 확보했다.
1열은 헤드레스트에 메시(mesh) 소재를 사용했으며, 편안한 휴식 자세를 돕는 릴랙션 시트 및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가 적용됐다. 2열은 벤치 시트를 비롯해 기본형·릴랙션형·스위블형 2인승 독립 시트까지 4가지 시트를 적용할 수 있다.

스타맵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넓은 차폭을 강조하고 있는 후면부. = 노병우 기자
그 중에서도 스위블 시트는 180도를 회전해 3열과 마주볼 수 있고, 정차 중 3열을 접고 테일게이트를 열어 편안한 휴식을 즐기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성이 높다. 또 측면 도어를 향해 90도 회전시킬 수도 있어 승하차 또는 차일드 시트 탈부착 시 편의성을 높였다. 트렁크공간도 넉넉하다. 기본 트렁크용량은 333ℓ, 3열 폴딩 시 828ℓ로 확장할 수 있다.
◆99.8㎾h 배터리 탑재…실생활서 부족함 없는 주행거리
EV9(전·후륜 모터 기반 4WD 모델)은 99.8㎾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최고출력 283㎾(384마력) 및 최대토크 600Nm의 성능을 갖췄다. 해당 모델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기준으로 454㎞(도심 502㎞·고속도로 395㎞)다.
후륜모터는 멀티 인버터를 적용, 주행상황에 맞게 출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2-스테이지 모터 시스템'이 적용됐다. 일상적인 주행 영역에서는 하나의 인버터로 전력효율을 극대화해 주행거리 증대에 기여하고, 순간적으로 큰 힘이 필요한 경우에는 두 개의 인버터를 동시에 사용해 최고출력을 끌어낸다.

실내는 모던하고 간결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하이그로시 및 크롬 소재를 최소화했다. = 노병우 기자
이를 바탕으로 EV9은 에코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달려 나간다. 노멀 모드에서는 잽싸게 달려 나가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튀어나간다. 날렵하게 생기지 않았는데, 실제로 잘 달린다.
특히 일반적으로 에코 모드는 연비를 위한 주행 모드이기 때문에 굼뜨기 마련인데, EV9은 에코 모드임에도 웬만한 내연기관 모델의 성능을 뽐냈다. 에코 모드의 주행감은 당연히 운전의 재미보다는 편안함과 안정감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노멀 모드와 스포츠 모드에서의 EV9은 아주 달릴 맛이 난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소리 없이 쭉쭉 달려 나간다. 순간 몸이 뒤로 젖혀지고, 뒤통수가 시트에 부딪혔다가 튕겨져 나올 정도로 초반 가속이 인상적이고, 시속은 100㎞에 금방 다가갔다. 아주 쾌감이 있다.

스위블 시트는 180도를 회전해 3열과 마주볼 수 있고, 정차 중 3열을 접고 테일 게이트를 열어 편안한 휴식을 즐기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성이 높다. = 노병우 기자
스티어링 휠은 가볍게 세팅됐지만 속도를 높일수록 무거워지면서 안정감을 준다. 또 두터운 토크감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을 적절히 활용해 가볍고 빠르고 강하게 움직였다. E-GMP 적용으로 가장 무거운 배터리가 차량 중앙 하단에 위치해 무게중심이 낮아지고 중앙에 놓이게 되면서, 고속으로 질주함에 있어서도 차체를 낮게 깔아준다.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나며 발생하는 충격은 차체가 남김없이 흡수했다. 뒷바퀴에 적용된 셀프 레벨라이저 기능은 승차감을 더욱 높여줘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빈자리를 잊게 해준다. 또 운전대를 잡고 30분 정도 지나니 '허리디스크 보호 모드를 작동합니다'라는 문구가 뜨면서 요추 마사지 기능도 자동으로 켜졌지만, 아쉽게도 자꾸 신경이 쓰여서 기능을 OFF 했다.
와인딩 구간에서 일부러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렸음에도 불구 무게중심이 흔들리거나 불안한 움직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차체를 유지했다.

시동버튼이 통합된 컬럼 타입 전자식 변속레버. = 노병우 기자
현대차그룹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언제나 그랬듯이 풍족하다. EV9은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흘러넘친다. 확실한 건 차선만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EV9은 사실상 스스로 직선을 비롯해 고속이나 코너 등 어느 구간에서도 흔들림 없이 차선을 유지해 달린다.
①스타필드 하남에서 출발해 아레피 카페까지는 113.2㎞를 달리고 4.9㎞/㎾h, ②아레피 카페에서 롯제리조트 부여까지는 89.7㎞를 달리고 3.8㎞/㎾h를 기록했다. ①에서는 에코 모드 위주에 노멀 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간간히 즐겼고, ②에서는 노멀 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신나게 즐겼다.
참고로 시승 모델의 정부 신고 에너지 소비효율은 복합 3.9㎞/㎾h(도심 4.3㎞/㎾h, 고속도로 3.4㎞/㎾h)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