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의 대환대출 인프라가 오는 5월30일 가동될 예정이다. = 장민태 기자
[프라임경제] 금융당국에서 추진한 대환대출 인프라가 내달 30일 모습을 드러낸다. 인프라 구축에 따라 수많은 대출자가 낮은 금리의 신규 대출을 찾아 이동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이에 대비한 대출 추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대출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은행권 대환대출 경쟁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당국에서 추진 중인 대환대출 인프라는 대출비교·대환대출 경쟁을 통한 금리 인하가 골자다. 기존 핀테크사 플랫폼만 존재했던 대출비교 시장에 금융회사 플랫폼들이 뛰어든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3개 금융회사, 23개 대출비교 플랫폼이 참여한다.
이는 비교에 활용될 신용대출 취급 상품을 확대해 금융소비자의 선택군을 넓히기 위한 복안이다. 핀테크사 대출비교 플랫폼은 개별 제휴를 맺은 금융회사의 신용대출만 취급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 선택권이 제약돼 있다는 게 금융위원회 측 설명이다.
즉 대출비교 시장에 금융회사가 서비스 제공자로 직접 뛰어들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현재 시중은행 가운데 대출비교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힌 곳은 신한은행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권 대환대출 경쟁을 유도하는 데에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국에서 추진 중인 인프라에 대환대출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기 위한 '대출이동시스템'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건 대환대출 '신청'까지만이다. 이후 소비자가 직접 금융회사 영업점에 방문해 상환정보 조회 등을 처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당국은 금융결제원 망을 활용해 금융회사 간 상환절차를 중계하기 위한 대출이동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복잡하고 번거롭던 대환대출 과정이 단순화되면 수요가 늘고 금융회사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는 게 당국의 계획이다.
특히 대출비교 시장이 확대되더라도, 대환대출의 신청은 결국 금융회사 앱을 통해 이뤄진다. 이에 은행권은 자사 앱에 대출 추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모바일 뱅킹 '우리원뱅킹'에 직장인 신용대출 추천서비스를 조용히 추가했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의 목적과 용도를 파악해 신청한 대출 상품이 적합한지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용자는 △대출용도 △총자산 △총부채 △고정지출 △변제소득 등을 기재하면 본인에게 적합한 신용대출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주목한 건 대출비교 플랫폼의 한계다.
대출비교 플랫폼에서 제공될 정보는 금리와 한도뿐이다. 이 외에 대환대출 신청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은 직접 금융회사 홈페이지 및 앱에서 상품설명을 찾아봐야 한다. 이러한 번거로운 과정을 단축하고 이용자 조건에 맞춰 알맞은 상품을 찾아주기 위한 서비스가 앱에 탑재된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 모바일뱅킹 앱 하나원큐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안에 '대출똑똑케어' 서비스를 탑재했다. 이 서비스는 대출의 신청부터 관리·상환·신용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특히 현재 보유 중인 대출과 갈아탈 하나은행 대출의 금리를 비교해 보여주는 기능이 구현됐다.
하나은행은 향후 전세대출 및 담보대출의 비교도 대출똑똑케어에서 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당국에서 오는 12월을 목표로 대환대출 인프라 상품을 기존 신용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까지 확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4대(신한·국민·우리·하나) 은행 가운데 신한은행과 리딩뱅크를 다투는 국민은행은 아직 대환대출 인프라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앞선 두 은행과 비슷한 서비스를 자사 앱에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환대출 인프라에 주담대가 포함될 경우 결국 모든 은행이 서비스를 출시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 중론이다. 가계대출에서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53조4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주담대 비중은 약 76%(798조8000억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금 규모가 크고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간편한 대출 이동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며 "대출금리 경쟁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환대출 인프라가 구축되면, 이제 기존 고객을 뺏느냐 뺏기느냐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며 "은행권 경쟁으로 인해 금리 인하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