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책금융상품인 안심전환대출의 접수가 지난 15일 시작됐지만, 대출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서민층 이자부담을 완화하겠다던 정부의 계획이 틀어진 셈이다.
이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9일 직접 신청 창구를 찾아 안심전환대출의 홍보를 당부했다. 하지만 금융권 전문가들은 홍보보다 현실성 없는 기준과 낮은 지원 혜택 등을 개선해야한다고 지적한다.
◆2주 동안 3917건 신청 "1·2차 대비 처참한 수준"
안심전환대출은 서민이 보유한 변동금리·준고정금리(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을 저금리 고정금리 상품으로 전환해주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6대(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시중은행과 주택금융공사가 지난 15일부터 영업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신청받고 있다.

지난 16일 안심전환대출 신청·접수에도 불구하고 서울 중구 소재 시중은행 영업점은 한산한 수준을 유지했다. = 장민태 기자
6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접수가 시작된 첫주 동안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한 누적 건수는 2508건, 금액으로 2369억원이다. 누적 건수는 접수 2주차인 19일 기준 3917건(35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청이 100건 수준에 불과한 곳도 존재했다. 본격적인 접수 시작에도 신청자가 저조하다는 건데, 과거 진행됐던 안심전환대출과 비교하면 신청 현황은 더 처참한 수준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지난 2015년과 2019년에도 시행된 바 있다. 제1차 안심전환대출은 접수가 시작된 지 4일 만에 20조원을 모두 소진했다. 제2차 안심전환대출인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주금공 홈페이지에 대기자 16만명이 몰려 접속이 지연됐었다.
과거와 달리 안심전환대출에 사람이 몰리지 않는 이유로 현실성 부족한 가입기준이 지적된다. 이번 안심전환대출 가입은 시세 4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과거 1·2차 안심전환대출은 9억원 이하 주택이 기준이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KB시세를 우선해 주택가격을 판단한다. 실제 KB부동산 시세를 살펴보면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은 물론이고 △부산 △세종 △대전 △제주 등의 평균 아파트 가격도 4억원을 넘긴 상황이다.
평균 3억9000만원 수준인 대구의 경우도 수성구(6억7000만원)·중구(5억원) 등이 심사에서 탈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인구 밀집 지역에 거주 중인 대출자 대부분이 안심전환대출에 가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낮은 금리 혜택도 문제로 제기된다. 앞선 1·2차 안심전환대출 금리는 최고 2.65%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상품은 저소득 청년층이어도 금리를 3.70~3.90%로 적용한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1·2차 안심전환대출이 시행된 시기에 영업점에서 근무했는데, 아직도 고객들로 가득 찬 영업점 모습이 생생하다"며 "지금 진행 중인 3차는 가입 기준에 '4억 이하'라는 커트라인 때문에 신청자가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지방의 신축 아파트가 4~5억원 정도에 분양되고, 코로나19 기간에 변동금리를 선택했던 대출자의 경우 금리가 이제 2% 후반인 상황인데 누가 신청하겠냐"고 꼬집었다.
◆ 대상도 논란 "보호 필요한 계층 한정해야"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처음 거론됐다. 당시 회의에서 금융위원회는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계획 중 하나로 안심전환대출을 꺼내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서민·취약계층의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안심전환대출 추진에 나섰다. = 장민태 기자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 추진 배경으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주택구입 대출자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있어 이를 경감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가 추진한 정책금융상품이지만, 대상에 무리하게 대출받아 주택을 구입한 소위 '영끌족'들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는 금융위 측 설명을 살펴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금융위는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까지 주택가격 급등기에 소득 대비 많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20·30대가 금리상승으로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도 "국민을 금리변동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시켜 부담을 느끼게 할 것이냐, 정부가 최소한의 자금으로 어려움을 덜어줄 것인지는 판단의 문제"라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저금리가 고금리로 바뀌는 특이한 시기에 제한적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서민을 위한 상품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금융권과 학계에서는 대상을 서민이라는 광범위한 범위로 설정했기 때문에 지원에 현실성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상을 도움이 절실한 취약대출자로 좁혀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상품은 금리인상기에 이자부담을 줄여주겠단 의미만 있고 실효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차라리 대상을 보호가 필요한 이들로 축소하고 지원을 확대하는 게 맞다"고 일갈했다.
이와 관련해 학계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피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출 형태로 이자부담을 경감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게 맞다"며 "그냥 일반적인 대출지원을 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성실하게 부채를 갚은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어 현재 대상으로 파격적인 지원에 나선다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며 "결국 이런 정책금융상품은 보호가 필요한 계층들을 대상으로 한정해 지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