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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진옥동號, 항해사 역할은 한용구 신한은행장

지주사 역할 축소·계열사 협업 강화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2.12.27 09:57:29
[프라임경제] 새 출발을 앞둔 진옥동 회장 체제의 신한금융그룹(055550)이 세상에 드러났다. 금융그룹의 방향을 잡아줄 신한은행장에 한용구 영업그룹 부행장(이하 한 내정자)이 내정됐다. 그는 일본 주주들의 입김이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신한금융에서 '국내 영업통'으로 은행장을 맡게 된다. 

◆'일본통' 대신 선택된 '영업통'

신한금융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소재 본사에서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신한은행을 비롯한 10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추천을 마무리했다. 한 내정자도 이날 신한은행장에 낙점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신한금융지주에서 100% 지분을 가지고 있기에 사실상 한 내정자는 신임 은행장으로 확정된 상태다.

한용구 신한은행장 내정자. ⓒ 신한금융그룹, 그래픽 = 장민태 기자


한 내정자는 업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다. 업계에서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예상한 인물은 디지털전략 그룹장을 맡고 있는 전필환 부행장이다. 전 부행장은 1965년생으로 오사카지점장·SBJ은행(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 부사장을 거친 소위 '일본통'이다. 전 부행장은 오사카지점장·SBJ은행 법인장 등을 거친 진옥동 회장 내정자와 비슷한 이력으로 인해 최측근으로 뽑힌다. 

앞서 용퇴를 결정한 조용병 현 신한금융 회장은 계열사 인사에 대해 "제가 권한을 갖고 있더라도 인사는 내정자가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계열사 인사에 진옥동 회장 내정자와 가장 가까운 인물인 전 부행장이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한 내정자가 신한은행장 자리에 오른다. 일각에서 한 내정자를 '진옥동의 오사카 사단'으로 분류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진옥동 회장 내정자가 오사카 지점장이던 시기에 한 내정자는 도쿄에서 잠시 실무진으로 일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두 사람이 일본에서 함께 일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자경위가 한 내정자를 선택한 배경으로 '영업능력'이 거론된다. 한 내정자는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에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그는 청주·잠실남·장암 지점을 거친 뒤 본점 인사부, 고객지원부 등에서 근무했다. 특히 국내에서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혁혁한 영업실적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내정자는 영업능력을 바탕으로 지난 2019년 신한금융 컨트롤 타워인 원신한전략팀의 본부장을 맡게 됐다, 이 경력이 은행장 추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본격적으로 진옥동 회장 내정자와 인연이 시작된 지점이기 때문이다.

진옥동 회장 내정자는 금융그룹 부사장으로 원신한전략팀을 총괄했었다. 진옥동 회장 내정자는 이때 본부장으로 손발을 맞춘 한 내정자의 영업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후 진옥동 회장 내정자는 신한은행장에 오른 뒤 2021년 그를 영업그룹 부행장 자리에 앉혔다. 당시 진옥동 회장 내정자는 한 내정자 인사에 대해 영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한 내정자가 신임 은행장에 낙점된 배경으로도 '영업능력'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개개인의 실력을 가름할 수 있는 가장 큰 지표는 영업"이라며 "영업능력으로 차기 은행장을 결정했다는 것은 결국 한 내정자의 은행원으로서 실력이 출중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그는 영업그룹장 시절 전국 모든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 정책 방향성을 설명하고 은행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등 변화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 부회장직 신설 '무산' 중요해진 진옥동·한용구 '호흡' 

신한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차기 회장을 위한 '2인자' 자리인 부회장직이 없다. 이에 조용병 회장은 용퇴 직전까지 지주사 기능 확대를 위해 부회장급 총괄직 신설을 논의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자경위 추천과 함께 부회장직이 신설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그룹이 지난 20일 밝힌 조직개편에 부회장직 신설이 포함되지 않았다. ⓒ 신한은행


하지만 신한금융이 지난 20일 단행한 조직개편에 부회장직 신설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발표된 조직개편은 지주사 경영관리 기능을 축소하고 자회사 사이 협업을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우선 신한금융은 그룹 재무성과 관리를 전담해 온 지주 경영관리부문을 해체하고, 지주·자회사 형태로 운영되던 △글로벌 △WM △퇴직연금 △GMS 사업 부문의 그룹장 겸직을 해제한다.

대신 지주에 '그룹원신한부문'과 '그룹신사업부문'을 새로 설치한다. 두 부문은 지주의 부문별 기능을 다시 설계해 그룹의 성장 과제를 발굴하고, 그룹 핵심 사업에서 계열사간 협업을 지원하기 위한 연결다리 역할을 한다.

지주사 기능을 축소되고 자회사간 협력을 중요시하면서, 은행의 역할도 커졌다. 그룹 내에서 은행의 수익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3분기 기준 누적 순익 4조3154억원에서 2조6095억원이 은행의 순익이다. 그룹 내에서 은행의 수익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자회사간 협력을 내세운 시점에서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이제 진옥동 회장 내정자과 호흡이 중요해졌다. 신한은행의 혁신금융서비스인 '땡겨요'만 해도 진옥동 회장 내정자가 만든 역점 사업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시장 불확실성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선택"이라며 "한용구 내정자는 사업추진 및 경영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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