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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따라 움직이는 주가 "투자 시기는"

지분율 싸움·주주 친화 정책 기대감 영향…"무작정 투자는 위험"

박기훈 기자 | pkh@newsprime.co.kr | 2022.10.25 10:35:31

'경영권 분쟁'은 주식시장에서 호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높다 = 박기훈 기자


[프라임경제] 글로벌 긴축 움직임에 국내 증시가 약세를 이어가는 와중에 최근 휴마시스(205470)가 급등세를 연출했다. 이유는 '경영권 분쟁 우려'다. 경영권 분쟁은 사회적으론 시끄러운 이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호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높다. 

휴마시스는 지난 13일 시간 외에서 종가대비 9.82% 오른 1만5100원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음날인 14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과의 충돌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당시 휴마시스 소액주주들은 "임시주총 안건이 본인들의 제안했던 안건과 상이하다"며 모든 안건을 부결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임시주총은 계획대로 진행됐지만 모든 안건들이 결국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다.

나흘 뒤인 지난 18일엔 휴마시스의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 공시로 다시 한 번 급등세를 연출했다. 당일 주가는 전일대비 24.51% 뛴 2만2350원으로 마감했다. 

해당 공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구희철 씨 외 4명이 지분 5.45%를 확보했다. 지분 보유 목적은 '경영권 참여'다. 사실상의 '선포'인 셈이다. 구씨는 공시에서 "생각을 같이하는 주주들과 연합해 회사 경영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며 "신규 임원의 선임과 함께 개정된 법에 맞게 정관을 개정하는 등의 행위를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휴마시스 최대주주인 차정학 대표의 지분율은 6.9%다. 배우자 등 특수관계인까지 합쳐도 7.58%에 불과하다. 반면 소액주주 지분율은 80% 이상이다. 구씨 등이 다른 소액주주와 연합한다면 경영진의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이 더욱 강력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휴마시스에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화천기계(010660)다. 경영권 분쟁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15% 이상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9월19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김성진 보아스에셋 대표는 지난 8월 화천기계가 소유한 이익잉여금 1034억원 가운데 693억원(1주당 3500원)을 배당하는 안건으로 임시주주총회를 허용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것이 발단이 돼 지금까지 경영권 분쟁 이슈가 이어져 오고 있다. 김성진 대표를 포함한 보아스에셋의 화천기계 지분률은 10.43%다. 이는 최대주주 지분율 34.54%에 이은 2번째다.

이러한 경영권 분쟁에 주가가 급등하는 이유는 지분율 싸움 때문이다. 특정 기업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지분율이 높아야 한다. 특정 상대보다 많은 지분율을 차지하기 위해 3자배정 유상증자와 같은 방식이나 장내에서 대량으로 주식을 매수하기 마련이다. 

매수 물량이 늘어나면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따라 주가는 오른다. 따라서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작을수록, 해당 기업의 유통주식 수가 적을수록 치열한 지분 다툼으로 주가는 수직 상승한다. 여기에 더해 주가 상승세 지속을 기대하는 개인투자자들까지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게 된다. 

주주 친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또 다른 이유다. 사측이 경영권 분쟁으로 본격화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이나 기타 파격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경영권 분쟁에 주가가 급등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분율 싸움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매수 물량이 늘어나면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따라 주가가 오르게 된다. = 박기훈 기자


경영권 분쟁에 따른 주가 강세는 비단 코스닥 기업만의 상황만이 아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엔 한진칼(180640)이 급등 릴레이를 시현했다. 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이뤄진 3자주주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2020년 한 해의 큰 이슈이기도 했다. 같은 해 1월 3자주주연합 결성을 시작으로 지분율이 계속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점입가경이었다. 지난해 2월 3자 주주연합이 주주제안을 하지 않으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기까지 한진칼의 주가는 7만원 후반대에서 9만원 후반대를 찍었으며, 최고 10만9500원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은 곧 주가 상승'이라는 공식만으로 경영권 분쟁 테마에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금호석유화학(011780)의 경우, 지난 2021년 1월 경영권 분쟁 본격화 이슈에 급등했지만 그로부터 1년 만인 올해 2월엔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국내 증시가 침체기라는 점, 크게 달라진 내용이 없다는 점, 당시 업황이 좋지 못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주가 상승을 억제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경영원 분쟁이 무조건 급등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한 쪽으로 승기가 기울어 '지분 경쟁 프리미엄'이 사라질 경우 주가 급락과 함께 제 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 추가 지분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 우려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진칼도 경영권 분쟁이 종료되자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전문가는 또 "오를 만큼 오르면 그 이상의 상승은 힘들다. 어찌 보면 경영권 분쟁 이슈는 거품이자 착시효과와도 같다"라며 "개인투자자는 경영권 분쟁 진행 사항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까지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력은 없다. 때문에 언제 어느 시점에 어떻게 분쟁이 종료될지를 감지하고 사전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리스크를 떠안은 채 투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부 세력의 개입 가능성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들의 경우엔 주가 상승을 위해 경영진과 대립에 일부러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급등 후 다시 급락하는 경우다 비일비재하다"며 "또한 경영권 분쟁 이슈가 소멸된 경우엔 반등을 노리고 다시 투자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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