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수입자동차시장은 지난 몇년간 매해 사상 최대 판매실적을 달성 중이다. 지난해 판매량도 2021년(27만6146대) 대비 2.6% 증가한 28만3435대로, 다시 한번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국내 수입차시장은 독일 브랜드들의 독무대가 된지 오래다. 그만큼 브랜드별로 극명한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 1만대 판매를 성공한 6개 브랜드 중 5개가 독일 브랜드들이 차지하면서, 국가별 점유율에서 72.6%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8.8%로 뒤를 이은 가운데 스웨덴 6.1%, 일본 6.0%, 영국 5.5%, 프랑스 0.7%, 이탈리아 0.3% 순이었다.
국내 수입차시장이 고속 성장하는 과정에서 고가 모델들의 성장세도 눈에 띄게 가팔라졌다. 많은 브랜드들이 '프리미엄'을 앞세운 전략을 활발하게 펼쳤기 때문이다.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넥스트 제너레이션 포드 레인저. ⓒ 포드코리아
한편에서는 프리미엄 혹은 럭셔리의 의미가 과거에 비해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수의 브랜드들이 공통 키워드로 프리미엄과 럭셔리를 꺼내 들다 보니 획일화 아닌 획일화가 이뤄진 탓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 해당 단어들의 사용은 일부 브랜드, 일부 메인 모델 정도에 국한되는 등 자동차의 본질인 디자인과 성능을 포함한 전반적인 상품성에 따라 결정됐다"며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모든 수입 브랜드들이 모든 출시 모델들의 수식어로 사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모습은 미국 브랜드들에게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이를 이용해 판매가격을 무섭게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브랜드로는 △지프 △포드 △쉐보레 △캐딜락 △링컨 △GMC가 있다. 이들은 너도나도 '정통 아메리칸 브랜드'라는 수식어를 앞세워 크기가 상당한 큰 차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시에라는 GMC의 초대형 픽업트럭이다. ⓒ 한국GM
그러면서 고급화 전략 일환으로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최상위 트림만을 선보이면서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의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독일 브랜드와 벌어진 상당한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판매량을 통해 점유율을 늘리기 보다는 수익성 극대화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즉, 다수의 소비자들보다는 미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일부 소비자들에게 집중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일례로 최근 포드코리아는 픽업트럭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랩터의 신형 모델을 선보였는데, 두 트림의 판매가격은 이전(2021년 출시 모델)보다 각각 △1360만원 △1600만원 증가했다.
멀티 브랜드 전략(쉐보레·캐딜락·GMC)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GM(GM 한국사업장)도 마찬가지다. 앞서 쉐보레 트래버스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최상위 트림인 하이컨트리 트림만 선보였는데 1000만원 가까이 판매가격을 올렸다. 여기에 GMC 픽업트럭 시에라도 판매가격이 1억원에 달하는 최상위 트림만을 판매 중이며, 캐딜락코리아 역시 초대형 SUV 에스컬레이드의 판매가격을 미국보다 1000만원 이상 높게 책정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말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지프 그랜드 체로키 5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8550만원에 출시, 기존 모델과 비교해 2000만원 이상 판매가격을 올렸다.
물론 이들은 판매가격 인상과 관련해 △디자인 △안전·편의 사양 등이 이전 모델과 비교해 모두 업그레이드된 만큼 그에 맞는 제값받기 전략인 동시에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높이고자 가장 비싼 최상위 트림만을 운영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특정 차량이 프리미엄한지 아닌지를 구분할 잣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수입 브랜드들이 프리미엄이나 럭셔리를 강조한 마케팅을 한다고 해서 이를 무작정 비난하기는 힘들다는 시각도 나온다.

캐딜락이 플래그십 SUV 에스컬레이드. ⓒ 캐딜락코리아
다만, 모든 수입 브랜드들이 프리미엄, 럭셔리를 강조하는 만큼 이같은 마케팅이 자칫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과 럭셔리 이미지로 홍보했으나 자칫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그렇지 못할 경우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프리미엄과 럭셔리라는 단어를 남발한 순간 그 단어들이 주는 이미지가 희석되고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값비싼 소재 등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입만 살아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나 정보 수준이 높아 프리미엄을 흉내만 내는 모델, 혹은 그런 브랜드들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다"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