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유럽의약품청이 성명을 통해 바이오시밀러의 안정성과 효능을 공식 인정했다. 이에 국내 바이오시밀러 관련주들이 주목받고 있다. =박기훈 기자
[프라임경제] 유럽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안전성과 효능을 공식 인정했다. 이에 따라 관련 시장의 확대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바이오시밀러 생산 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바이오시밀러 확대 '긍정적'
현지 시간으로 지난 19일 유럽의약품청(EMA)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의약품 규제기관정상회의인 HMA(Heads of Medicines Agencies)는 바이오시밀러와 오리지널 의약품 사이의 상호 교체(Interchangeable) 사용을 확인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유럽에서 승인된 모든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임상시험 없이 교차처방(interchangability)이 가능하다"며 "각 회원국들에게 교차처방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의료 전문가가 명확한 내용을 제공해 유럽 내 더 많은 환자가 바이오시밀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준비됐다"고 발표 배경에 대해 밝혔다.
교차처방은 동일한 임상적 효과가 기대되는 바이오시밀러를 의사 동의 없이도 약사가 환자의 수요에 따라 처방(Auto-substitution)할 수 있음을 뜻한다. 바이오시밀러 상호 교체처방은 그동안 유럽 내 여러 국가에서 의사 판단과 현장 상황에 따라 비공식으로 시행돼 왔었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은 FDA에서 교차처방 가능한 시밀러를 지정해주고 있으며 약국에서는 특정 제품에 대해서만 바이오시밀러 처방이 가능토록 법으로 제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와 달리 유럽은 이제 임상 근거 없이도 오리지날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바이오시밀러 처방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EMA는 "유럽에서 15년 이상 100개 이상의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을 평가해 왔다. 승인 후 모니터링을 지속한 결과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매우 깊은 이해를 얻었다"며 "지금 처방되고 있는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교차처방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 있는 EMA 청사 모습. ⓒ 연합뉴스
엄 연구원은 "각 개별 회원국의 교차처방지지 성명서는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많은 회원국 또는 의사와 환자들에게 긍정적 검토를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 환자들에게 저렴한 약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줌으로써 약가 부담을 완화한다는 것에 초점이 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 강제력은 없는 사항이지만, 유럽 시장에서 오리지날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충분히 바이오시밀러 처방의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이번 성명으로 인해 빅파마들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바이오시밀러를 방어하기 위한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빅파마들은 신약개발에 더욱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이며 인수합병 또는 바이오베터 개발에도 투자가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EMA 성명에 관련주 수혜 '기대'
유럽의 이번 방침에 따라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기업은 셀트리온(068270)과 삼성바이오에스피다. 현재 셀트리온과 삼성바오이에스피는 유럽에 다양한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셀트리온은 약 43%, 삼성바이오에스피는 약 72%의 매출이 유럽에서 발생했다.
셀트리온은 '베바시주맙(베그젤마)', '아달리무맙(유플라이마)', '트라스트주맙(허쥬마)', '인플릭시맙(램시마)' 바이오시밀러와 함께 항암제 '리툭시맙(트룩시마)' 바이오시밀러에 관한 허가를 획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에타너셉트(제품이름 베네팔리)', '인플릭시맙(플릭사비)', '아달리무맙(임랄디)' △항암제 '트라스트주맙(온트루잔트)', '베바시주맙(에이빈시오)' △안과질환 치료제 '라니비주맙(바이우비즈)' 등이 판매허가를 받았다.
엄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직판 구조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며, 삼성바이오에스피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를 통해 낮은 단가로 생산·공급이 가능하다"며 "이들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쳤다.
김태희 KB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의 바이오시밀러 호황은 1st Wave였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휴미라와 아일리아, 스텔라라가 이끄는 2nd Wave가 시작된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그룹이 큰 수혜를 받을 것이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경쟁에서 암젠 대비 약 5개월 늦게 출시되지만 고농도 제형으로 출시되며, 펜 타입 기준 암젠의 27G보다 가느다란 29G로 개발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시장에서는 알테오젠(196170), 팬젠(222110), 한올바이오파마(009420) 등 바이오시밀러 관련주로 언급되는 기업들 찾기에 나서고 있다.
알테오젠은 '아일리아', '허셉틴' 등 바이오시밀러 개발 사업을 영위 중에 있다. 지난 7월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사전충전주사제형(PFS, Pre Filled Syringe) 관련 특허 등록도 완료했다.
팬젠은 바이오시밀러 빈혈치료제(EPO, 제품명 팬포틴) 의약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에 판매 중에 있으나 글로벌 판매처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당사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팬포틴 출시 4년차가 되는 내년부터 현재 진행되고 있던 대부분의 품목 허가 절차가 마무리돼 매출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아미노산 치환 기술 및 바이오시밀러 개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관련주로 분류됐다.
한편 전문가들은 바이오시밀러 관련주 투자 시 주의해야 할 사안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First 바이오시밀러인지, 그리고 판매 파트너사가 어떤 회사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전문가는 "신약 특허 만료 직후 바로 상용화가 가능한 Fist 바이오시밀러인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바이오시밀러는 기존에 존재하던 신약을 동일하게 복제하는 개념이다. 기존의 파이를 나눠먹는 셈이다. 즉 무엇보다도 시장에 빨리 나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지 영업 네트워크와 유통 채널이 넓은 파트너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는 비단 바이오시밀러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제대로 된 판로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파트너사에 대한 분석도 투자 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