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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불법 시위 기승, 법적 공백·느슨한 행정 규제 악용

국민 기본권 보장·상식적 시위 문화 조성 절실…"다양한 보완책 마련 필요"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3.04.18 16:03:07
[프라임경제] 법적 공백과 느슨한 행정규제가 생떼 시위의 편법과 불법 행태를 적절히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위 주체가 자신의 주장을 막무가내로 관철시키기 위해 변칙적인 방식으로 현행법의 공백과 미온적인 공권력 행사를 악용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회·시위의 자유는 존중하되 타인의 기본권이나 공익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집회와 시위 방식에 대한 금지 및 제한 사항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기존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지자체나 경찰의 행정조치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에서 변칙적인 시위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시위 현수막 게시 방식이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현수막 전용 게시대에 관할 행정청에 신고해 게시해야 하며, 그 외 장소에 걸린 현수막은 원칙적으로 불법이고 철거 대상이다. 

문제는 집회용품으로 신고된 광고물은 단속에서 배제된다. 현수막 개수의 제한도 없으며, 집회 신고 기간에는 집회가 실제 열리지 않더라도 단속 규정이 불명확해 철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삼성 사옥 앞. ⓒ 독자제공


이런 법적 맹점을 이용해 30일 간격으로 집회 기간만 연장해 가며 현수막을 마구잡이로 내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즉, 자극적이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색깔의 원색적인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기업 사옥은 물론, 주택 등을 포위하듯 1년 내내 24시간 걸려 있어도 집회 신고만하면 현행 집시법으로는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법제처가 2013년 '실제 집회가 열리는 기간에만 현수막을 표시·설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으나, 구속력이 부족해 실제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부작용이 심각하고 단속규정이 불명확해 실제 집회가 열릴 때만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도록 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성 현수막 문구도 문제다. 해당 문구를 표기한 현수막에 대해 피해 기업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법원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 승소해도 효과가 없어서다. 이유는 일부 문구만을 변경한 현수막이 다시 게시되기 때문이다. 

한화 사옥 앞. ⓒ 독자제공


결국 피해 기업은 또다시 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의 판결을 받으려면 또 다른 시간과 비용을 쏟아야 한다. 

시위로 인한 소음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집시법상 소음 규제가 있지만 이를 회피하려는 각종 꼼수가 동원되고 있다. 일부 시위는 최고 소음의 경우 1시간 동안 3번 이상 기준을 넘길 때, 평균 소음은 10분간 연속 측정해 기준을 넘길 때 단속이 가능하다는 집시법의 규정을 악용하고 있다. 고성능 확성기로 1시간에 2번만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내거나, 5분간 강한 소음을 내고 후 나머지 5분간은 음을 소거하는 식이다.

1인 시위는 집시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해 일정 지역에만 정식 집회 신고를 하고, 기업 출입문 등에서는 기준 이상의 소음을 유발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사례도 있다. 1인 시위는 집시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소음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집시법상 최고 소음 강도를 초과해도 사실상 제재하기 어렵다.  

별도 소음 기준이 없어 민원이 발생해 경찰이 개입하는 경우에만 잠시 확성기 볼륨을 낮췄다가 다시 높이기를 되풀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경범죄 처벌을 받는다 해도 범칙금에 불과하다.

KT 사옥 앞. ⓒ 독자제공


대기업 사옥 주변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경우 소음 피해는 더욱 극심하다. 고층 빌딩이 늘어선 기업 주변에서의 시위 소음은 소리가 울려 높은 층에서는 낮은 곳보다 더 크게 들린다. 고층 빌딩환경에 맞춰서 소음을 측정하고 규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도 마땅치 않다.

이외에도 대기업 주변 도로나 인도에 설치된 불법시위 천막도 문제다. 오가는 차량들과 행인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일부 시위자들은 천막 안에서 인화성 물건들을 비치하고 숙식을 해결하는 등 안전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허가 없이 인도나 차도에 설치한 천막은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도로법 위반으로 지자체에서 수차례 철거 계고장을 발부해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천막도 집회용품이라고 주장하는 탓에 경찰 및 지자체에서는 물리적 충돌 및 민원을 우려해 실제 철거를 하기는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시위대와의 마찰은 피해 기업과 인근 주민들이 온전히 감당해야 상황이다.

법원의 시위 방식에 대한 금지 가처분 결정, 민·형사상 판결이 내려져 시위 명분을 상실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시위를 이어가는 것도 비상식적이다.

현대차그룹 본사. ⓒ 독자제공


실제로 한 대기업은 사옥 앞에서 장기간 무리한 1인 시위를 벌여온 A 씨에게 과대소음, 명예훼손 문구 금지 등 가처분 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형사소송 1심에서도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A 씨는 여전히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의 책임이 없음으로 판명됐거나, 시위자가 잘못된 사실을 가지고 막무가내 주장을 펼쳐도 신고된 집회·시위는 실질적으로 제한할 근거가 없고 사법부의 판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집회·시위가 만연하고 이로 인해 일반 시민들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민들의 일상과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볼모로 삼는 막무가내생떼 시위가 1년 내내 계속됨에 따라 법적 공백을 해소해 제동을 걸 수 있도록 집시법 개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현행 집시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는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시위의 권리와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화 사옥 앞. ⓒ 독자제공


하지만 일부 모호한 표현과 법적 공백에 따라 상습적 민폐 시위에 대해서도 실제적인 단속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20여건이 넘는 집시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대부분 집회·시위의 자유와 충돌되는 다른 기본권 간 균형점을 찾기 위한 취지들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무분별하고 부당한 집회가 우리 사회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는데 시각을 같이 하고 있다.

이 중에는 지나친 소음, 일상 침해 등 도를 넘는 집회 및 시위에 대해 금지 또는 제한 장치를 보완하자는 의견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전문가는 "국회 계류 중인 현행 집시법에 대한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은 물론,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편법 및 불법 시위 양상에 대응해 이를 제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법규를 지속적으로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울러 법과 원칙, 상식을 지키는 시위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행정당국도 더욱 능동적으로 나서고 필요하면 공권력 집행도 필요한 때다"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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