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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윤승 노조 위원장 "강석훈 산업은행장의 소통위, 부산이전 위한 꼼수"

소통위 구성 조건, 노조 아닌 사측이 거부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2.08.31 14:10:59
[프라임경제] 지난 6월 강석훈 산업은행장 취임이후, 본점 부산이전을 한목소리로 반대하던 산업은행 노사가 입장을 달리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사측이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태세를 전환한 상황이다. 약 2200명의 산업은행 노조를 대변하고 있는 조윤승 전국금융노동조합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이하 노조 위원장)을 만나봤다.

◆尹 정부 추진 '산업은행 지방이전' 톺아보기

산업은행 노사 갈등의 원인은 본점 부산이전이다. 산업은행 부산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제시한 지역균형발전방안 중 하나다. 

당시 윤 대통령은 '시·도 공약'에서 부산을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핵심거점이라 칭하며 "산업은행을 이전해 스마트 디지털 경제도시로 도약시키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후문에는 지방이전을 반대하는 리본들이 달려있다. = 장민태 기자


새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에 강소도시·낙후지역 육성이라는 내용으로 산업은행 부산이전 추진을 명시했다. 산업은행 이전은 국토부와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맡았다. 

부산이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던 이동걸 산은 회장이 자리에서 내려오고 지난 6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했다. 당시 강석훈 회장은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소통위원회'를 구성해 부산이전 등 현안사항을 경청하겠단 뜻을 전하기도 했다. 

문제의 발단은 강 회장이 지난달 28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부산이전에 대해 "가능한 빨리 시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신임 회장이 노조와 정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본지와 만난 조윤승 노조 위원장은 강 회장의 소통위원회부터가 지방이전을 강행하기 위한 꼼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과거 산업은행은 민영화가 진행됐을 때도 민유성 전 회장이 은행 발전위원회라는 걸 만들었다"며 "약 30명으로 구성됐던 은행 발전위원회는 젊은 직원들을 불러 승진과 관련된 내용으로 협박하며 민영화 동의에 사인하라고 강요했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번 소통위원회는 과거 은행 발전위원회처럼 직원들에게 부산이전 찬성을 강요하기 위한 강 회장표 기구라는 게 조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당시 은행 발전위원회 위원들도 결국 내부직원들로 구성된 사람들인데 '은행을 배신한 사람들'이라고 욕을 먹었다"며 "만약 소통위원회가 생기게 된다면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분노를 토했다.

조 위원장은 "강 회장이 노동조합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해 소통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해서 두 가지 요구를 던졌다"며 "하지만 이를 거부한 건 사측인데 노조가 소통위원회를 반대한다며,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사측에 △소통위원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무조건 수용하고 당정 앞에 전달해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과거 30명이던 은행 발전위원회와 달리 소통위원회 위원을 500명으로 구성할 것 등의 약속을 내걸었다. 하지만 사측은 이런 요구를 거부한 상황이다.

결국 강 회장 취임 2달이 넘어섰음에도 노조와 사측의 갈등은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봉합될 것 같았던 노사 관계가 진전이 없자 블라인드 같은 사내 커뮤니티에는 직원들의 불안에 찬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가 사측한테 현 상황을 설명하라고 했던게 지난 24일 열린 현안 설명회 뒷배경이다. 

◆조 위원장 "내년 국내기업 위기 도래, 인재 유출 큰 문제"

조 위원장은 곧 산업은행이 시험대에 오를 예정인데 필요한 인력들이 부산이전에 반발해 회사를 그만두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 위원장. = 장민태 기자


그는 "지금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본유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 쭉 가게 되면 내년쯤 국내 기업들이 분명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첫 번째 방어막 역할을 하는 게 산업은행"이라며 "지금 산업은행 주요 인력들이 부산이전으로 연이어 빠져나가고 있는데 위기 상황이 닥치면 큰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측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회사를 떠난 인원은 약 30명이다. 해당 퇴사 인원은 임금피크나 정년퇴직을 제외한 숫자이며, 실제 퇴직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유추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은 통상 하반기에 채용이 더 많기 때문에 유의미한 퇴직자 수는 추후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산업은행도 내달 8일부터 120명 규모로 5급 신입행원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 위원장은 "인원이 빠져나가는 만큼 신입행원으로 채우면 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제 막 뽑힌 사람들로 업무가 잘 돌아가겠냐"며 "산업은행 직원들은 다른 곳으로 이직해도 2~3억 정도를 받는 인재들인데 이런 인원들을 경력직으로 데려오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은 지방으로 갈수록 임금 프리미엄이 붙는다"며 "부산까지 간다고 하면 어느 누가 다른 회사를 마다하고 산업은행으로 올지 의문이다"고 첨언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오는 9월16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날 총파업에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통상 금융노조 총파업은 △임금 인상 △영업점 폐쇄 중단 △인력 유지 등이 주요 요구 안건이다. 하지만 이번 총파업에는 산업은행 지방이전 반대 요구안도 포함됐다. 

조 위원장은 "노동법에서 파업 조건을 정해놓고 있어서 부산이전 이슈를 총파업 전면에 내걸 수 없었다"며 "하지만 현재 산업은행 직원들이 파업에 나가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한 만큼 지방이전에 대한 목소리를 내비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방이전 반대를 선언하고 매일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지방이전 저지투쟁은 오는 9월15일 100일차를 맞는다. 조 위원장은 100일이 되는 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직원들이 투쟁에 동참할 계획이라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방이전 자체는 회사가 정하는 게 아닌데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다"며 "우리가 사측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향후 닥쳐올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게 중요한 상황인 만큼, 지방이전으로 산업을 흔들지 말라고 대변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위원장은 올해 12월말 임기가 종료된다. 산업은행 노조는 오는 11월1일 선거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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