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국내 수입자동차시장에 꽤 어르신이 발을 내딛었다. 토요타 크라운인데, 무려 1955년생이다. 지난 69년간 다사다난했을 크라운은 2022년 16세대를 통해 본인의 발자취를 이어가고 있다.
안 그래도 어르신인데 국내에서 꽤 막중한 임무도 맡았다. 한국 고객들에게 다양한 전동화 차량의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토요타 코리아의 의지를 담은 두 번째 전동화 모델이다. 첫 번째는 올해 2월 출시된 RAV4 PHEV다.
아무튼 크라운은 토요타 코리아가 올해 총 8종의 전동화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에서 선발주자인 만큼 국내에서 본인이 맡은 역할을 확실히 책임져줘야 한다. 적당한 판매량과 소비자들에게 토요타 플래그십이라는 무게감 전달 등이다. 그렇기에 이런 크라운을 향해 일각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토요타 크라운이 현대차 그랜저를 잡으러 왔다."

왕관을 뜻하는 단어에서 이름을 딴 크라운은 토요타 브랜드 라인업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모델로 토요타의 혁신과 도전을 상징한다. ⓒ 토요타 코리아
솔직한 마음으로는 '크라운이 그랜저를 과연…'이지만, 그래도 16세대까지 살아남았다는 건 크라운이 분명하게 치명적(?)인 매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토요타 코리아는 크라운의 2가지 파워트레인을 가지고 왔다. 연비효율성을 극대화한 2.5ℓ 하이브리드와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느껴 볼 수 있는 토요타 최초의 2.4ℓ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두 모델 모두 시승했지만 2.4ℓ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는 아주 짧게(20㎞ 미만), 2.5ℓ 하이브리드는 70㎞ 정도를 달렸다.
생김새부터 살펴보면 역동적이고 볼륨감이 넘친다. 이는 크라운이 16세대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토요타는 전통적인 플래그십 세단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었고, 차량 실루엣부터 새롭게 디자인한 덕분이다. 참고로 크라운의 크기는 △전장 4980㎜ △전폭 1840㎜ △전고 1540㎜ △휠베이스 2850㎜다.
전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토요타 엠블럼을 대신하고 있는 왕관 엠블럼이다. 처음에는 '굳이'라고 생각했지만, 보다보니 꽤 느낌 있다. 다만 후면에는 토요타 엠블럼이다. 크라운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건 차량의 폭을 강조하면서 날카롭고 길게 뻗은, 망치의 머리를 형상화한 헤머 헤드(Hammer Head) 디자인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주간주행등(DRL)이다.

크라운은 날렵하고 세련된 크로스오버 스타일을 구현하고 있다. = 노병우 기자
전통적인 3박스 구조를 탈피한 크라운은 전면부와 후면부가 자연스럽게 연결된 실루엣을 통해 볼륨감 그리고 날렵하고 세련된 크로스오버 스타일을 구현하고 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날카롭게 뻗어있는 전면부와 짧은 후면부 실루엣으로 인해 차가 멈춰있는데도 앞으로 나가는듯한 느낌을 준다.
후면은 차량의 폭과 안정성을 강조하는 수평적 디자인이다. 크라운만의 정체성을 강조하고자 차량 폭 전체를 가로지르는 일자형 수평 LED 테일램프를 채택했다. 친환경적인 비돌출형 테일 파이프를 채택하고 세련된 디퓨저 디자인으로 범퍼 하단부를 마감한 것도 크라운 후면부의 특징이다. 특히 크라운 후면은 히프 업(Hip Up)이 굉장히 잘된 모습이며, 마치 웰시 코기의 빵빵한 엉덩이와 유사하다.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감싸는 형상으로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직관적이고 뛰어난 작동성을 실현한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고, 멀티미디어 화면 바로 아래에 공조장치 컨트롤 패널과 자주 사용되는 기능들은 물리버튼으로 적용했다. 또 라운지 콘셉트가 적용됐다는 뒷좌석은 충분한 레그룸을 통해 여유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마감 퀄리티는 조금 아쉽다. 크라운은 '토요타 최고의 헤리티지 플래그십'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테리어 곳곳에서 고급감이 떨어졌다. 예를 들면 플라스틱이 꽤 많이 사용된 듯 보였고, 스티어링 휠 뒤쪽은 얇은 가죽으로 덮어져있고,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투박해 보였다.

일자형 LED 리어램프로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의 후면 디자인은 크라운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 노병우 기자
이외에도 크라운은 크로스오버 특유의 높은 트렁크 라인으로 적재 편의성을 높였고, 구조개선을 통해 넓은 트렁크공간을 확보했다. 골프백 4개까지 들어가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공간성을 제공한다.
지금부터는 짧게 경험한 2.4ℓ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이 아닌 길게 시승한 2.5ℓ 하이브리드 시승 소감이다.
일단 2.5ℓ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5ℓ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바이폴라 니켈메탈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자식 CVT(e-CVT) 변속기가 결합돼 최고출력 186마력(6000rpm), 시스템 총출력 239마력을 제공한다. 최대토크는 22.5㎏·m(3600~5200rpm).
결과부터 말하면 상당히 아쉽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정숙성이다. 창문이 열렸나 의심될 정도로 풍절음이 꽤 강하다. 보통 창문이 미세하게 열렸을 때 들리는 '슉~ 슉~' 소리처럼 들리는 탓에, 창문 닫힘 버튼을 여러 번 눌렀다.
크라운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들리는 엔진음에 비해 다소 더디다는 느낌으로 달린다. 다행하게도 초반 움직임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가속력은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는 점점 활기차진다. 엔진회전을 크게 높여 rpm을 사용하는 것보다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았을 때의 가속이 매끄럽다.
아울러 고속으로 차선변경을 할 때나 코너링에서 출렁임 없이 단단하게 받쳐줬고, 파손된 도로 요철을 지나거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충격도 잘 막아줬다.
무엇보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더 빛을 발하는 크라운은 프레임 차체의 단단함이 주행 중 그대로 전달돼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 비결에는 최신 플랫폼 TNGA-K(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K)가 있다. TNGA-K를 기반으로 제작된 크라운은 저중심, 최적의 중량배분, 경량화, 고강성 등을 실현해 뛰어난 주행안정성을 이뤄냈다.
시승을 마친 크라운 2.5ℓ 하이브리드 모델은 뛰어난 연비와 친환경성을 추구한 모델답게 자신이 공인받은 복합연비 17.2㎞/ℓ를 그대로 기록했다. 개인적으로 연비 운전을 전혀 못하는 스타일인 점을 감안했을 때, 웬만한 운전자들은 이를 훨씬 웃도는 연비를 기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