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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집행 사각지대' 기업 주변, 시민들 피해·고통 극심

막무가내 고성 시위·명예훼손 현수막·불법 천막 난립…"시위 방식도 법과 원칙 지켜야"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3.04.10 14:49:25
[프라임경제] 국내 다수의 기업들이 억지 주장을 앞세운 무분별한 시위와 천막 농성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막무가내 시위의 표적이 된 기업 주변이 법 집행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기업을 비방하고 명예훼손 가능성이 높은 내용의 현수막을 내거는 일은 일상인데다, 보행로를 가로 막은 채 천막을 설치하는 등 법원 판결도 무시한 불법행위를 벌이는 일은 다반사다. 또 고음의 운동가요 등을 고성능 스피커로 반복 재생한 탓에 기업은 물론 보행자 및 인근 주민들의 생활이 침해 받고 있다.  
 
특히 명분 없는 시위임에도 관할 당국에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합법 집회로 인정받고 있으며, 명백한 위법행위에도 시위자들의 거친 반발 등으로 인해 행정당국은 법 집행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양재IC 인근에서는 출퇴근 시간에 맞춰 많은 보행자들의 불쾌감과 고통을 유발하는 고음의 운동가요가 스피커를 통해 매일 흘러나온다. 여기에 도로가에는 기업에 대한 명예훼손 소지가 높고 모욕적 표현의 현수막 수십 개가 걸려 있고, 보행도로를 가로 막은 불법 천막 안에는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휴대용 가스버너 등이 버젓이 놓여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인근 시위 모습. ⓒ 독자제공


이는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인근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A 씨의 행태다. A씨는 자신이 고용됐던 판매대리점 대표와의 불화 및 판매부진 등으로 판매용역계약이 해지됐지만, 고용관계가 전혀 없는 기아에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10여 년간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판매대리점은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A 씨는 해당 대리점의 개인사업자일 뿐 고용에 있어 기아와는 관계가 없다. 하지만 A 씨는 "기아는 내부고발자 A 씨를 즉각 복직시켜라" 등의 현수막을 게시하는 등 기아로 인해 해고당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억지 주장에 대응해 기아는 A 씨를 상대로 과대소음 및 명예훼손 문구 금지 등 가처분 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으며, 형사소송 1심에서도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 씨는 자신의 억지 주장을 계속 내세우며 직원과 인근 주민들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기업을 괴롭히는 민폐 시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서초구 하이트진로 앞에서도 10여 년간 현수막과 트럭을 이용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로부터 부당영업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생수업체 대표 B 씨는 하이트진로 빌딩 앞에 1.5톤 포터 트럭을 주차하고 숙식을 해결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작은 현수막 수십 개가 걸려 있는 모습. ⓒ 독자제공


B 씨는 확성기를 사용해 하이트진로를 비난하고 '하이트진로의 범죄 행위'라며 과격한 표현들과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을 담은 현수막을 곳곳에 설치해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다. B 씨는 하이트진로가 제기한 형사소송에서 명예훼손으로 유죄가 인정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B 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이 이뤄져 하이트진로 측이 손해배상금 지급 의사를 밝혔지만 B 씨는 이를 거부하고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또 서울 종로구 KT 사옥 앞에서 수년간 현수막을 게시하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C 씨는 2010년 쇠사슬을 들고 상급자를 폭행해 회사에서 해고됐다. C 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10여 차례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과 각급법원에서 모두 패소했다. 시위 명분을 잃었어도 C 씨는 여전히 KT 사옥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당한 법 집행에도 폭력·구청 점거 등으로 방해
 
이처럼 시위나 집회를 위해 도로에 대형 천막을 설치하고, 각종 시위 물품을 적치하는 불법 행태가 심각하다.
 
지방자치단체 허가 없이 인도나 차도에 설치한 천막은 모두 불법이다. 도로법 제75조와 제61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에 장애물을 쌓아두거나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도로관리청 허가 없이 도로를 점용해서도 안 된다. 천막을 설치해 도로를 점유하고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명백한 도로법 위반이다.
 

보행로를 가로막고 있는 대형 천막. ⓒ 독자제공


현대차그룹 앞에서 시위 중인 A 씨는 보행로를 가로막은 채 대형 천막을 설치하고, 주간 시간대 거주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천막 내 취사도구와 난방도구 등 화재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할 지자체의 불법 천막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초구청이 불법 설치된 A 씨의 텐트를 철거하자, A 씨는 서초구청 1층 로비를 무단점거하고 고성을 동반한 시위를 벌여 민원인들을 불편하게 하는 등 서초구청의 업무를 방해했다.
 
이후 A 씨는 행정기관의 제재에도 다시 천막을 길 위에 불법적으로 설치했으며, 서초구청이 A 씨의 천막과 천막에 내건 현수막 등에 대해 무단적치물·불법광고물을 정비할 것을 수차례 계고통지하고 있지만 A씨의 막무가내식 행동이 반복될 것을 우려해 강제철거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 등 행정당국의 조치에 반발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행정기관이 적법하게 행정조치를 취해도 집회 주최 측의 강력한 항의, 물리력 동원, 담당자에 대한 인권위·감사원 고발 등 각종 민원제기로 지자체의 대응은 제한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서울 종로구 KT 사옥 앞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이 그렇다. 가입자 유치를 위해 과다 채권을 매입하다 2009년 거액의 빚을 지고 폐업한 전 대리점주 D 씨는 KT에 피해액 보상을 요구하며 천막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 종로구 KT 사옥 앞 시위 모습. ⓒ 독자제공


지난해 11월 종로구청에서 천막의 철거를 요구하자 D 씨는 종로구청 관계자를 폭행하고 칼을 든 채 80m를 쫓아가며 위협해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했다. 이런 폭행 사태에도 불구하고 D 씨는 여전히 KT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장기간 천막 시위를 벌이고 있는 SPC 노조의 경우도 관할 지자체에서 자진 철거를 계고하고 수차례 행정집행을 시도했음에도 최종 노사합의가 이뤄지고 나서야 천막을 철거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법적인 방식의 시위 행태로 일반 시민과 기업의 불편을 초래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데 대해서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일반 시민과 기업에 막대한 불편을 끼치고 있는 시위자들의 생떼에 대해 공권력이 정당하게 작동돼야 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이지만, 일반 시민과 기업을 볼모로 한 불법적인 행위와 불법 시위 시설을 근절해야 타인의 권리를 지켜주는 성숙한 시위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제는 시위 목적뿐 아니라 시위의 수단과 방법도 법과 원칙, 상식을 지키는 문화가 만들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행정당국도 불법을 저지르는 시위자들에게 더 이상 휘둘리지 말고, 법 집행자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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