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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고령층 특화점포' 개설 이유

법제화된 금융소비자 실태평가…고령자 편의성 항목 추가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3.01.06 16:11:50
[프라임경제]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시행에 따라 법제화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 고령층 특화점포를 반영하겠단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은행권들이 앞다퉈 고령자 특화점포 개설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체계 구축 강화를 위해 매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이하 실태평가)를 진행하고 있었다. 평가대상은 대·중·소형 금융회사가 고루 포함돼 결정된다. 이로 인해 각 금융회사는 3개 그룹으로 나뉘어 3년 주기로 평가받는다. 

실태평가에서 '미흡' 등급을 받은 금융회사는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금감원으로부터 이행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이행이 지연될 경우 금융회사는 금감원으로부터 현장 점검을 받게 된다. ‘양호’ 등급의 우수사례는 협회 등을 통해 전파된다.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개요. ⓒ 금융감독원


이같은 실태평가는 기존에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인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에 따라 진행됐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3월 금소법이 시행됨에 따라 실태평가도 법제화됐다. 법제화된 실태평가에 새롭게 추가된 부분이 있다. 바로 70% 비중을 차지한 비계량항목에서 고령자·장애인의 편의성 제고와 관련된 항목이다. 

이는 금소법 시행 이전 은행연합회를 통해 공시하던 실태평가 항목·지표에는 없던 내용이다. 금융소비자는 은행별로 고령자·장애인 등 금융취약계층의 편의성에 얼마큼 노력하고 있는지를 등급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은행권 고령층 특화점포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고령층 특화점포 개설이 은행 실태평가에 영향을 미칠까. 금감원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령층 특화점포 또는 고령층 전용 창구 등을 마련해 운영·영업할 경우 당연히 향후 실태평가에서 좋은 등급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은행권이 고령층 키워드를 내건 특화점포를 선보인 것도 금소법 시행 이후부터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건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1년 12월 기존 신림동 지점을 리모델링해 은행권 최초로 고령층 특화점포인 '디지털 맞춤 영업점'을 선보였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신림동 지점의 경우 고령층 인구가 많아 입금·출금 등 단순업무가 주를 이룬다. 인근의 타 은행 지점들은 이에 따른 수익성을 고려해 모두 폐쇄를 결정했지만, 신한은행은 고령자 편의성 제고를 위해 특화지점으로 재탄생시켰다.

4대 시중은행이 고령층 관련 특화지점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 각 사


신한은행과 리딩뱅크를 다투는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고령층 전용 이동점포를 도입했다. 이동점포인 ‘KB 시니어라운지’는 △중랑구 △은평구 △노원구 △강동구 △강서구 등 5개 서울자치구와 협력해 어르신 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고령층 특화점포는 단순 금융업무뿐만 아니라 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게 특징이다.

최영미 신한은행 신림동지점장은 "나중에 대면 영업점이 없어지더라도 고령층 고객들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환경변화에 소외된 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두에 서서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19일 고령층 특화점포 '동소문시니어플러스영업점'과 고령층 교육공간 '우리 어르신 IT 행복배움터'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디지털 금융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노인들을 위한 동네 휴식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게 우리은행의 포부다. 또 동소문시니어플러스영업점은 원금보장형 위주의 상품을 고령층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폐쇄된 점포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선택했다. 경기도 안산시 소재 상록수 지점은 지난 2021년 12월 폐쇄가 결정됐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해당 지점을 개보수해 지난해 9월 지역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 '하나 톡톡 라운지'로 재오픈했다. 

지역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지만 인근 영업점 직원이 주 1회씩 정기방문해 고령층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는 게 하나은행 측 설명이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접근성 향상 등의 기준을 가지고 추가 '하나 톡톡 라운지' 개설에 알맞은 곳을 전국을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실태평가에 매몰돼 고민하기보다 실질적으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가겠다"며 "그러면 결국 평가 결과는 좋게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면업무의 경우 이제 고령층 고객 수요가 대부분이기에, 이들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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