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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막바지 금융지주 회장들, "연임 가능성은?"

NH농협금융, 외부 입김 걸림돌…우리·신한, 법적 리스크 영향은?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2.11.17 17:37:05
[프라임경제] NH농협·신한·우리금융지주 회장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을 포함해 감독기관까지 이들의 연임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는 상황. 그동안 금융그룹을 이끌어온 회장들의 성과·과오가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 각 사



◆NH농협금융, 新정권 낙하산 문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NH농협금융이다. 이들은 이미 차기 회장 후보군을 선정하기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가동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의 임기는 오는 12월31일 종료다. 

일단 농협금융지주는 손 회장 임기 기간에 '안정적인 수익성'을 이뤄냈단 평가를 받는다. 손 회장 임기 첫해인 지난 2021년 농협금융지주 출범 10년 만에 연간 순이익 2조원을 달성했다. 올해도 역대 최대실적을 이어 나가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3분기만에 1조9717억원의 누적수익을 냈다. 이미 올해 순이익도 이변만 없다면 2조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익을 손 회장의 노력에 의한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손 회장 임기 기간인 2021년부터 2022년은 대부분 금융그룹들이 최대실적을 갈아치웠다. 금융그룹들은 이 기간 동안 폭발하듯 늘어난 대출과 금리인상기에 따른 순이자마진 증가로 수익을 높여왔다.

농협금융이 올해 3분기까지 벌어들인 이자이익만도 6조9871억원이다. 2조원을 코앞에 둔 누적 순이익도 대부분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역할이 컸다. 농협은행 3분기 누적순익은 1조4599억원으로 농협금융 누적순익의 74%를 차지한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오히려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농협금융은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으로 7592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전년동기 기록인 1조5331억원 대비 50.4% 감소한 수준이다. 이처럼 과도하게 이자부문에 치우친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손 회장 임기 내내 있었다.

그는 지난 3월 농협금융 출범 10주년 기념식에서 생활금융플랫폼을 주력 채널로 육성하겠단 비전을 밝혔다. 각자 흩어진 계열사별 플랫폼을 한데 묶고 금융을 넘어 자동차·쇼핑·헬스케어 서비스 등을 포함한 생활금융플랫폼을 구축하겠단 의미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올원뱅크는 모든 계열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업계는 손 회장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역대 농협금융 회장들이 대부분 2년 임기를 마친 후 1년 정도 연임을 했단 점 때문이다. 또 손 회장은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과 달리 법적 리스크에서도 깨끗하다.

다만 외부의 입김이 손 회장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농협법에 따라 설립돼 각종 정책자금을 관리하는 등 특수성이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새 정권마다 관료출신이 농협금융 회장으로 임명된 경우가 잦았다. 실제 역대 농협금융 회장들을 살펴보면 손 회장과 신충식 초대 회장을 제외하곤 모두 기획재정부·금융당국을 거친 관출신 인사들이다. 

◆우리, 법적 리스크 변수…신한, 대법원 무죄 판결 '긍정'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이들 회장은 임기 기간 굵직한 성과들을 달성했다. 두 회장 모두 은행으로 입행해 주요직을 거쳐 회장까지 오른 내부 인사다. 이에 따른 직원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손태승 회장은 지금의 우리금융을 다시 세운 장본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014년 12월 해체 수순을 밟아 우리은행에 합병됐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 대주주가 우리금융지주에서 준정부 기관인 예금보험공사로 변경됐다. 

손 회장은 2017년 은행장에 오르자마자 금융당국·이사회·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나 지주사 설립에 대한 당위성을 설득했다. 지주사 재출범을 위해 뛰어다닌 배경은 글로벌 시장·자회사 확대 등 성장동력을 수혈하기 위함이다.

통상 은행은 은행법을 적용받아 출자한도를 20%로 제한받는다. 반면 금융지주는 자기자본의 130%까지 출자를 할 수 있다. 늘어난 출자여력을 바탕으로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하겠다는 게 손 회장이 그린 청사진이다. 결국 그는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우리은행의 지주전환을 승인받았다. 

해체된 지주를 되살린 손 회장은 2020년 그룹 회장에 정식으로 취임해 본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섰다. 재출범 당시 6개에 불과하던 우리금융 계열사는 현재 14개로 늘어났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금융그룹은 손 회장 취임 1년만에 연간 순익 2조588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순익인 1조3070억원 대비 무려 98%나 늘어난 수치다.

역대급 실적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완전민영화의 실마리가 됐다.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보유 지분을 시장에 매각한 것이다. 준정부 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면서 사실상 완전민영화를 이뤄냈다.

업계에서 과감한 M&A로 달성한 성과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밀리지 않는다. 그는 첫 임기를 맡은 2017년부터 베트남신한은행을 탄생시켰고, 아시아신탁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아울러 지난해 7월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을 결합해 신한라이프를 공식 출범했다. 이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조 회장의 계획이었다.

특히 업계에서 조 회장은 선구안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올해 7월 여의도 소재 신한금융투자 사옥 매각을 추진했다. 사옥은 그대로 임차해 사용하고 매각으로 얻은 6395억원을 모두 자기자본에 포함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경색이 금융권으로 확대된 것을 고려하면 알맞은 시기에 매각을 추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그의 노력들은 임기 말 훌륭한 성적표로 돌아왔다. 신한금융은 지난 3분기 순익 4조3154억원을 달성했다. 이번 분기를 기점으로 KB금융을 따돌리고 3년 만에 업계 1위인 '리딩금융' 타이틀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손 회장과 조 회장 모두 임기 기간 금융그룹을 성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두 회장은 모두 법적 리스크가 있었다. 앞서 손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징계받았다. 이에 손 회장은 중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 9일 다시 라임펀드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제재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손 회장에게 내려진 문책경고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중징계 받은 임직원은 3~5년간 금융권 취업을 할 수 없다. 

반면 조 회장은 법적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다. 검찰은 조 회장을 신한은행장 당시 신입사원 채용점수 조작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조 회장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그동안 발목을 잡아 오던 법적 리스크를 모두 털어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과 법적 리스크 해소 등에 힘입어 조 회장에 대한 연임은 확실시되고 있다"며 "조 회장이 추진해오던 신한금융 중장기 전략에도 더 힘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금융권 수장들의 임기가 새로운 정권 출범 이후 종료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연임에 대한 시선들이 늘어난 만큼 실적뿐만 아니라 수장들에 대한 리스크도 다시 평가되고 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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