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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은행결산] '횡령시대'…'답은 내부통제 강화'

올해 횡령액만 722억…금융당국, 대표이사 책임 강화 등 법 개정 착수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2.12.16 11:06:41
[프라임경제] 은행권은 올해 횡령 등 각종 금융사고로 골머리를 앓았다. 은행부터 감독분담금을 거둬간 감독당국까지 연이어 터진 횡령으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제 횡령의 재발방지를 위해 '내부통제'를 다시 뜯어보고 있다.

올해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횡령사고가 발생한 곳은 은행이다.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횡령사건을 일으킨 인원은 총 20명이다. 이 중 70%인 14명이 은행 사람들이다.

은행권 횡령사고는 금액으로도 타 업권을 뛰어넘는다. 올해 금융권 횡령액을 살펴보면 790억9100만원이다. 이 중 722억5420만원이 은행권 횡령이다. 

금융당국은 고객 돈을 보관해야 할 은행에서 내부통제를 미비하게 지켜 횡령사고가 발생했다는 시각이다. 반면 은행권은 횡령을 일으킨 개인의 문제일 뿐 법에서 명시한 내부통제를 잘 지키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의견 대립은 내부통제 관련 법령인 '금융사지배구조법'에서 시작된다.

◆금융당국, 사고방지 해법 '금융사 CEO 조이기'

현행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24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내부통제기준에서 정해야 할 세부적인 사항과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문제의 발단을 살펴보면 법이 금융회사에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준수’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 대신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5조에서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준수 여부·위반 등을 조사할 준법감시인을 1명 이상 두어야 한다고 규정할 뿐이다.

올해 금융권에서 횡령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은행이다. = 장민태 기자


이 부분 때문에 당국에서 횡령 또는 대규모 사모펀드 피해 등의 책임을 물어 은행을 제재해도 피해 나갈 방법이 남게 된다. 은행이 당국의 중징계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판결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은행장 등 주요 은행 경영진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어 '꼬리 자르기' 지적으로 이어진다.

실례로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내부통제 미비로 중징계를 받은 은행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앞서 1심·2심 재판부도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해석과 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었다.

이처럼 당국의 제재가 힘을 잃자 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금융위 관계자도 "DLF 등 사모펀드 판매 관련 내부통제 쟁점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행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8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했다. 이들 TF는 그동안 세 차례 회의를 걸쳐 지난달 29일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TF에서 요구한 법 개정은 중대 금융사고 발생할 경우 금융사 대표이사·이사회 등 주요 임원에게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게 골자다. 다시 말해 금융사 총괄책임자인 대표이사가 금융사고 발생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셈이다. 아울러 이사회 감시의무에 내부통제 내용도 추가해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업무를 감독하도록 개정할 방침이다. 

◆은행권…상시적인 자체감사 '강화' 

당국에서 법 개정 등 제도적 개선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은행권은 자체적인 재발방지 방안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내놓은 재발방지의 핵심은 상시적인 자체감사다. 이슈가 없어도 영업점에 대한 자체감사를 진행해 횡령을 사전에 막아내고, 발생하더라도 이를 빠르게 파악하겠단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횡령사고를 발견해 신고한 것은 감독기관이 아니라 대부분 은행"이라며 "막대한 금융감독 분담금을 거둬가는 감독당국에서 발견하지 못한 걸 찾아낸 만큼 자체감사에 대한 신빙성은 높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건들 중 오랜기간에 걸쳐 횡령을 진행한 직원도 있었기에, 이를 방지하고자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첨언했다.

국내 4대 시중은행. ⓒ 각 사


우선 횡령사고 발생 이후 대부분 시중은행은 명령휴가 대상자를 확대했다. 은행권 횡령이 장기근무자에 의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위험직무 수행자에서 동일 부서에서 근무한 장기근무자로 명령휴가 대상자 범위가 넓어졌다. 휴가기간 은행은 대상자의 업무 전반에 대해 점검한다.

가장 빠르게 내부통제 강화에 나선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조직개편에서 준법지원부 안에 부서급 규모의 상시감사조직을 신설했다. 이들은 영업점 상시감사와 상시모니터링 관련 프로그램 개발·운영 등을 수행한다.

또 KB국민은행은 내부통제 관련 지침을 개정해 ‘부점명의 통장’ 관리 강화에 나섰다. 부점명의 통장은 본점 부서·영업점 명의로 된 통장이다. 은행권에서 부점명의 통장을 악용한 횡령이 발생함에 따라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게 KB국민 측 설명이다.

부점명의 통장에 대한 개선은 우리은행도 진행했다. 모든 부점명의 통장은 은행 단말기 속 내부 전산 프로그램에 보관된다. 보관하지 않은 부점명의 통장의 경우 거래가 제한된다. 또한 부점명의 통장을 이용한 지급이 발생할 경우 부서장에게 문자 알람이 전달된다. 

대외 수신문서 관리도 강화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그동안 공문이나 외부 문서들은 개인별 메일로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횡령사고에서 이를 악용한 점을 반영해 공식계정을 만들어 통합 관리한다는 게 우리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부서장들이 부서별 공문을 확인해 전달하게 된다.

신한은행은 매월 감사부서에서 현업부서를 상대로 내부통제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불시점검을 진행한다. 또 지점별로 현물 감사를 진행한다. 감사 방식의 경우 다른 지역 지점장이 대상 지점에 방문해 장부상의 현금과 실제 현금 차이를 확인한다. 

아울러 신한은행에 따르면 보유한 현금을 실시간 조회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모출납 ATM이 시재 횡령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은행권 금융사고로 인해 내부통제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내부통제 개선을 통해 횡령 재발을 방지하고 이를 지키기 위한 조직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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