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달러 강세'에 환테크 재부각…2달만 8562억↑

"금융위기 당시 1500원대 돌파한 기대 수요 반영"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2.09.29 17:34:18
[프라임경제] 원·달러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한 가운데, 이를 역이용해 달러로 몰리는 환테크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해 금융권의 달러 연관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를 돌파했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당시 고점인 1500원선도 금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로 인해 달러에 대한 환테크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29일 1438.90원으로 마감했다. = 장민태 기자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은 통상 외화예금, 채권, 달러 상장지수펀드(ETF) 등이다. 이 중 투자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 가능한 상품은 외화예금이다. 투자자는 일반적인 예금과 동일하게 은행에서 외화예금을 개설해 달러화, 엔화, 유로화 등의 통화를 넣어둘 수 있다. 

외화예금은 예금이자에 더해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부과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앞서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가 지난 8월말 기준 외화예금에 넣어둔 달러 잔액은 749억달러로 7월말 대비 15억7000만달러(약 2조2403억원) 줄었다. 특히 개인이 개설한 예금의 달러잔액은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개인예금 잔액은 119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12월말 169억5000만달러 대비 50억1000만달러(약 7조1673억원)가 증발했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화예금 잔액이 줄어든 이유를 모두 다 파악할 수 없지만, 이제 달러를 자산으로 생각해서 조금 처분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국인 직접투자자금 회수·일부 기업의 수입 결제대금 인출 등도 달러화예금 잔액 감소 원인으로 꼽았다.

다시 말해 원·달러환율을 고점이라 생각한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에 투자한 자금을 빼내고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고점 예상은 9월에 들어서면서 빗나간 것으로 평가받는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지난 9월26일 1431.3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로 인해 달러에 투자하려는 금융소비자들이 몰려들면서 다시 외화예금의 달러 잔액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4대(신한·국민·하나·우리) 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26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551억달러로 지난 7월말 545억달러 대비 6억달러(약 8562억원) 정도가 늘어났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마지노선이라 평가받던 1400원선을 넘어서자 고객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 들어 달러예금 잔액이 다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줄어들던 달러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단 것은 증권상품인 ETF에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KODEX 미국달러선물은 한국거래소 미국달러선물지수 수익률을 따라가는 대표 달러 ETF 상품이다. 이 상품의 지난 8월 시가총액은 전월대비 8억5445만원 정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 28일 기준 시가총액은 1431억1760만원으로 전월대비 약 511억이 증가했다. 

미국달러선물지수 수익률을 2배로 따라가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KODEX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이 상품 시가총액은 지난 28일 기준 1431억7605만원으로 전월대비 511억 가량 증가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하락할 경우 손해를 2배로 입는 고위험 상품인데도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단 것을 보려면 가격에 좌수를 곱해 구해지는 시가총액을 보면 된다"며 "선물이나 인버스 등 ETF 상품에는 투기적인 수요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ETF 상품인 KODEX 미국달러선물의 시가총액은 지난 28일 1431억7605만원으로 전월대비 511억 증가했다.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과거 금융위기 당시 도달했던 원·달러환율 고점 때문에 이를 기대한 투자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을 예상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게 전고점인데 2009년에 이미 1500원대에 도달한 사례가 있다"며 "그렇기에 이를 기대하고 달러에 투자하려는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에서 마땅한 레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향후 환율이 전고점을 뚫어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에 도달한다면, 그때부터는 100원 단위 상승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환율의 추세적인 상승으로 인한 환테크는 개인들에게서 뜨거운 것 같고, 기업의 경우에 수출 업체들이 어느 수준에서 팔아야겠단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아 늘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달러 투자가 많아지는 것은 환율 수준에 달려있는데, 과거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당국에서 조치를 취하면 환율이 같이 내려왔다"며 "하지만 지금 같은 케이스는 처음이고 글로벌 강달러 기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첨언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