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업인의 집 앞이라는 이유로 주택가에서 벌어지는 집회가 늘어나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위대들의 고성과 비난, 선정적인 문구가 담긴 현수막 등으로 인근 시민들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일반 주택가에서 시민들을 볼모로 한 무분별한 시위로 인해 단지 기업인의 이웃이라는 이유만으로 다수의 시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 한남동 주택가에서는 2주 넘게 지속된 수백 명의 구호 소리와 함성으로 거주하는 시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수백 명 사람들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도로에서 행진하며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했다. 특히 이들은 구령에 따라 "은마 관통 결사반대"를 외치는가 하면, 함성이라는 구호에는 다 같이 소리를 질렀다. 일부 구간은 시위대로 가득 차 차량통행이 불가능한 상황도 유발됐다.
이들은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이하 은마 추진위)의 모집한 시위대로, 시위의 이유는 매일 관광버스를 타고 와 한남동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유는 국책사업인 GTX-C 노선의 은마아파트 하부 통과를 반대한다는 명분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일주 주민들이 사업과 무관한 시민들을 볼모로 일반 주택가에서 장기간 시위를 지속하며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 © 독자 제공
무엇보다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국토교통부의 공식 견해 등을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수정안을 요구하며,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아니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일대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GTX와는 전혀 관련 없는 한남동 시민들만 피해를 받고 있는 셈이다.
현재 시위대는 정의선 회장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시위 시간대는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이 출근해서 근무하는 시간대인 탓에 억지 논리라는 게 중론이다.
일반 시민을 볼모로 기업인의 집 앞에서 벌어진 민폐 시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민주노총 택배노조 150여명이 산하 CJ대한통운 노조의 파업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서울 중구 장충동 이재현 CJ 회장 자택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또 지난 2020년에는 적폐청산국민운동이라는 시민단체가 배드민턴장을 무상으로 지어달라며 이명희 신세계 회장 자택 앞에서 수차례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이마트가 매입한 부지에 과거 배드민턴장이 있었으니, 이마트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문제는 구청에서 행정 허가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시위를 했다는 점이다.
같은 해 또 다른 시민단체는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택 앞에서 술을 마시며 삼겹살을 구워 먹는 소위 '삼겹살 폭식 투쟁'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이웃 주민들의 민원으로 공무원이 출동까지 했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고 자신들만의 투쟁을 이어갔다.
이외에도 △2019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집 앞에서 벌어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금속노조 시위 △2018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자택 앞에서 열린 전국금속노조원 시위 등도 있다.
기관장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의 새로운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 후보지로 마포구 상암동 일대가 선정되자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9월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자택 앞에서 한 달여간 시위를 진행했다. 새벽 6시부터 시작된 시위대 소음으로 자양동 주민들이 피해를 입어야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특별시의회 김혜영 의원은 지난달 18일 시의회에서 "마포구도 아닌 서울시청도 아닌 시장이 살고 있는 집으로 와서 주변 주민들을 괴롭히는 시위는 절대 공감 받을 수 없다"며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건전한 집회·시위 문화가 확산·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도 넘은 민폐' 시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거센 질타와 함께 다른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도 존중하는 시위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시위 문화에 대한 준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남동에 거주 중인 한 시민은 "기업인의 이웃에 살고 있다는 것이 죄인가, 자신들의 권리가 소중하다면 집에서 평소대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싶은 이곳 주민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점을 시위대가 반드시 알아야 한다"며 "누구도 타인의 사생활 평온을 방해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