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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사·난방·노숙' 안전사고 노출 '불법천막 시위' 규제 시급

구체적 규정·제한하는 법령 없어…소음 관련 규제 강화 입법안만 다수 발의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3.04.20 10:45:05
[프라임경제] 막무가내 집회와 시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천막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 

집회·시위가 잦은 주요 대기업 본사 건물 앞에는 천막이 장기 고정시설물이 돼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더욱이 천막은 더 이상 집회·시위 본연의 목적이 아닌 △장기 거주 △불법 알박기 △취사 △집회도구 보관 창고로 악용되고 있다.

문제는 시위 참가자들이 천막 안에서 거주하며 장기·철야 시위의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는 탓에 각종 안전사고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또 대부분의 천막이 차로 인근이나 도로 등에 설치돼 있어 시민들의 통행에도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의 강제철거 등을 막기 위해 시위자들은 천막 안에서 24시간 노숙하거나 집회 및 시위를 하지 않는 시간에도 장시간 거주하면서 각종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천막 안에는 집회·시위와 상관없는 취사와 난방 도구, 인화물질 같은 위험물질이 반입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일례로 지난 2019년 한 단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강제 철거되기까지 46일 동안 불법천막을 설치했는데, 서울시에 따르면 이 기간 천막에 야외용 발전기, 가스통, 휘발유통 등이 반입됐다. 주간에는 100~200명, 야간에는 40~50명이 상주하면서 천막 관련 각종 민원은 205건에 이르렀다.

쿠팡 본사 앞. ⓒ 독자제공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앞 보도에 천막을 설치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 A 씨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A 씨가 설치한 천막 안에는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휴대용 가스버너 등이 버젓이 놓여 있다.

이처럼 인화물질로 인해 불법천막은 화재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으며, 겨울철에는 시위 참가자들이 천막 내에 난로를 피우는 경우가 많아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천막 소재가 대부분 화재에 매우 취약하고, 소화기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갖추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에 불이 날 경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외에도 2007년부터 7여 년간 복직투쟁을 벌여 온 B기업 노동자들은 서울시 중구 B기업 본사 앞에서 24시간 천막농성을 벌이면서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압력밥솥과 고무파이프를 이용해 임의로 난방시설을 만들기도 했으며, 2012년 한 증권사 노조는 두꺼운 비닐을 덧댄 천막 안에서 등유난로를 피우면서 겨울철 농성을 이어갔다.

2013년 C기업 해고노동자들은 서울 덕수궁 앞 대한문 앞에 설치한 농성천막은 방화로 화재가 발생해 천막 한 동이 전소되는 동시에 덕수궁 담장 서까래까지 그을리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 경우에는 자칫 국가 문화재까지 소실될 수 있었던 사례다.

수년 동안 시위 천막이 설치됐던 국내 대기업 사옥 인근에 거주 중인 김 모 씨는 "한겨울 심야에 천막 근처를 지나다 불빛이 새어 나오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도로나 인도를 막고 설치된 시위 천막은 자유로운 보행을 방해하고 교통사고 유발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사옥 앞 보도에서 천막 시위를 벌이고 있는 A 씨는 주로 출퇴근 시간에만 시위를 하면서도 불법 천막을 9개월째 철거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사옥 앞. ⓒ 독자제공


이처럼 대부분 집회·시위용 천막이 도로법상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설치물인데다 목적과 다르게 악용되면서 시위자들뿐 아니라 시민들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천막 설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나 설치를 제한하는 법령이 없다.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보도나 차도 등에 설치된 불법천막의 경우 도로법에 의해 지자체 행정 조치 또는 민·형사소송 등을 통해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다. 지자체는 불법천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집회·시위자들과 충돌을 우려해, 먼저 자진 철거 요청이 들어와도 이에 응하는 경우가 드물다.

수차례에 걸쳐 계고장(강제 집행 알림)을 통지하더라도 시위자들 대부분은 버티기로 일관하며, 행정대집행에 나서면 행정기관이 집회·시위를 방해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도 지자체는 집회·시위자들의 민원에 시달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형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철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 현행 집시법상 천막 관련규정이 없다 보니, 소음 등과 달리 집시법 개정 추진 시 천막은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어렵다.

확성기 사용(소음)에 대해서는 집시법상 이를 제한하는 조항을 갖추고 있고, 소음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취지의 입법안이 21대 국회에만 총 9개가 발의돼 있는 반면, 시위 천막을 규제하는 입법안은 전무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집시법 차원에서천막 설치를 제한하는 명확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천막은 현수막이나 확성기와 달리 집회나 시위의 목적과 의도를 표현하는 데 전혀 관련이 없는 시설물인데다, 우리나라 불법 시위의 핵심 시설물이 돼 가고 있는 만큼 관련 법령을 통해 시민들뿐 아니라 시위참가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천막 설치에 대해 구체적인 제한 규정을 마련할 시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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