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윤석열 대통령의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가 첫 시행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별로 설립취지·규모 등이 다른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비교만으로 공시를 발표했다는 지적이다. 첫 희생양은 토스뱅크가 됐다.
공시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 중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진 곳은 토스뱅크다. 토스뱅크 예대금리차는 5.65%p로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2.45%p), 카카오뱅크(2.33%p)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혁신 내세운 토스뱅크,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로 발등 찍혀
토스뱅크의 예대금리차가 높게 나온 이유는 혁신으로 내세웠던 수시입출금 통장과 부족한 상품 다양성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현재 연 2% 금리의 수시입출식 통장이 예금 상품 주력이다. 그 외 예금 상품은 △키워봐요 적금 △법인 정기예금 등에 불과해 타 은행 대비 빈약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예대금리차 계산 방식이다. 예대금리차는 평균 대출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빼서 계산하는데, 이 저축성 수신금리에 수시입출식 통장은 포함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토스뱅크는 주력 상품인 연 2% 통장이 제외된 상태로 예대금리차가 계산된다. 예금 이자가 낮게 나올 수 밖에 없다.
아울러 토스뱅크가 신용대출 위주로만 여신상품을 구성하고 있는 것도 예대금리차가 높은 이유로 거론된다. 토스뱅크 여신상품은 △신용대출 △비상금대출 △사장님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이다. 담보대출이 전무한 상태다. 담보 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로만 여신을 운영하다 보니 예대금리차 계산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주요 경쟁 은행인 카카오뱅크·케이뱅크는 모두 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점도 토스뱅크 예대금리차 공시에 영향을 미쳤다. 소위 1금융권은 2금융권 대비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지만, 고신용자 고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금융혁신이란 사명으로 탄생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전체 대출 중 일정 수준을 중·저신용자들로 채워야 한다.
토스뱅크는 이같은 예대금리차 공시가 나오자 입장문을 발표하고 그간의 중·저신용자 비율 확대 노력에 대한 부분을 호소했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7월 기준 중·저신용자 비율은 38%(잠정)로 모든 은행 중 가장 높다. 6월말 공시 기준으로도 타 인터넷전문은행 대비 1.5배 이상이다. 토스뱅크가 올해 약속한 중·저신용자 비율 목표는 42%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출범한 지 1년도 안 된 은행으로 금융당국의 권장 하에 적극적인 중·저신용자 대출을 실행하다 보니 예대금리차가 높게 나왔다"며 "연 2% 토스뱅크 통장이 예대금리차 공시에 반영이 안 된 부분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저신용자 포용과 차별 없는 고객 혜택 제공이라는 설립 취지 달성을 위해 흔들림 없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첫 공시부터 형평성 논란, 공시 취지도 '흔들흔들'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시절 내건 대표 공약 중 하나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6일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은행연합회가 7월 기준부터 예대금리차 공시를 시작했다.

은행연합회는 22일 홈페이지에 7월 기준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했다. ⓒ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갈무리
금융위가 밝힌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도입 취지는 금융 소비자가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쉽고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해 은행 간 금리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단 것이다. 아울러 기존 금리 산정원칙의 미비한 점을 개선하겠다는 게 금융위 측 설명이다.
하지만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는 처음부터 형평성 논란에 빠졌다.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 등 은행별 특성과 차이가 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계산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업력이 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을 비교하는 게 맞지 않다"며 "시중은행은 대기업과 연계해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 대상으로 금리를 낮춘 상품들이 있는데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분노를 토했다.
이어 "공시에 우대 상품들을 포함했는데, 일반 금융소비자는 실제 대출 과정에서 적용을 받지 못해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정확하지 않은 예대금리 공시가 금융소비자 권익보호에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은행마다 특성이 다르고 취급하는 상품도 차별화돼 있다"라며 "금융당국이 설립을 허가하면서 금융혁신을 외치던 것과는 이율배반적인 공시"라고 비판했다. 또한 "업계에서 연 0.1% 금리만 제공하던 수시입출금 통장에 연 2% 금리를 도입하면서 혁신을 외치던 토스뱅크는 한순간에 희생양이 됐다"고 일갈했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매월 20일 홈페이지에 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