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긴축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국내 증시가 좀처럼 약세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던 개인투자자들도 피로감에 증권가를 떠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대금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이었던 2020년 3월 수준까지 내려갔다.
◆ '동학개미운동'은 옛말…떠나는 개인투자자들
지난 7월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의 마지막 장이었던 29일 기준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은 10조2563억3800만원이었다. 일일 코스피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는 지난 6월23월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일일 거래대금만 놓고 보면 7월의 코스피는 최악이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지난 7월13일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은 5조9985억100만원이었다. 올해 첫 5조원대다. 이는 2020년 2월17일 이후 가장 작은 규모기도 했다. 하지만 2주일도 안된 지난 7월25일엔 5조9598억5900만원으로 더 떨어지기도 했다.
7월의 마무리는 10조원대로 끝나긴 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7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한 뒤 같은 달 11일 기록한 역대 최대 하루 거래대금 44조4337억7200만원원에 비하면 아직까지 한참 부족한 액수다.
코스닥 일일 거래대금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 7월27일 코스닥 거래대금은 5조1623억6100만원으로 2020년 2월10일 기록했던 4조8298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해 1월11일의 20조4048억6100만원에 비해서는 약 74% 감소했다. 7월의 마지막 장이었던 29일엔 5조9620억9900만원을 기록했다.
월별 하루 평균 거래대금으로 보자면 그 감소폭이 더 선명해진다. 지난 7월 한달 코스피 일 평균 거래대금은 약 7조2462억6900만원으로 올해 1월 일평균 거래대금 약 11조2327억2500만원대비 4조원 가량 줄었다. 코스닥의 경우 지난 7월 한달 일 평균 거래대금은 약 6조697억2100만원으로 올해 1월 약 9조3682억3200만원 대비 3조원 넘게 하락했다.
투자자예탁금의 경우도 내림세다. 지난 7월28일 기준 53조8785억2900만원으로 올해 가장 높았던 지난 1월17일 74조2589억원700만원에 비해 20조원 이상 줄어들었다. 55조7767억 원으로 지난해 말(67조5307억원)보다 10조원 넘게 줄었다. 특히 지난 7월20일엔 53조4922억원을 기록하면서 2020년 11월6일 51조8990억원 이후 최저치를 나타낸 바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또는 팔고 난 자금을 증권사 계좌에 맡겨 준 돈을 말한다. 언제든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주식투자 대기성 자금이기에 주식투자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 인플레이션-금리상승-고환율 '첩첩산중'
약세장의 원인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다.
최근 미국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갈아치웠으며,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 19개국(유로존)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8.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대 인플레이션율의 경우 전달보다 0.8%p 오른 4.7%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해오던 2008년 이후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플레이션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론한다. 지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원자재의 공급망 부족 심화는 원자재비 상승은 물론,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으로 인해 제품의 가격 상승을 부른다. 소비자 역시 오르기만 하는 가격에 지갑을 닫게 되고 투자의 여유는 사라진다. 이는 다시 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실적 둔화를 부르게 된다.
이에 대해 한 금융업계 종사자는 "주식 시장은 사실 기업들이 성장한다는 기대감에 의해 상승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선 투자를 할 이유가 사라지게 되니 '팔자'를 할 수 밖에 없게 된다"며 "물가상승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미리 예측한 이들은 주식시장을 일찍 떠난다. 이는 결국 주가 하락을 심화시킨다"고 말했다.
과열된 인플레이션을 식히고자 필연적으로 시행할 수밖에 없는 금리인상도 약세장을 지속시키는 원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7월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전례 없는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 시행으로 인해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에 미국 기준 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를 역전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금리상승은 기업의 이자부담으로 연결된다. 결국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주가에는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군다나 미국이 금리 인상을 계속 단행한다면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서 환율 상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미국 금리의 방향성과 환율은 '정의 상관관계'를 지니기 때문"이라며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가속화 시켜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비중은 줄어들게 된다. 또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것이 수출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수출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원흉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 고환율 등으로 인해 국내 증시의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다. = 박기훈 기자
◆ "약세장은 계속 될 것" 대처법은?
지난 7월30일 기준 미국 뉴욕 증시는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지만 모건스탠리는 "약세장의 끝은 아직 멀었다"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 S&P 500 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크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는 여러 앞으로 여러 분기 동안 진행될 기업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의 시작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약세장에 대한 비관론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직도 주식시장에 남아있는 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추세에 흔들리지 말고 우량주를 찾아 투자하라'는 주식 투자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보통 주가가 오르면 사고 떨어지면 파는 '추세 추종'의 경향이 높다"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은 거래대금이 많아져야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주가가 올라야 거래대금이 많아진다"고 언급했다.
이어 "특히 지금과 같은 약세장에선 이러한 투자 전략은 성공하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주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원론적인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미 시장 자체는 '테크니컬 리세션(경기후퇴)'을 미리 반영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추세적인 상승은 아직까지 힘들 수 있지만 이미 바닥을 다지고 어느 정도 조금 횡보하는 장으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한 "현재 2분기 실적 발표가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서 실적이 좋은 기업들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변동폭이 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잘 관찰하고 선별하는, 주식의 가장 기본 지침으로 투자를 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