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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시중은행 "시각장애인 배려는 없다"

경제활동인구 11만명…우리은행만 디지털 OTP 서비스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3.03.08 16:57:37
[프라임경제] 시중은행이 이슈로 떠오른 '은행 공공성 강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장애인을 위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디지털전환으로 모바일뱅킹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이 시각장애인인데, 이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비판이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이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보면 은행 이용은 굉장히 힘들다"고 호소했다. = 장민태 기자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시각장애인(15세 이상)은 25만194명이다. 이 가운데 경제활동인구는 절반에 가까운 11만2606명이다.

문제는 이들이 경제활동 과정에 필요한 은행 업무를 이용하기 어렵단 점이다. 시각장애인은 기존에 직접 영업점을 방문해 행원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중은행이 수익성 개선·디지털 전환 등을 이유로 영업점 폐쇄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4대(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 국내 점포 수는 총 2539곳으로 5년 사이 500곳 이상 줄었다. 시중은행 영업점이 없는 기초지방자치단체는 46곳에 달한다. 이들 시중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80곳의 영업점을 폐쇄할 예정이다.

시중은행에서 영업점 폐쇄와 함께 모바일뱅킹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응방안은 부재한 상태다. 4대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 △스타뱅킹(국민은행) △쏠(신한은행) △하나원큐(하나은행) △우리원뱅킹(우리은행) 가운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체 서비스는 단 한 곳도 없다.

다른 대안인 폰뱅킹도 실제 이용에 어려움이 따른다. 폰뱅킹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OTP·보안카드 등에 적힌 일련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OTP가 도입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4년 은행 등과 함께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OTP 시연행사'까지 진행했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OTP 시연행사가 지난 2014년 진행됐었다. ⓒ 금융감독원


하지만 이 음성 OTP에 대한 불만은 지속 제기된 상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따르면 음성 OTP는 금융당국이나 은행권에서 도입한 게 아니다. 국내 OTP 생산업체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개발을 거쳐 무료로 보급했다. 당시 생산된 총 1만개가 현재 은행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순수 목적으로 제작된 이 OTP에도 문제는 있다. △배터리 성능 △숫자 인식 오류 △재발급 등이다. 이에 따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금융당국에 생산업체 지원을 통한 보완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음성 OTP 보급 7년 만인 지난 2020년 금융당국은 발급 및 기능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실제 추진은 감감무소식이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직접 개선에 나선 건 우리은행뿐이다. 우리은행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OTP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음성 OTP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보완했다. 
 
반면 금융당국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은행권 매뉴얼 마련은 속도가 더디다. 은행연합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월31일 시각장애인 대응 TF를 가동했다. 은행별로 다른 시각장애인 대응을 하나의 통일된 매뉴얼로 묶기 위해서다. 

살펴보기로 공언한 부문은 △모바일·인터넷뱅킹 △영업점 △후견인 업무처리 보안사항 등이다. 하지만 TF 가동 약 1년이 흘렀음에도 아직 시각장애인을 위한 모바일·인터넷뱅킹 기준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보면 은행 이용은 굉장히 힘들다"며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제공중인 텍스트 음성변환 서비스를 활용해 은행업무를 보려고 해도 실사용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모바일에서 은행업무를 보려면 사진을 읽어준다든지 시각장애인에 맞춘 서비스 개발이 필요한데, 은행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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