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14일 서울 은행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6일 예정된 총파업 단행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국 7000여개 금융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오는 16일 오전 9시 총파업에 돌입한다. 총파업에 돌입한 금융노조 조합원들은 오전 10시에 광화문 세종로 사거리에 집결한 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가두행진을 실시할 예정이다.
◆임금 인상 요구안 5.2% 하향 "물가상승률 전망치 반영"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10만 금융노동자는 총파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며 "이번 파업은 금융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운동장·경기장이 아닌 거리에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탓인지 서울시장 탓인지 그 어떤 장소도 파업을 허락하지 않았다"며 "국민들께 은행장·회장들의 탐욕에 의한 무분별한 점포 폐쇄 중단을 함께 주장해주실 것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노조가 14일 은행회관 앞에서 총파업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장민태 기자
금융노조 총파업은 지난 2016년 이후 6년만에 진행된다. 이들은 이번 총파업에 △임금 인상 △금융 공공성 보호 △정부의 공공기관 민영화 정책·관치금융 부활·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박 위원장은 "파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당 요구안을 들고 사용자 측에 총 12명의 노사 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대표단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용자 측이 이를 거부했다"며 "그들은 해외 출장을 다니며 노조 측에 1대1 교섭만을 주장했다"고 일갈했다.
그는 "끝까지 1대1 대표 교섭을 거부할 예정이었지만, 국민들 불편과 조합원을 생각해서 14일 오후 교섭에 참여하겠단 입장을 사용자 측에 전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는 사용자 측과 교섭이 이뤄질 경우 기존에 요구했던 임금 6.1% 인상안을 한국은행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5.2%로 하향 수정할 방침이다.
금융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도 끌어올렸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정부 관계자를 만나 요구 사항을 전달했지만 아직 답변을 못 받은 상황이다.
박 위원장은 "이번 파업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윤석열 정부"라며 "임금 인상 자제발언 등으로 사용자 측과 교섭을 방해할 뿐 아니라 대화조차 거부하며 금융노동자들을 방치하고 있다"고 분노를 토했다.
또 그는 정부에 △점포 폐쇄 전 금융감독원을 통한 지역 주민·노동자 의견 청취 의무화 △점포 폐쇄 사전 평가제도 개선 △금융 공공기관에 대한 혁신안 강요 중단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 중단 등을 요구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융위원회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 나갔다. 앞서 지난 8일 국책은행의 우량 거래처를 민간은행에 넘기는 등의 내용이 담긴 금융위 내부 문서가 유출됐다.
아울러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금융위로부터 입수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공개된 계획안은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하고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추진하겠단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금융위원회에서 산업은행 지방 이전 로드맵을 지난주에 고의적으로 흘렸다"며 "그러더니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가지고 있는 우량 대출 자산을 시중은행에 넘긴다는 초법적인 발상을 꺼냈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매국노적인 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금융위 관계자들의 말로가 어떻게 될 것인지 금융노동자들이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노조 총파업 "소비자 피해 크지 않다"
기자회견에서는 금융노조 총파업으로 인해 발생할 소비자 피해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에 대한 금융노조의 대답은 "피해가 크지 않다"였다.
박 위원장은 "일부 영업 자체가 어려운 지점이 있을 수 있다"며 "지점장·부지점장과 단기 계약 기간제 노동자들은 근무할 예정이라 점포 문을 닫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은행 업무들이 이제 휴대전화와 인터넷뱅킹에 의해서 처리되기 때문에 고객들 업무에 심각한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본다"며 "노조는 직원들을 대신할 권한을 위임 받아 사측과 교섭을 해야 하는데, 교섭이 막혔을 경우 헌법에서 허용한 유일 수단은 파업이다"고 첨언했다.

시중은행은 오는 15일부터 정책금융상품인 '안심전환대출'을 신청 받을 예정이다. ⓒ 연합뉴스
아울러 금융노조 총파업 기간에 '안심전환대출'의 신청·접수가 시작된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안심전환대출은 금리상승기 서민 이자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금융상품으로 오는 15일부터 시중은행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금융노조 총파업은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들도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안심전환대출 대면 접수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총파업으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파업에 얼마나 많은 직원이 참여할지 미지수고 안심전환대출은 주택 가격이 4억원 이하여야 한다는 허들이 있어 신청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비대면으로도 신청받을 예정이기 때문에 영업점 혼잡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